입장이 무료라 부담이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유ㆍ무료를 떠나서 정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 중에 하나다.
“세상에서 가장 큰 놀이터” 어린이 대공원의 캐치프레이즈다. 저 문구에 설마 팩트 체크랍시고 딴지를 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날이 너무 좋은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첫째 아이와 아내가 사정이 있어 둘째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둘째 아이의 나이는 3살. 어딜 가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이지만 집에만 두기 싫어 3살 배기를 차에 태우고 어린이 대공원으로 향했다. 솔직하게 내가 좋아서 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집에만 있기에는 날이 너무 좋았었기에.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인 것인가!
도착하자마자 얼마 되지 않아 돌발 사건이 발생했다. 유모차에 탄 아이와 눈을 마주 보며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마구 시도하고 있는 찰나. 아주 힘 있는 손동작으로 내 왼쪽 눈을 찔러 버렸다. 그 순간 외마디 비명과 함께 눈물, 콧물이 범벅되고 너무 시린 나머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도저히 남은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가까스로 자리를 정리하고 차로 돌아왔으나 차에서 쉰다고 나아질 것 같지도 않았다. 다시 굳은 결심을 하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근처 안과를 찾아 나섰다. 정말 다행히도 아빠의 고통을 알고나 있는 듯 그 과정에서 3 살배기 아이는 얌전했다.
그렇게 병원에 도착했고 간호사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진료실 안에 작은 의자에 앉히고 나는 곧바로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받았다.
의사: 각막이 찢어졌어요. 눈이 많이 시렸을 건데... 며칠 치료하면 좋아지는데 언제든지 재발은 할 수 있습니다. 한번 찢어진 각막은 완전히 다시 붙기가 힘들어요. 어쩌다가 이렇게 되셨어요?
나: 아... 아이랑 놀다가 눈을 찔려서요...
의사: (아이를 살짝 보면서 장난스러운 말투로) 네가 그랬구나!
나: (아이를 바라보며) 괜찮아요. 선생님^^ 눈은 두 개 자나요.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을 이미 들은 후라서 안도감에 뱉어진 말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의사 선생님의 말을 알아듣진 못했지만 잔뜩 긴장한 듯한 아이의 표정을 보고 안타까워 나도 모르게 뱉어낸 멘트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유가 뭐가 됐든 아이가 무슨 잘못이겠는가.
그날의 일정은 그렇게 좋은 추억과는 멀어지게 됐고, 아직도 눈을 잘못 비비거나 무리해서 피곤하면 왼쪽 눈이 재발하여 하루 이틀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아이는 잘못이 없다.
어느 해 5월에 어느 날이 되면, 둘째가 조금 크고 난 후 이 에피소드를 풀 스토리로 들려줄 생각이다. 온갖 엄살을 다 갖다 붙여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