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먹기행 (101) - 종로구 동숭동의 ‘코코이찌방야’
짧은 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1년 중 하루는 이 친구가 떠오를 때가 있다. 일본식 정통파 카레. 건더기 하나 없이 오직 묵직한 카레 소스와 토핑으로만 승부를 보는 꽤나 매운 카레인데, 일본 문화와는 꽤나 가까운 필자에게, 이따금 만날 때면 그렇게 반갑지 않을 수가 없더라. 첫 만남 또한 그랬다.
이번엔 연인과 대학로를 걷다가 느닷없이 등장한 카레 얘기로 갑작스러운 수신호가 잡히게 되었으니, 운 좋게도 마침. 대학로에도 분점이 있더라. 일본에서는 이미 최대 대형 체인으로 유명한 카레집, ‘코코이찌방야’가 오늘 먹기행의 주인공이다.
※ ‘코코이찌방야 대학로점’ 요약 정보 ※
- 영업시간 매일 11:00 ~ 20:50 (라스트오더 20:20)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 테이블식 구조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일본식 정통 카레점으로 일본 현지에서도 체인의 규모가 상당하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한국에도 상당수의 매장을 개업한 듯. 단, 거의 모든 매장이 서울에만 위치해 있다는 건 지방사람들에게 아쉽겠다.)
- 묽은데도 맛은 묵직하고 진한 카레 소스. 건더기 하나 없는 만화책, TV로만 접하던 일본식 카레. 맞다.
- 물론, 막상 일본을 가면 우리나라와 흡사한 건더기가 많은 스타일의 카레도 많다.
- 매운맛을 단계에 따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굉장히 큰 매력인데, 매운맛의 선택 방식은 가게마다 조금 다른 듯.
- 카레 소스 추가는 무료라는 것도 마무리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메리트.
- 차려진 건 많지 않다. 허나 카레, 개인 취향의 토핑, 후쿠진즈케(무절임) 세 가지면 게임 끝.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도보 7분 거리에 위치한 ‘코코이찌방야 대학로점’. 한때 소중한 이와의 추억을 가볍게 훑고 저녁 식사의 장소로 찾게 된 필자다. 2년 전 상암동에서 직장 생활을 할 당시에 자주 접했었는데, 거의 2년 만이구나. 동대문의 에베레스트 커리냐, 이곳의 일본 카레냐의 고민의 기로에서 매운맛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게 도착. 이 얼마나 극적인 조우인가. 인도/네팔식 커리를 후보에 올려뒀었다가 낮에 본 TV의 일본 카레로 '코코이찌방야'의 키워드가 불쑥 튀어나왔고, 마침 대학로에 분점이 있다는 정보로 극적인 만남을 이뤄냈다.
노란 컬러 위주로 타 분점과 비슷한 익숙한 분위기였는데, 방문했던 곳보다는 조금 작구나.
이곳 역시 키오스크의 방식. 물론 주문이 힘든 이들을 위한 종이 메뉴판도 그대로 놓여있다.
주문은 어렵지 않게 속전속결. 필자는 늘 그렇듯 카라아게 매운 카레. (상암동에서는 1신, 10신 등의 매운맛이 10단계로 나누어져 있었던 것 같은데, 이곳은 4단계로 아주 매운맛을 선택.) 연인은 치킨크림오무.
바로 등장했다. 익숙한 향기. 일본 카레의 세계. 참 첫 일본 여행의 첫 번째 음식이 프랜차이즈 규동이라 그런지, 일본의 프랜차이즈는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을 준단 말이지.
자, 등장과 함께 몇 가지 스킬을 써줘야 분위기가 사는데, 바로 저 오복채(후쿠진즈케)와 토비카라라는 매운 가루다. 별도 접시는 없으니 라이스 그릇 한 켠에 툭 얹어주면 완성. 토비카라도 뿌려줘야 화한 매운맛이 살아 좋다. 후쿠진즈케, 절임 음식인 즈케모노의 일종인데, 우리나라의 것보다 여린 장아찌 정도로 인지하면 되겠다. 저 녀석과 카레의 조합을 접한 이후로는 빼놓을 수 없는 짝꿍이 되어버렸는데.
그렇게 본격적인 시식을 시작하는데, 좋다. 아, 이 맛. 참 정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는 맛. 저녁, 이런 한 그릇의 프랜차이즈. 남길 부분이 없어서 참 좋더라.
카라아게는 익숙한 닭튀김의 형태 아닌 간이 삼삼한 치킨의 모양새. 토핑으로 소스와 함께 먹는 녀석이다 보니 간이 여리다. 참, 상암동에서 처음 이 녀석을 접하고 얼마나 신세계를 맛보았는지, 참. 프랜차이즈답게 맛의 편차는 없이 그대로의 맛이다 느낀 필자다. 아주 정신없이 그릇을 비운 데에 모자라.
바로 카레 추가, 밥 추가를 했으니 말이다. 카레 추가는 무료, 밥 추가는 100g, 500원인데 이 또한 이곳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 바로 매운맛 작업을 진행한 뒤에 아쉬운 마무리쯤, 지원군을 더욱 투입. 흡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필자다.
덕분에 소화를 위해 종각까지 걷게 되었으니, 끊을 수 없는 맛. 카레. 정말 노라조의 말처럼 샨티샨티 인도든, 일본이든 우리나라의 즉석이든 땡큐땡큐다.
고독한 먹기행
인도 커리와 일본 카레에 빠진 이후부터,
오뚜기와의 만남의 빈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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