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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을 잃다

엄마라는 존재

by 또 다른세상 Mar 23. 2025

새벽부터 명치끝이  답답하다. 뭔가 먹기도, 안 먹기도 애매한 상태다. 냉장고에서  누어 놓은 감자 한 개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식탁에 올려놓았다.  그걸 보니 또 속이  답답하다. 먹어야 학교에 갈  수 있다.  꾸역꾸역 먹고 지하철을 탔다.

조용한 가운데 수업을 받는다. 2교시  가족톡방에는  엄마를 간호하고 있는 언니의 메시지가 올라온다. 가족모두 침착해야 한다며  누구도 엄마와  더 오래 살기를 원한다.  걱정이 앞서 큰소리를 나지 않도록 자중하자는 글이다.

무슨 일이  있구나  생각이  들어 교실에서 나와 전화를 해보니 엄아는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다시 산소 호흡기를 했다. 소변줄과  8개 이상 치료약을 동시에 투여했다. 군대 간 손주도  못  알아보았다.  며느리와 손녀 둘이 왔다.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고 혈압은  극도로 낮아졌다.

지켜보는 가족들의 심장이 내려 않는다. 축 쳐지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 의료진은 피검사를 하니 감염이 의심된다고  한다. 온몸에는  두드러기가  났는데  아직  원인이나 의사의  의견이 없는 상태이다.

더 상태가  안 좋다면 1 인실로 옮겨 임종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한다. 정확하게 어떤 문제로  이 상황이 왔는지  알려주지 못한다. 의사는  얼굴을 보기 힘들다. 현재 큰 병원의 현실이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겼을  때 큰 희망과 마주했다.  노환이라고  하지만  급격히 나빠진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호흡도, 신장기능도 제자리로 오지 못한 상태이다.

학교에서 병원으로 달려가는 동안 할 수  없는 것에 내 가슴을  때려본다. 강한 눈빛과 당당한 목소리의 엄마다. 병원에선 노환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답답하다.

이 순간이,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한 것을 알게 해 준다.

소변줄에서  똑똑 떨어진다. 답답한 산소 호흡기를 하고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삶과 죽음은 늘  함께다. 그동안 다르다고  생각했다.

담담해져야겠다. 차분히  기다리자. 어떤 결과가 기다리더라도 각각의 의미를  찾아보자.

그 끝에는 엄마와 추억이  힘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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