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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성 Mar 26. 2024

야구, 그게 뭐라고

야구에 대한 수다는 며칠 밤을 새워서 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이고, 하거나! 보거나! 읽거나! 야구와 관련된 일련의 모든 행위를 할 때 매우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가 야구에 급속도로 몰입하기 시작한 때는 초등학생부터였다. 그 어떤 스포츠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나 중독에 가까운 집중도를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직도 야구 외의 다른 스포츠는 잘하거나 잘 알지 못한다... 


처음엔 대부분의 입문자가 연고지 팀에 정을 붙이는 것처럼 나 역시 서울을 연고로 한 LG TWINS를 응원하며 야구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 선수들의 이름과 등번호를 외우고, 응원가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다음엔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특징을 보며 폼을 흉내 내고 기록과 성적을 섭렵하고 플레이를 복기하고, 승부를 예측하며 깊게 스며들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야구 덕후’로 살아가고 있다. 지난해엔 LG TWINS의 한국시리즈 직관까지 하면서 스스로를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성공한 덕후’로 승격했다.     



그렇게 야구를 들이대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는 내가 응원하는 팀 이외에도 야구 그 자체에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스포츠인 건 확실하지만, 승부에 있어서는 알면 알수록 모르는 스포츠인 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흔히 야구를 확률 게임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을 중요시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선수 개인이나 팀 모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또 경기중에는 운동장에서 직접 플레이하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경기장 밖에서도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확률을 저울질한다. 상대와의 전적, 투수의 투구 패턴, 선수의 습관, 날씨, 경기 시간, 심지어 그날 타자의 발의 위치 등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해서 종합하고 작전에 반영한다. 작전은 경기력과 분위기에 따라 시시각각 전달되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잘 이해하고 그 작전을 잘 수행해 내는 이른바 ‘작전 수행 능력’이라는 능력치도 선수의 평가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는 스포츠이다.

야구의 바로 이런 대목이 나를 끌어당긴다. 개인의 피지컬에서 나오는 능력치뿐만 아니라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모든 감각이 경기에 쓰인다. 그래서 매 순간이 치열한 전투와 같다.     


긴장감 넘치는 투수와 타자와의 싸움에서 타자는 초구에 변화구를 던질 줄 알았는데,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빠른 직구 스트라이크로 허를 찔린다. 스트라이크 하나를 잃은 타자는 다시 한번 짧은 시간 동안 머리를 굴려 다음 수를 예측한다. 예측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타석을 잠시 벗어나 숨을 고르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숨고르기가 아니라 치열한 심리전에서 오는 작전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투수가 던지는 공을 순간의 임팩트로 쳐내기 위해 사활을 건다.

글로 쓴다면 한없이 길게 늘어놓을 수 있는 이런 심리전의 경우의 수들이 매 이닝, 매 타석, 공 하나하나마다 일어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전투에 동참하는 게 너무 흥미롭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는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수싸움이 바탕이 된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여 개인과 팀 성적을 만들어내고, 때론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야구에서는 타자가 3할을 치면 수준급의 괜찮은 타자로 분류된다. 그리고 투수가 방어율이 3 이하가 되면 언제든지 믿고 맡겨도 괜찮은 투수로 분류된다. 단순화해 보면, 타자는 열 번 중 세 번을 살아 나가는 데 목숨을 걸고, 투수는 3점을 안 내 주기 위해 목숨을 건다. 괜찮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가끔 이런 식의 나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야구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이제 단순한 야구 덕후가 되기는 글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보면 볼수록 야구와 삶은 닮은 점이 많다.

우리도 살다 보면 잘 살아내고 있는지를 나 자신에게 납득시켜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나 되돌아보면서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나에게는 몇 번의 기회가 주어질까.

내가 만들어낸 찬스는 몇 번이나 있을까.

나의 작전 수행 능력은 어느 정도 될까. 


많은 생각들로 나를 평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적어도 세 번 정도는 놓치지 말자고 다짐한다.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나도. 당신도.     


야구는 한 사람이 10번 중 3번 성공하고 좋은 선수로 여겨질 수 있는 유일한 노력 분야이다. - 테드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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