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관료는 어떻게 왕의 실책을 비판했을까?
조선 시대의 정치를 이해하는 데 있어 ‘재이사상(災異思想)’은 매우 중요한 열쇠다. 재이사상이란 하늘과 땅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재앙이나 기이한 현상[災異]을 군주의 잘못된 정치와 연결하여 해석하는 사상이다. 즉, 가뭄, 홍수, 지진, 일식과 같은 자연 현상을 단순한 자연의 변화로 보지 않고, 군주가 정치를 잘못했기 때문에 하늘이 경고를 내리는 것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따라서 재앙이 발생하면 군주는 가장 먼저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며, 신하들은 재앙을 불러온 정치적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내 왕에게 고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이러한 재이사상은 군주의 권력을 견제하고 정치를 바로잡는 중요한 논리적 장치로 기능했다.
아래 상소는 태조 7년 5월 3일자 기사다. 이 상소에서 간관(諫官)은 국가적인 재앙의 원인이 '과도한 토목 공사'에 있다고 말한다. 탕왕이라는 옛 성군의 사례를 들어, 백성의 원망이 하늘의 노여움을 산 것이라며 왕의 반성과 결단을 촉구한다. 상소의 내용을 현대어로 풀어서 썼다.
[간관(諫官)이 상언(上言)하였다.]
"옛 경서에 이르기를, ‘하늘의 노여움을 두려워하여 감히 편히 놀지 못하며, 하늘의 위엄을 경계하여 지금을 보전해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삼가 살피건대, 최근 몇 년 동안 홍수와 가뭄이 연달아 일어나 백성들이 생업을 잃고 굶주려 떠도는 이가 매우 많습니다. 올해는 봄부터 여름이 다 되도록 햇볕만 내리쬐고 비가 오지 않아, 천 리 땅에 풀 한 포기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이미 씨앗 뿌릴 시기는 놓쳤고 보리 수확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으니, 모든 신하와 백성 중에 탄식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임금께서도 깊이 염려하시어 모든 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간절히 비를 기원하셨지만, 아직 하늘의 뜻을 움직이지 못해 가뭄은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며칠 전에는 큰 폭풍이 불어 화재가 발생해 100여 채의 가옥을 태웠고, 그 화마는 닭과 개는 물론 임금님께 올릴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에까지 미쳤습니다. 가뭄의 재앙이 극에 달했고, 하늘이 내리는 재변이 참으로 큽니다.
옛날 상나라의 탕왕께서는 가뭄을 만나자 두려워하며 스스로를 꾸짖고 반성하며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나의 정치가 절차를 잃었는가? 백성을 고통스럽게 하였는가? 어찌하여 비가 이토록 오지 않는가? 궁궐을 화려하게 지었는가? 아첨하는 신하들이 날뛰는가? 어찌하여 비가 이토록 오지 않는가?’
이처럼 탕왕과 같은 성군께서도 자신의 잘못을 이토록 절실하게 꾸짖었기에, 하늘이 감동하여 비를 내려 백성을 재앙에서 구했던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건대, 전하께서 즉위하신 이래 해마다 큰 공사를 일으켜 백성들이 쉴 틈이 없었습니다. 전하께서도 그 폐단을 아시고 단지 기술자(공장)와 일이 없는 사람, 그리고 승려들에게만 양식을 대주며 일을 시키셨습니다. 하지만 여러 공사 현장에 동원된 사람이 수천 명이 넘으니, 이들이 처자식을 떠나고 부모님과 떨어져 몇 년 동안 고되게 일하며 쌓인 원망이 어찌 하늘의 조화로운 기운(화기)을 해치지 않았겠습니까?
어떤 이들은 ‘만세를 이어갈 나라의 기틀을 닦는 일이니, 이런 사소한 폐단은 걱정할 것 없다’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신의 생각으로는, 만년의 기틀을 반드시 한순간에 급하게 이룰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행히 지금 궁궐의 중심 건물(정침)은 완성되었고 도성의 성곽도 이미 쌓았습니다. 그러니 한두 해 정도 공사를 멈추고 백성을 쉬게 한 뒤에 나머지를 완성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하늘의 노여움을 두려워하시고, 스스로를 탓했던 탕왕의 마음을 본받으시어, 모든 토목 건축 공사를 일체 중단하여 주십시오. 부역에 동원된 백성들을 각자 집으로 돌려보내 부모와 처자식을 돌보게 하신다면, 고향을 그리워하며 쌓였던 원망이 그치고 조화로운 기운이 다시 살아날 것입니다.
청컨대, 임시 기구인 ‘궁궐 조성 도감’을 폐지하시고 그 업무를 상설 기구인 ‘선공감’에 넘겨 백성들의 부담을 덜어주시옵소서."
이 상소를 읽은 임금(태조)은 명을 내려, 도망간 승려를 대신해 끌려온 사람, 처자식이 있는 승려 27명, 그리고 기술이 미숙한 기술자 545명을 집으로 돌려보내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