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 드로잉
피카소도 그랬다.
‘훌륭한 화가는 빌린다, 위대한 화가는 훔친다’고.
어떤 대상 (실제든 예술작품이든)을 보고 그것에서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우선 따라 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거기서 멈춘다면 엄청 재미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결말을 다 알고 보는 드라마나 영화처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뭐가 나올지 이미 다 알고 하는 여행처럼 김새고 시시해져 버리겠지.
내가 따라 하고 싶은 대상은 이미 있는 것인데 그것을 그대로만 가지고 온다면 제일 큰 문제는 다른 누군가가 뭐라고 하기 전에 스스로 본인의 그림이 흥미롭거나 설렐 수가 없다는 거.
그러니 이왕 모방할 거라면 빌려서 쓰고 잘 돌려줘야지 하는 겸손한 마음도 좋지만,
그냥 확 지지고 볶고 뜯어고쳐서 내 걸로 만들어버려야지 하는 배짱도 필요할 것 같다.
아이들과 같이 드로잉을 시작한 지 몇 개월이 되었다.
나는 배우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가르치는 일이라면 질색인 사람인데 다행히 드로잉 수업은 내가 가르쳐줄 것이 별로 없다. 도리어 내가 애들에게 슬쩍슬쩍 배울 수 있다.
표현기법이나 재현하기를 배우는 미술 수업이라면 내가 가르치는 역할을 당연히 해야 하겠지만 ‘그냥 마음대로’ 해보기는 아이들이 종종 더 잘한다.
꼭 대단한 화가에게서만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이 대단한 화가가 아니라고 꼭 말할 수도 없고.
아이들의 그림에서도 빌려오고 훔쳐올 것이 꽤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