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생활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 이곳의 분위기나 풍경도 익숙해질 때쯤 나는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이기에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이곳에 더 있기 위해선 '비자연장'을 해야 했는데 돈을 벌기 위해서는 '비지터비자'로는 한계가 있었다. 때는 12월쯤, 캐나다에서 더 오래 머무를 예정이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비자연장을 했어야 했고 더 이상 시기를 지체할 수 없었다.
그 어느 것도 결정하지 못했던 나는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실행으로 옮기고자 했다. 우선 'Maintained status visa' 로 변경하여 현재 지위를 연장하고자 했다. 이후 문제는 이후에 생각해보려 했다. ( 2024년부터는 캐나다-한국 워킹홀리데이비자 관련 부분이 많은 변화가 있어 1인 총 2회, 2년, 35세 미만으로 변화가 있을 예정이었다. )
그렇게 모든 부분을 다 알아놓았고 진행만 해놓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평소와 같은 날이었지만 한 통화로 인해 나는 한국으로의 귀국행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 통화를 받은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정말 너무 기쁨으로 가득한 통화였지만 예상치 못한 통화였기에 그날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던 걸로 기억이 난다. 하지만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알아봤던 비자연장? 다 필요가 없었다. 이젠 한국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을 세상이 나에게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다짜고짜 며칠 만에 비자연장과 한국행을 오가는 날들을 보냈다.
한국행을 급하게 결정했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상황은 아니었다. 애초에 최소 6개월은 거주하고 일하기 위해 온 나나이모였다. 신세지고 있는 너무 감사한 주변에게 피해를 줄 순 없는 부분이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의 사장님, 그리고 지금 지내고 있는 집주인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상황을 알렸다. 그들이 곤란한 상황이었다면 나는 비행기 티켓을 조금 늦게 결제해서라도 '비지터비자'든, 기존 생각했던 연장이든 할 수 있는 부분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두들 너무 감사하게도 내 상황을 이해해주고 비행기티켓을 결제하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내가 마무리할 수 있는 날짜, 사촌동생과도 이야기하여 비행기 티켓을 부랴부랴 결제했다.
한국으로의 귀국행. 2024년 1월 28일 비행기로 결정이 되었다.
12월 중순쯤 비행기 티켓을 급하게 샀던 것 같은데 나도 모를 이상한 감정에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이젠 진짜 떠난다는 것이 처음으로 실감 나는 순간이어서 그랬을까.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끝이 결정 나고 하나둘씩 정리를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사용하던 물건도 정리를 해야 했고, 짐이 너무 많으면 미리 한국으로 보내야 했다. 친구들과 인사도 해야 했다. 이젠 한국으로 가기 위해 기념품도 하나씩 사야 했다. 그렇게 마음먹고 돌아보니 사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한국에 들고 가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다. 선물하고 나눠주고 싶은 지인들이 너무 많은데 내 가방의 크기는 한계가 있었다.
- 나나이모에서는 언제까지 있을 것인가?
- 남은 일주일 어떻게 지낼 것인가?
- 남은 기간 가고 싶은 곳, 꼭 하고 싶은 일, 만나야 할 친구가 있다면 누구인가?
이 세 가지를 생각하며 하나씩 맞추어 나갔다. 사실 위에 답변들도 빨리 답이 정해지지 않았다. 여행계획이 조금 많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오로라를 보러 가고자 했다. 제일 유명한 옐로우 나이프. 비행기 티켓도 숙소도 가격이 미친듯이 오르고 있었다. 유콘으로 알아봤다. 옐로우 나이프도, 유콘도 알고리즘에 잡혔는지 내가 갈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이 아니었다. 또한 내가 가는 날짜가 보름과 가까이 있었다. 간다고 해도 날짜도 빠듯하고 오로라를 볼 가능성도 희박했다. 노선을 완전히 변경시켰다. 너무 좋았던 밴프를 한번 더 가볼까 했다. 이번에는 '비아레일'을 타고 말이다. 이 조차 시간이 애매했다. 어떤 시간들로 채우고 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번뜩하고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 장소들이 있었다.
'휘슬러'
'시애틀'
밴쿠버에서 당일치기로 가능한 곳이다. 언제든 갈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가보지 못 한 장소들이었다. 밴쿠버에서 산다면 갈 수 있는 여행지. 그러고 보니 나 휘슬러, 시애틀도 안 가봤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 오로라를 보러 가지 않아도, 밴프를 다시 보러 가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들로 채우고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남은 시간 휘슬러와 시애틀을 가기로 했다.
또한, 정말 좋은 기회가 닿아 '토피노'와 '유키(Ucluelet)' 에 갈 수 있었다. 내가 일을 하고 있던 레스토랑의 사장님은 '우쿠룰렛'에 스시집을 한 곳 더 운영중이셨는데 그렇기에 그 곳에 가서 캐나다의 가장 서쪽, 태평양 바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는 캐나다에서의 일적인 일정을 마치고 '토피노&유키(Ucluelet)', '휘슬러', '시애틀' 이라는 여행일정을 채워 더욱 풍족한 워홀 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