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드로잉
완벽하게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떨까? 완벽한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될까?
그건 아닐 것이다.
도리어 아무것도 예측하지 못할 때만큼이나 어쩌면 그것보다 더한 극도의 지루함에 고통스러울 것 같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지루함도 무척 견디기 힘든 감정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생화가 조화보다 아름다운 것은 씨에서 자라서 잎이 되었다가 활짝 피었다가 시들기 때문이다.
몇 송이나 꽃이 될 수 있을지, 어떤 모양으로 어디를 향해서 피울지, 언제 어느 시점에 시들어 갈지 정확히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같은 종이라도 하나하나 조금씩 다 다르게 생겼다.
그래서 한 송이 꽃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다.
완벽한 외모와 지능을 가진 AI 로봇이 부족하고 허점이 있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는 누군가의 뱃속의 핏덩어리였다가 아기가 되었다가 어린이가 되었다가 어른이 되었다가 노인이 되어 언젠가는 죽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꾸만 변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겪으며, 어떻게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지 아무도 정확히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하나하나 조금씩 다 다르게 생겼다.
그래서 한 명의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우리의 시간도 마찬가지이다.
내일은 오늘과 비슷하겠지만 오늘과는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고 그다음 날은 내일과도 또 모든 것이 조금씩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의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이다.
나의 오늘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의도는 할 수 있지만 정확히 어떤 형태일지 알 수 없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나도 모르는 내 안의 그림들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은 내가 하는 것이지만, 나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에 무한한 설렘과 희열을 준다.
그 변화무쌍함이 주는 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