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이모로 이사 오고 어느새 2주가 다 되어간다.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 그리고 겨울로 향하는 곳의 나나이모는 밴쿠버처럼 비가 많이 내린다. 밴쿠버보다 더 자연에서의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곳인 나나이모지만 날씨도 급격히 추워지고 비가 내린 탓에 아직 조개 캐러 가지도 못 하고 11월 중순이 와버렸다.
이미 너무나 익숙해진 이전의 환경에서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자 '이사, 이주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건 워킹홀리데이오기 전부터 스스로와 약속을 한 부분이기도 하다.
너무 편안해지고 익숙해진 상태가 되었다면 그 환경에서 벗어나자고
편안해지고 익숙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그곳이 좋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 환경에서 굳이 벗어나겠다고 선택을 하고 이사한다고 주변 지인들에게 알렸을 땐 모두가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어머니께서는 왜 굳이 고생을 사서 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익숙하고 편안해진 환경이 때로는 내가 경험할 수 있는 폭을 한계 짓는다. 어느샌가 그 환경이 좋다 보니 매 순간 합리화하며 이 환경에 끼워 맞추려고 하는 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생각의 전환을 하고자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을 택했다.
친구와의 캐나다 일주를 하기 전에는 캘거리, 토론토와 같은 도시를 생각했다. 거의 캘거리로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그리고 여행을 마친 후, 너무 추웠던 캘거리는 깔끔하게 지워버렸다. 토론토는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사계획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시작했다. 이사를 가기로 마음먹었지만 사람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다시 레쥬메를 적고 이전에 했던 일과 다른 곳에서 일을 해보고자 전화 후 레쥬메를 돌리기 시작했다.
전화 인터뷰 및 대면 인터뷰 등을 통해 최종으로 2곳으로 추려졌다.
한 곳은 밴쿠버였고 한 곳은 현재 내가 있는 곳 나나이모였다. 밴쿠버에서 일하는 곳의 경우 당시 내가 살고 있던 집과 가까운 곳이었다. 내가 빨리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나나이모라는 곳을 잘 몰랐다. 빅토리아와 같은 섬에 있는 곳, 조개 캐러 가는 곳, 토피노와 같은 섬? 이 정도의 정보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BC주이기에 많이 춥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지금까지 일단 지르고 보지 않았는가. 진짜 정 안되면 밴쿠버에서 다시 일자리를 구하면 되겠지라고 생각을 하고 '나나이모'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제 집을 구했어야 했다. 밴쿠버보다는 확실히 월세가 저렴하다지만 나나이모도 많이 오른터라 사실 크게 차이가 없었다. 내가 살던 곳은 밴쿠버 다운타운근처가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한국 커뮤니티는 따로 없었고 키지지, 페이스북을 통해 집을 알아보고 하루 날을 정해 보러 갔다. 당일 대면 인터뷰도 보러 갔다.
집을 보러 간 날은 날이 흐렸다.
집을 둘러보기 위해 4곳 정도와 약속을 잡았는데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건 2곳이다. 그리고 2곳의 집을 둘러본 후 정말 원했던 집에서 운이 좋게 살게 되었다. 이 과정도 사실 순탄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이사를 위해 소형밴을 예약하고 그때부터 짐을 정리하고 짐을 싸기 시작했다. 소형이사를 이용할까 했지만 소형이사를 이용하기엔 또 짐이 많이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소형밴으로 훼리터미널까지 이동만 하기로 했다.
(다음이 없을테지만 1인이사라도 소형이사를 추천한다....)
이 모든 일들이 진행되는데 2주라는 시간이 걸렸다. 나는 밴쿠버에서 남은 기간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해보았다. 오자마자 파이브가이즈 갈 줄 알았는데 바로 옆에 있으니 막상 안 가져 10월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가보았다. 그리고 오기 전부터 가고 싶었던 아트갤러리도 가보았다. 노스밴쿠버에 위치한 린벨리(Lynn Canyon Park) 도 가보았다. 밴쿠버 워홀 오기 전부터 가보리라 적어놨던 리스트들을 밴쿠버 떠나기 전에서야 마무리하고 있었다. 내가 너무 좋아했던 버나비 센트럴파크 그리고 콜링우드파크를 지나 쭉 걷는 동네 산책코스까지 거의 매일 나가 걸었다. 내가 자주 들렸던 밴쿠버 공공도서관과 버나비 공공도서관도 들렀다. 이사하기 바로 전날에는 친구들과 버나비 센트럴파크에서 하는 PUMPKINS AFTER DARK에 다녀와 맥주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너무 급하게 이사를 가게 되어 못 만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국 가기 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밴쿠버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해갔다.
Lynn canyon
Central park
Canada place / vancouver artgallery
Five guys VPL
PUMPKINS
나나이모로 향하는 훼리로 향할 때 짐이 너무 많아서 혼자 너무 힘들었다. 작은 짐들은 수하물로 처리하고 23kg가 넘어가면 들고 탑승했어야 했다. 작은짐도 말이 작은짐이지 박스, 큰 보조가방 백팩들이 있었다. 가장 컸던 나의 이민가방과 대형캐리어만 끌고 훼리로 향해다. 3단까지 펼쳐 꽉 채운 이민가방 무게만 50kg였다. 캐리어도 30kg 정도였는데 이 두 개를 혼자 끌고 가고 있으니 훼리 탑승 할 때도 내릴 때도 지나가던 분들이 도와주셨다. 덕분에 나나이모까지 잘 도착했고 나나이모에는 일하기로 한 레스토랑의 사장님께서 픽업 와 계셨다. 그리고 무사히 집까지 태워주셔서 이사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이때 알았던 사실이지만 나나이모는 지역이민점수? 가 만점이라서 영주권 따려는 사람들이 많이들 온다고. 나보고 영주권 생각이 있냐고 물으셨지만 아직 영주권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다.
집 거실
길가다가 주운 큰 낙엽...
나는 현재 레스토랑 서버로 일하고 있다. 나나이모라는 곳이 사실 밴쿠버처럼 큰 도시가 아니기에 엄청 바쁘게 돌아가는 건 아니다. 물론 주말은 정신없이 바쁘지만 말이다. 덕분에 모든 게 처음인 나는 하나씩 배워갈 수 있었다. 이곳에서의 식당문화와 시스템은 한국과는 또 정말 다르기에 하나씩 배워가는 중이다.
이곳에서 함께 살며 만난 친구들, 일하면서 만난 분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11월 중순이 다가왔다.
작고 아담한 지역 나나이모. 밴쿠버아일랜드에서 빅토리아 다음으로 큰 도시라는데, 도시라고 칭하기엔 인프라가 없지 않나 싶은데 또 있을 건 다 있다. 버스로 이동하기엔 불편하다. 일하는 곳은 꽤 가까운 거리이기에 종종 걸어서 출근하는데 걸어서 출근할 때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맑은 날 까만 밤 속에서 빛나는 별들을 보면 시골 할머니댁에 간 느낌을 받기도 하는 나나이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