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토론을 벌인 조선 국왕과 신하

정종의 질문 "지옥은 진짜 있는가?"

by 김욱

경연에서 『통감촬요』를 공부하던 중, ‘서역에 부처라는 신이 있다’는 구절이 나왔다. 이에 정종이 이의를 제기했다. 부처는 ‘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은 기독교의 초월적 유일신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통의 다신론·애니미즘 세계관 속에서 말하는 귀신이나 정령에 가까운 존재를 뜻한다. 정종의 의도는, 부처가 그런 무수한 귀신들과는 다른, 좀 더 수준 높은 개념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이에 신하 하윤이 곧바로 반박했다. 불교의 도는 실체가 없으므로 귀신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정종은 부처와 귀신에 대해 동시에 반론을 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바에 따르면, 귀신이라는 것이 그렇게 허무맹랑한 존재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한 불교의 살생 금지 가르침은 유교의 도에 견줄 만한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하윤은 다시 맞섰다. 유교는 불교처럼 무조건 살생을 금하지 않으며, 조상을 모시고 예의를 지키는 점이 불교와의 본질적 차이라고 했다. 이어, 불교가 살생을 금하고 윤회·업보를 설한 것은, 불교가 발생한 서역 사람들의 성질이 포악했기 때문에 그들을 달래고 겁주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정종은 하윤의 논리에 수긍하면서 마지막으로 불교에 관한 개인적 궁금증을 묻는다. 부처가 정말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는지, 그리고 사람이 죽으면 지옥에 가는지가 그것이었다. 하윤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라 일축하며, 사람은 죽으면 실체가 사라진다고 답했다. 그리고 군주는 그런 비합리적인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종 2년 1월 10일 기사 (현대어 번역)

왕이 학문을 토론하는 경연 자리에서 신하들과 함께 《통감촬요》를 공부하다가 불교와 유교에 대해 신하 하윤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경연에 참석한 왕은 《통감촬요》의 ‘서역에 신이 있는데, 그 이름은 부처라 한다’라는 구절에 이르자,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왕: "부처를 ‘신(神)’이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


그러자 경연 담당관인 하윤이 대답했다.


하윤: "중국 고대 시대인 오제 삼왕 때에는 불교가 없었습니다. 한나라 명제 때에 이르러서야 불경이 비로소 중국에 전해졌습니다. 불교의 도는 ‘적멸(모든 번뇌가 사라진 고요한 경지)’을 핵심으로 삼기에, (실체가 없는) 귀신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왕: "귀신의 도를 완전히 허무맹랑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내가 예전에 고려 왕조에서 대언(왕의 비서) 벼슬을 할 때 일이다. 고려의 왕을 따라 장단 지역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생 대여섯 명이 갑자기 동시에 원인 모를 복통을 앓았다. 그래서 감악산의 신에게 술과 고기를 바치며 제사를 지내고 기도했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한 기생에게 신이 내렸다. 그 기생은 몸을 뒤집고 넘어지며 펄쩍펄쩍 뛰면서도 부끄러움을 전혀 몰랐으니, 어찌 이런 현상을 헛된 것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또한, 불교는 자비심으로 살생을 하지 않는 것을 도로 삼는데, 우리 유학의 도리에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죽음을 싫어하는 이치가 있으니, 이 점은 서로 비슷하지 않은가?"


하윤: "유학의 도는 함부로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불교처럼 무조건 금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학은 위로는 조상님 제사를 잘 모시고 아래로는 손님을 잘 대접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뿐입니다. 본래 서역 사람들은 모두 성질이 포악하고 무도했기 때문에, 석가모니가 ‘자비’와 ‘살생 금지’를 내세워 그들을 달래고, ‘윤회’와 ‘업보’의 개념으로 겁을 준 것입니다. 그러니 이는 군주께서 믿으실 만한 가르침이 아닙니다."


왕: (수긍하며) "그렇군."


이어서 왕이 물었다.


왕: "석가모니가 어머니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다고 하던데, (유교의 위대한 성인인 공자께서는) 어째서 그런 기이한 이야기를 책에 기록하지 않으셨는가? 또 사람이 죽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도 거짓인가?"


하윤: "그것은 매우 이치에 맞지 않는 말입니다. 어찌 사람으로 태어나면서 옆구리로 나오는 자가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성인께서 기록하지 않으신 것입니다.


또한 사람은 음양오행의 기운을 받아 태어나고, 죽으면 그 음양의 기운이 흩어져 정신인 혼(魂)은 위로 올라가고 육신인 백(魄)은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러니 다시 어떤 실체가 남아서 지옥으로 갈 수 있겠습니까? 이는 불교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일로 어리석은 백성들을 꾀어내는 것이니, 군주께서는 믿으시면 안 됩니다."

왕은 하윤의 말을 옳게 여겼다.



경연에서 《통감촬요》를 강하다가 불교 및 유교에 대해 하윤과 문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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