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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과 그림자 Sep 19. 2024

<크리스마스 파티>

10. 오토바이와 고양이

진오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2개월쯤 되었을 때, 정원을 우연히 길에서 보게 되었다. 키가 커서 맨 뒷자리에 앉는 반아이였다. 진오는 키가 그다지 크지 않아서 앞에서 두세 번째 자리에 주로 앉았다. 뒷자리의 키 큰애들과는 별로 교류할  일이 없었다.

정원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2학년을 마치고 일 년을 휴학하고 들어 왔었다. 일진이라는 소문까지 도는 거칠어 보이는 애였다. 정원은 항상 몸에 붙는 하얀 티를 입고 그 위에 교복을 입었다. 교복 단추는 다 풀어헤치고 다녔다.

교복 안 티셔츠는 몸의 형태를 잘 드러냈는데 꽤 단단히 자리 잡은 근육이 보였다. 몸은 유연하면서도 강단 있어 보였다. 정원의 눈에 띄는 옷차림 때문에 한 번씩 깐깐한 학생부 선생님께 지적은 받았다. 그럴 때는 정원은 얼른 단추를 잠그고 선생님께 깍듯이 인사했다. 학생부 선생님은  정원이 옷매무새를 바로 잡고  예의 바른 태도를 보이면 씩 웃으며, 정원의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두드려주었다.  정원이 반항적이지 않아서인지 아직까지  심하게 혼난 적은 없었다.


 수학학원을 가지 않고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날, 진오가  단지 앞 도로에서 길을 건너려고 신호등을 보고 있을 때 정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헬멧을 쓴 채 지나갔다. 진오는 정원이 오토바이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이 신선하고 재미있어 보였다. 정원의 키가 워낙 크고, 체격이 좋아서 그런지 완전히 성인처럼 보였다. 진오는 갑자기 정원에 대해 궁금해졌다.


다음 날 학교 체육 시간에 진오는 정원에게 다가가 슬쩍 물었다.


"정원아, 어제 너 오토바이 탔지? 리센츠 상가 앞 횡단보도에서 봤어."


정원은 평소에 자신에게 한 번도 말을 건 적이 없었던 진오가 말을 걸어오자 무심히 대답했다.


"나야, 매일 타지. 난 17살이라 오토바이 운전면허도 있어. 만 16살 되자마자 땄어."


 진오는 만 16살이 되면 오토바이 면허를 딸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최근에 진오가 하는 게임들 중에는 오토바이 경주 게임도 있었다. 물론 그 게임에서도 경주자가 펜스 밖으로 튀어나가 죽거나 다쳐도 다시 리셋되며 멀쩡해졌다 게임에서 부활은 항상 일어나는 일이었다.


 정원은 진오에게 어머니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진오는 자주 지각하며 수업 시간에 늦게 온 뒤 거의 엎드려 있거나 멍하게 창밖만 보고 있었다. 정원도 수업을 열심히 듣지 않고 앞 좌석에 앉아 있는 반아이들이 하는 행동들을 유심히 보는 게 취미였다. 모범생인 몇몇 애들만 빼면 다들 딴짓들을 하고 있었다. 만화책이나 잡지를 숨겨놓고 보는 것이 가장 흔한 일이었다.


 진오 녀석은 얼빠진 놈처럼 보였다. 항상 힘없이 늘어져 세상 다 산 것같이 지쳐 있었다. 한 번은 진오의 그런 태도가 거슬린 국어 선생님이 분노가 폭발해서 진오의 종아리를 스무 대나 때렸다.

 진오는 며칠을 절뚝거리고 다녔다. 그런 상황인데도 진오의 아버지가 학교로 방문하지 않아서 정원은 신기했었다.


'이 동네 부모가 저럴 리가 없는데, 진오 자식 집에서 대화가 부족하네.'


정원은 무심한 듯 반친구들의 성격이나 행동을 눈썰미 있게 파악했다. 아무도 정원관찰력을 눈치채지 못했다.

정원은 마음속으로 '진오는 얼빠진 딱한 놈'이라는 적확하고 짠한 표현으로 정리했다.


 정원이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지도 않은 토바이 면허정보까지 말해 주었다. 진오는  정원이 소문과는 다르게  착해 보였다.

진오는 내친김에 하고 싶었던 일을 부탁했다.


" 나, 네 오토바이 좀 타보면 안 돼?"


"자식, 선을 순식간에 넘네. 나랑 오늘 처음 말을 텄는데 오토바이까지?

 눈치가 뭔지도 모르는 이런 태도를 뭐라고 하는지 알아? 네 가지가 없다고 할걸?"


정원은 고개를 뒤로 젖히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오는 당황하며 얼른 자신의 부탁을 철회했다.


"뭐..... 싫으면 안 해줘도 돼."


"난 내 오토바이를 아무나 태워 주진 않는데, 뭐 줄 거 있어?"

정원은 처음 당하는 일이라 그냥 말이 나오는 대로 던졌다.


 진오는 완전히 거절이 아닌 정원의 태도에 희망이 살아났다. 진오의 표정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진오는 눈을 반짝이며 살짝 미소를 띠고 대답했다.


"내가 치킨 낼게"


"야, 너네 둘 아주 자유로운 영혼들이네.

진오, 너는 웬일로 신이 나서 체육부장 정원이 일 못하게 방해야?

정원이는 뭐 하니? 공 3개 부족하잖아."


체육 선생님은 진오를 보고 심하게 야단치진 않았다. 진오는 모처럼 표정이 밝고 힘이 나 있었다.

정원은 진오 쪽을 보고 주먹을 쥔 채로 엄지를 내려서 진오 때문에 야단맞은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리고 뛰어서 체육실 창고로 공을 가지러 갔다. 

체육 시간이 끝난 후 진오와 정원은 교실로  걸어가며 약속했다.


"좋아. 그럼 이따 학교 끝나고 학교 앞 사거리에 있는 꽁냥꽁냥 치킨 집에 주문해.

내가 너네 집으로 갈게. 난 양념 안 먹어. 그냥 프라이드로만 두 마리 시켜.

소스는 2가지 종류로 달라고 해. 스위트 칠리소스랑 청양 마요 소스."


정원은 진오에게 요구 사항을 말하고, 오토바이 타는 걸 가르쳐 주기로 했다.

진오의 집에 정원이 통닭 두 마리를 가지고 배달 왔다. 진오는 모처럼 친구가 집에 와서 반가웠다.

진오도 한 단지에서 오래 살아 유치원 때부터 친했던 애들이 몇몇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놀지 않게 되었다.


진오는 친구 어머니들의 친절하지만 가엽게 여기는 것 같은 눈빛이 싫었다. 친구들도 특목고 입시로 바빠 진오와 만날 수도 없었다. 친구 어머니들은 어릴 때부터 똑똑했던 진오가 게임 중독이 되었다는 정보를 공유했다.

모두 진오 심정이 이해 간다고 말했다. 친했던 친구들과 진오는 이미 달라져 있었고, 그 간극을 뛰어넘기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서로의  시간표며 동선들이 많이 달라져서 오다가다 마주치지도 않았다.


치킨을 먹은 후 진오는 아쉬운 대로 자전거 헬멧과 장갑을 끼고 고글을 썼다. 집밖으로 나와 오토바이 손잡이를 잡고 앞자리에 앉아 있는 정원을 바라보았다. 정원은 뭘 꾸물거리냐고 뒷자리에 앉아 빨리 자신의 허리를 잡으라고 했다. 진오는 시키는 대로 정원의 허리를 잡았다. 그 순간 진오는 정원이 아주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다.


진오는 동네 공터에서 정원에게 오토바이 타는 법을 배웠다. 진오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집 근처 한강변으로  자전거를 많이 타러 다녔다. 그래서, 균형 감각이 몸에 배어 있어 오토바이 타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오토바이를 타려고 하니, 자전거와 무게가 다르고, 속력이 달라서 쉽지 않았다,


"야, 조심해. 얼마 전 학교 운동장에서 오토바이 타는 것 연습하던 중년 여자분이  왼쪽 얼굴 피부가 다 날아갔대. 속도 낸 상태에서 오토바이가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이 쓸려서. 오토바이 타는 거 만만히 보면 큰 일 나." 


정원은  세심하게 기계 작동법을 알려 주었다. 발을 착지하는 법, 손잡이 잡고 시동 거는 법등 뭐 하러 이런 것까지 설명하나 싶을 정도로 세세히 가르쳐 주었다. 진오가 오토바이를 서투르게 작동해도 고함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정원은 진오에게 따듯한 봄날의 미풍 같았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진오가 제대로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

"

진오는 오토바이를 잘 타게 되자 , 자주 타고 싶었다. 번번이 아르바이트하는 정원의 오토바이를 얻어 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진오는 오토바이를 타는 동안 어머니가 없는 공허함과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진오는 오토바이를 꼭 사고 싶었다. 오는  어릴 때부터 받은 세뱃돈과 용돈 모은 돈으로 중고 오토바이를 사려고 했다.

정원의 오토바이가 좋아 보여 혹시 팔겠냐고 물었다.

정원이 엄청 가라앉고 시무룩한 모습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이 오토바이, 엄마가 새로 시집가면서 사준 거야. 한 번만 그딴 소리하면 다시는 너 안 봐."


정원은 울컥해하다가   외할아버지와 살게 된 경위를 진오에게 털어놓았다.

정원의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산업재해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정원의 엄마는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정원은 청혼을 받고 고민하는 엄마의 모습에 너무 실망해서 외갓집으로 가출했다. 정원이 외갓집으로 가출하는 바람에 외할아버지는 딸이 청혼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원의 외할아버지는 정원의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했다. 외할아버지는 슬픔에 빠진 딸이 다시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외할아버지는  망설이는 정원 어머니의 재혼을 정원이 모르게 적극적으로 북돋았다. 정원이 화가 나 어머니를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떼를 쓰며 어머니와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외할아버지는 이민 간 외삼촌이 있는 뉴질랜드로 1년 가 있는 게 어떠냐고 정원에게 권했다.

정원은 어학연수 갈 경제적 형편이 안 되는 것은 알았다. 그래도 어머니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 외삼촌이 소개해 준 뉴질랜드의 유학생을 돌봐주는 가디언의 집으로 떠났다.


외할아버지는 천식에다 10년 전에 수술한 갑상선암이 폐로 전이된 상태였다. 암이 늦게 발견되어 수술도 불가능했다. 언제 악화될지 모르는 건강상태 때문에 딸과 손자에게 죽기 전에 뭔가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정원의  외할아버지는 평생 동안 저축한 돈을 정원의  뉴질랜드 유학을 위해 썼다.


진오는 정원을 통해 치유되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다. 진오는 어머니가 살아 있어도 자주 보지 못하고 심지어 아빠의 친구였던 분과 살고 있는 것보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는 미안함이 느껴졌다. 정원에게는 안타까움과 연민을 가졌다.


 진오가 16살이 되는 생일날, 영재는 진오에게 오토바이를 선물해 주었다. 진오와 함께 진료를 받는 정신과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뒤 내린 결정이었다. 진오가  오토바이 운전면허를 따고 , 헬멧, 재킷, 바지, 신발, 장갑, 고글 등 안전장비를 다 갖추면 진오가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진오는 영재를 껴안고 감사하다고  여러 번 말하며 기뻐했다.

진오는 무기력과 깊은 우울의 터널에서 한 발자국씩 밝은 세상을 향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진오는 오토바이를 생일선물로 받은 후 정원과  밤거리를  자주 달렸다. 배달일을 같이 하기도 했다. 둘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고,  고양이를 함께 돌보기도 했다. 노래방 앞에서 떠돌던 흑백 무늬의 고양이 짱이를 정원의 부탁으로 진오가 입양해서 키웠다.


 진오는 고양이를 원래는 좋아하지 않았다. 정원이 어느 날 달마티 같이 몸에 흑백 무늬가 있고 얼굴의 왼쪽 눈을 둘러싸고 코를 둘러싸고 검은 무늬가 동그랗게 있는 고양이를 진오에게 입양할 것을 권유했다. 낮에는 노래방에서 돌보지만 밤에는 갈 곳이 없는 길고양이니 좀 데려가서 키워달라는 부탁이었다.


정원은 여름방학 때 진오와 자유로 쪽으로 라이딩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쉬고 있을 때 짱이 이야기를 꺼냈다.


"야, 너네 집 넓고 개나 고양이 없지? 키워?"


"와서 봐놓고, 바라는 게 뭐야?

내가 열 살 때까지 엄마가 결혼하기 전부터  키우던 푸들이 있었는데, 떠났어.

 그때 엄청 울었지. 엄마 돌아가실 때만큼 운 것 같기도 해."


"그럼, 고양이 한 놈 입양해. 싸고, 이 거리 '짱'이야. 길고양이 무리에서 꼭 두목같이 보여. 센 녀석이지. 얼마 전 누런 호박색 고양이를 거의 죽을 만큼 다치게 했지. 그 호박 고양이 양쪽 눈 주변이랑 다리등 성한 데 없었대.

온통 상처투성인 채로 치킨집 옆 카페 앞에 웅크리고 있다가, 운 좋게 지나가던 맘씨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한테 구조돼서 치료받고 입양됐대.

내가 둘이 싸우는 걸 봤거든. 호박이랑은 상대 자체가 안돼. 카페 누나가 호박 고양이 천운이라고 하더라.

그런 고양이를 거두는 사람도 있다니, 신기해."


진오는 정원이 매우 진지하고, 길게 길고양이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의아했다.


"와.... 말이 왜 이렇게 길어? 그렇게 센 녀석이 뭐가 문제야?"


정원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불쌍해서. 밤에 잘 때가 없어. 낮에는 그럭저럭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래봤자, 길고양이지.

 녀석이 너무 활발해서 오히려 불안해 보여.

 저러다 '꽝' 오토바이에 칠 수도 있고. 뭐 고양이들은 재빨라서 잘 치지는 않지만......

어쨌든 녀석이 좋아. 그냥 귀여워."


준오는 정원이가 그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처음 봤고, 정원의 따뜻한 마음이 투명하게 보였다.


"네가 키우지? 그렇게 좋으면."


정원은 약간 풀이 죽었다.


"할아버지가 천식이 있어. 동물털에도 엘리지 반응을 보이고. 뭐 어쨌든, 안돼, 집도 좁고."


정원은 좀 짜증스럽게 말하고, 조용해졌다.


"싫으면, 관둬. 매일 억울한 표정 짓는 너, 늙은 호박색 고양이처럼 짱이가 공격하게 할랬더니."


"억울? 우울이 아니라?"


 진오는 되물었다.


"우울이나 억울이나? 억울하면 우울하고, 우울하면 남탓하게 되고, 그러면 억울하고.

나는 엄마 탓하느라 억울하다. 죽은 착한 내 아빠가 불쌍하고.

 왜? 너는 왜 항상 우울한 새끼가 억울하다고는 안 하는 거야?"


짜증 내는 정원에게 진오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죽은 사람만 억울하다는 말, 안 들어 봤어? 우리 엄마가 억울한 거고, 난 우울한 거야.

나는 죽은 엄마 탓하며 억울해하긴 싫어."


정원은  대화에 흥미를 잃은 듯  무표정으로 오토바이 손잡이를 만지작 거렸다. 진오도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날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바람이 많이 불던 날,. 진오는  영재에게 꽁냥꽁냥 치킨 2층 노래방 주인이 밥 주는 고양이 짱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재는 진오가 길고양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진오는 요즘은 늦게까지 게임을 하지도 않았고 학교에 지각도 하지 않았다.

영재는 돌볼 동물이 생기면 진오가 외로움을 덜 느낄 것 같았다. 인영이 없어 휑한 집에 생기발랄한 고양이가 오면 집안 분위기도 더 활기가 돌 것이다. 영재는 기꺼이 짱이를 입양하는 것에 동의했다.

진오는 정원에게 아버지가 고양이 입양을 허락한 사실을 알렸다. 저녁에 정원이 짱이를 찾아서 진오에게 넘겨주었다. 정원은 노래방 주인이  짱이가 입양된다는 소식을 듣고 한시름 놓았다고 전해줬다. 노래방 주인은 도맡아 고양이를 기르기에는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아 항상 짱이에 대한 마음의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

영재와 진오는 짱이를 데리고 야간 진료를 하는 동물병원에 데려가 검진을 받게 했다. 커다란 조립용 캣타워 두 개를 병원에서 운영하는 애완동물 용품점에서 사고, 몸을 한 바퀴 정도 돌릴 수 있는 플라스틱 화장실과 모래도 샀다 영재와 진오는 집에 오자마자 캣타워를 조립한 후 짱이를 중간쯤 되는 위치에 놓아주었다.  

짱이는 길고양이였지만 캣타워에 금방 적응했다. 두 개의 캣타워를 수직으로 왔다 갔다 하며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훨훨 나는 듯 옮겨 다녔다. 그러다 두 개 중 높은 캣타워 맨 꼭대기에 웅크리고 자리 잡았다. 화장실도 마치 태어날 때부터 사용한 것처럼 모래에다 용변을 봤다. 짱이는 순식간에 진오와 영재를  매료시켰다. 짱이는 마치 아기 때부터 진오와  살아온 것 같았다.

진오와 정원은 짱이와 함께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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