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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과 그림자 Oct 11. 2024

<종이 가방>

“어머니, 종이접기를 참 잘하시네요. 어쩜 야무지게 손끝에 힘을 줘서 꼭꼭 누르시네.”

데이케어 센터 선생님은 시범 수업에 참여한 홍순을 칭찬했다.


“모처럼 집중하니 참 재밌네요. 가방도 너무 예뻐요.”


홍순은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 처음 만났지만 친구 같은 2명의 조원들과 종이가방을 만들었다.


“어머니, 이제 손잡이를 접어서 붙이고, 스티커로 장식하시면 완성됩니다.”


홍순은 선생님의 말대로 색종이를 사분의 일로 잘라 반으로 접어 펼쳤다. 접힌 자국에 따라 중간선에 맞추어 다시 양쪽에서 반으로 접고 합쳤다.

홍순은 손잡이 끝만 가방에 붙이기 위해 펼쳤다. 풀을 칠해 가방 덮개 중간쯤에 접은 가방끈을 아치 모양이 나도록 붙였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입체 스티커로 가방 끈과 덮개가 연결되는 부분과 덮개에 중간에 세로로 갈라진 부분의 틈을 메꾸며 장식했다.


홍순은 신이 나고 힘이 났다. 최근에 이렇게 재밌고 보람 있는 일을 해 본 적이 없었다.


                                         *

 

“엄마, 수업 어땠어요?”


시범 수업 2시간 동안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던 둘째 딸 영아와 셋째 딸 민아가 데이케어 센터에서 홍순을 데리고 나오며 물었다. 영아민아는 조심스러웠다.

홍순이 데이케어 센터에 절대  안 가겠다고 울기도 하고 화도 냈기 때문에 두 딸들은 긴장해 있었다.


“너무너무 재밌었어. 내가 어디 가서 이렇게 예쁜 가방을 만들겠니? 당장 내일부터 다닐래.”


홍순은 자신이 만든 가방을 두 딸에게 보여 주었다. 민아는 얼른 가방을 사진 찍어 가족 카톡방에 올렸다.


“엄마가 앞으로 데이케어 센터 다니신대. 정말 좋아하셔. 이게 엄마가 만든 가방.”


“그래? 와! 예쁘다. 어쩜 정교하게 잘 접었네.”


현아는 카톡에서 홍순이 접은 가방을 보고 감동받았다.


                                        *


 홍순이 데이케어 센터에 간 셋째 날, 현아는 홍순의 집에 2시간 미리 가서 기다렸다. 홍순의 가방은 TV옆 거실장 위에 놓여 있었다. 카톡에서 사진으로 봤던 현지는 가방의 크기가 생각보다 작아서 놀랐다.

일반 색종이 크기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현지는 미처 가로 15센티 세로 15센티인 일반적 색종이 크기를 감안하지 않았었다.

양면 색종이를 접어 만든 작은 가방이었다. 한 면은 하얀 배경색에 연두, 분홍, 회색, 민트색 등 다양한 하트와 하트가 그려진 동그라미들이 인쇄되어 있었다. 하트에 하얀 글씨로 ‘Love’라고 적혀 있었다. 또 어떤 하트에는 확대하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영문 글씨가 쓰여 있었다.


현아는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사진을 확대했다.


‘Where there

is  love

there is sunshine

You light

up my heart “



, 생각보다 그럴듯한 문장이네. 사랑이 있는 곳에 햇빛이 있다. 당신은 나의 마음을 밝히네."


현아는 홍순이 접은 종이가방이 엄청나게 큰 의미 있는 존재로 다가왔다.


“이 가방, 더 크게 만들고 싶다. 가진 중요성에 비해 크기가 너무 작아. 엄마의 생활을 통째로 바꾼 녀석인데. 집채만 해도 작아.”


어느새 홍순이 올 시간이 되었다 현아는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홍순이 사는 아파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주차장문까지 11개의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홍순이 데이케어 센터 셔틀을 타고 도착했다. 현아는 홍순이 계단 난간을 잡고 올라가는 모습을 동생들에게 동영상을 찍어 보냈다.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홍순의 뒷모습은 작고 가냘프고 느렸다.

홍순은 난간을 잡고 한 계단 한 계단 천천히 올라갔다.


집에 도착하자  현아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엄마, 우리 이 작은 가방 크게 만들어 볼까?”


홍순은 큰 딸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할 수 있지. 근데 큰 종이가 있어? 색종이들은 다 요만한데.”


홍순은 종이가방을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확신이 없어 작고 뒷 끝이 흐린 목소리였다.


“종이가방을 접을 때 손가락에 힘을 주어서 꾹꾹 누른 후 손톱 끝으로 한번 훑어야 깔끔하고 예쁘게 접혀.

대충 힘없이 누르면 형태가 제대로 안 잡혀. 나, 선생님한테 칭찬 많이 받았어.”


작은 색종이를 접을 때는 자신이 있다고 말하며  홍순은 자신감을 가지고 가방 접는 법을 설명했다.

 현아는 홍순에게 큰 종이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마, 내가 준비물 다 준비해 올 테니까 , 이 종이 가방 같이 크게 만들어 보자.”


현아는 주말에 남대문 시장 <알파 문고>로 갔다. 홍순이 가방을 만든 색종이와 최대한 비슷한 하얀색과 연보라 색상지 전지를 4장씩 8장 샀다. 그리고 종이가방을 장식한 입체 스티커와 비슷하지만 훨씬 큰 알록달록한 정사각 부조 큐빅 스티커도 여러 장 샀다.

현아는 집에서 양면테이프로 사 온 색상지들의  이어 붙였다. 현아경계를 이은 색상지를

직사각형에서  정사각형으로  잘라낸 후 남은 부분은 손잡이를 만들기 위해 남겨 두었다.

크게 만든 정사각형 색상지 두 장을  앞면은 하얀색, 뒷면은 연보라색으로 겹쳐서 돌돌 말았다. 커다란 양면 정사각형 종이가 완성되었다.

 현아는 종이를 돌돌 말아 고무줄로 풀리지 않게 고정했다. 까렌다쉬 워터 파스텔과 홀베인 수채 물감을 짜놓은 수채화 팔레트, 수채붓 가방을 챙겼다.


현아는 홍순이 만든 종이가방을 접는 방법도 연구했다. 소중한 종이가방을 해체할 수는 없었다. 스케치북을 찢어 정사각형을 접고 필요 없는 부분은 잘랐다.


현아는 홍순이 만든 가방과 같은 모양이 나오도록 수십 번을 이리 접고 저리 접으며 연구했다. 마침내 홍순이 접은 가방모양이 나오자 현아는 반복해서 접는 연습을 했다. 홍순에게 큰 가방을 접게 하기 위해서는 현아 자신이 완벽하게 접는 방법을 숙지해야 했다.


현아수요일요일 시간 날 때 홍순의 집을 방문했다. 홍순은 수요일을 쉬는 날로 정하고 월, 화, 목, 금, 토 주 5회를 데이케어 센터를 다녔다.

홍순은 데이케어 센터를 다녀오는 날에는 지쳐서 집에 돌아오면 양치하고 세수하고 침대에 눕기 바빴다. 그래서 현지는 수요일이나 일요일에 두 시간씩 홍순과 커다란 종이가방을 만들었다.


“엄마, 일단 종이가 크니까 내가 작은 종이로 접는 거 알려주면 보고 그대로 접어요.”


홍순은 거실 반을 가린 정사각형 색상지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이게 웬일이니. 허허허, 뭐 해보지. 이건 너무 커서 발바닥이나 손바닥으로 꼭꼭 눌러해야겠다. 아이코, 힘없어.”


현아는 홍순이 넘기다 멈춘 종이를 같이 접어주었다. 홍순은 양면이라 더 두꺼워진 색상지를 접는 게 힘들었다. 그래도 한번 접으면 힘 있게 빳빳이 서서 형태가 무너지지 않아서 좋았다.

홍순은 커다란 색상지를 현아가 알려주는 대로 접으며 만감이 교차했다. 네 아이들에게 색종이 접기를 가르쳤던 일이 생각났다. 청개구리였던 것 같다. 개구리의 뒷다리 사이를 누르면 폴짝폴짝 뒤는 종이개구리였다.


아들 준호는 청개구리 같았다. 여자 아이들과는 달리 정말 말을 안 들어서 홍순은 자주 고함지르고 회초리로 종아리를  때린 적도 있었다.

그랬던 준호는 이젠 세 아들의 아빠가 되었다. 학원을 경영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아침마다 홍순을 데이케어 센터 차에 태워주러 온다. 홍순은 전생같이 느껴지는  오래전 일이지만, 준호에게 고함지르거나 때렸던 일이 후회되었다.


‘이제 어쩌겠어. 나도 애를 네 명이니 낳았다고 야만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살았는데.

자식이 많은 게 복이지.’


홍순은 접은 종이를 주먹 쥔 손으로 힘주어 눌러 형태를 잡으며 생각했다.

홍순은 가방을 접다 고개를 들어보니 웃음이 얼굴에 주렁주렁 열린 현아와 눈이 마주쳤다.


“엄마, 어때? 엄청 재밌지?”


“나야 뭐. 재미있지. 그런데 네가 훨씬 재미있어 보이네. 엄마 보니까 아직 멀쩡하지? 이렇게 큰 가방도 접을 수 있고. "


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접는 게 끝이 아니야. 하트랑 동그라미에 작은 하트 그리고 작은 글씨도 라이너 펜으로 똑같이 써야 해. 수성 파스텔로 큰 그림들 자리 잡고 작은 하트들도 군데군데 그리고.”


홍순과 현아는 3주에 걸쳐 커다란 종이가방을 작은 종이가방과 똑같이 만들었다. 손잡이도 접었고 연보라 색상지에 하얀 물방울 무늬도 넣었다. 홍순이 지치면 현아가 도와주긴 했지만  홍순이  대부분의 작업을 직접 하고 싶어 했다.


“와, 완성. 엄마 가방이 크게 똑같이 만들어졌어요.”


홍순과 현아는 서로 껴안기도 하고, 박수도 크게 쳤다. 여러 번 하이 파이브도 했다.


현아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멀찌감치 떨어져서 가방을 바라보았다.


“가방 완성 이벤트로 뭘 하지? 어떻게 해야 이 가방이 의미 있어 보일까?”


현아는 생각하다 가방 덮개를 열고 들어가 앉았다. 넉넉한 공간이었다.


현아는 가방에서 나와 기뻐 폴짝 뛰기도 하고 박수도 쳤다. 홍순은 현아를 보며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엄마, 대박이예요. 엄마가 사람이 넉넉히 들어가는 가방을 완성했어요.

여기 들어가 무릎 세우고 앉아서 나를 보고 웃어요. “


홍순은 얼떨결에 현아가 시키는 대로 가방 안에 앉았다.


인증샷,  찰칵.”


현아는 소리를 내며 사진을 찍었다.

홍순은 가방 안에 앉아 양손으로 브이 표시를 했다.


                                         *


홍순은 심박기 수술을 한 후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했다. 그래서 노인장기요양 4등급을 받았다.

홍순은 요양 보호사의 도움을 받게 된 후 거의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운동은 주 2회 홈 트레이닝 강사가 방문해서 50분씩 수업을 받으며 하는 게 전부였다. 자녀들은 홍순에게 근육이 빠지지 않도록 혼자서 자전거를 타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순은 건성으로 대답할 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홍순은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요양 보호사가 다녀간 후, 하루 종일 TV를 보았다.

때때로 1남 3녀인 자녀들에게 돌아가면서 전화하기도 했다. 너무 심심했고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었다.


홍순이 전화를 했을 때 자녀들의 반응은 그때그때 달랐다.

맏딸 현아는 어떤 때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엄마, 벌써 3번이나 한 말을 왜 처음인 듯 반복해?

이제 별일 없으면 전화하지 말아요."


"내가 언제 전화했었니? 전화한 줄 몰랐다."


홍순은 자녀들이 여러 번 전화한다고 짜증을 낼 때면 자신이 언제 전화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전화를 7번 받았다는 귀여운 막내딸 민아는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걱정했다.


"엄마, 정말 기억이 안 나? 정말 큰 일이네. 자꾸 TV만 보고 운동도 안 해서 그런가?"


"아니야. 다 기억나. 너무 심심해서 전화하다 보니 여러 번 됐나 봐. 이제 전화 안 할게."


홍순은 <미스터 트롯>을 다시 보았다.

홍순에게 유일한 낙은 성당이었다. 홍순은 수요일 오전 10시 레지오를 가서 회합을 한 후 레지오 단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올 때 피가 따뜻해졌다. 따뜻한 피가 힘없고 쭈글쭈글한 홍순의 몸을 데우며 돌았다.

홍순은 일주일 내내 수요일 오전과 일요일 11시 미사를 기다렸다.

근처에 사는 아들 준호가 수요일과 일요일에 성당에 데려다주었다. 차로 준호가 성당을 데려다주면, 홍순은 집으로 돌아올 때는 성당 신자들과 이야기를 하며 오순도순 걸어왔다.


평소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어느 수요일 저녁이었다. 홍순은 현아가 집으로 왔을 때 레지오 회원 중 한 사람이 자신을 자꾸 구박하고 무시한다고 하소연했다.

"형님은 왜 자꾸 했던 말 또 해요?

얼마나 짜증을 있는 대로 내는지. 정말 참기 힘든 신경질을 꾹 참았다니까."


홍순은 집에 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삭혀지지 않았다. 현아는 홍순의 화난 모습을 보고 건망증이 단순한 노화 현상에 그치지 않고 치매로 발전했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홍순은 수십 년간 레지오 활동을 했는데, 최근 들어 무시당해 자존심이 상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

게다가, 최근에 레지오 단장이 준호에게 전화를 했다.

준호를 홍순의 아파트 단지에서 우연히 만나 어머니가  정신이 없다고  말한 지 열흘 정도 지나서였다.

레지오 단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 우리 레지오 단원들이 회의를 했는데 , 홍순 카타리나 씨가 치매 방지약을 먹어야 레지오에 참여 가능하다고 정했어요.".


준호는 카톡으로 세 자매들에게 레지오 단장의 말을 전하며 어머니에 대해 어떻게 할지 의논했다.

홍순의 자녀들은 그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맏딸인 현아가 홍순을 <분당 제생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신경과 의사와 간단한 상담을 받은 후 약을 처방받기 위해서는 인지 검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2주 뒤 다시 병원에 가서 현아가 1시간 넘게 설문 조사지에 대답한 후, 인지 상담사와 홍순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검사가 끝난 후 홍순은 의사에게서 경도인지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우선 한 달 치 약처방을 받았다.


홍순이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후   영아는 홍순을 데이케어 센터에 보내자는 의견을 냈다.

지금처럼 지적 자극도 없이 지내다가는 치매가 급속도로 진행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네 자녀는 결국 홍순이  데이케어 센터에서 시범 수업을 받기로 결정했다. 홍순은 계속  울면서 항변했다.


"내가 왜 이렇게 편한 집을 두고 치매 노인들이 모여 있는 데이케어 센터에 가야 해? 안 갈 거야."


아침부터 예약한 시범 수업도 안 가겠다고 홍순이 떼쓴 2024년 2월 14일 수요일이었다. 오후 2시에 홍순은  시범 수업을 받으려  두 딸과 데이케어 센터를 갔다.


                                            *


큰 가방을 완성하고 며칠 뒤 골프 라운딩을 마친 현아는 홍순이 데이케어 센터에서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인도 하고 러시 아워도 피할 겸 홍순의 집에 들렀다.

비번을 누르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현아는 환호성을 질렀다.


“엄마, 가방 안에서 쉬고 있네. 멕시코 인형 같아. 아니 아기 같아. 뱃속의 아기.”


홍순은 가방 속에 앉아서 대답했다.


"응, 준호가 아침마다 나를 이 가방에 담아서 지하 주차장까지 데려다줘. 그럼 데이케어 센터 사람이 나를 차에 태워."


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이제 혼자서 심심하게 하루종일 집에서 TV만 안 봐도 돼서 너무 좋다.

준호가 엄마를 이 가방으로 차를 태우는 게 신기해. “


현아는 홍순의 농담에 맞장구쳤다.

홍순은 씩 웃었다.


“사실은 준호랑 걸어서 지하 1층으로 가지. 어쨌든 나는 뭔가 만드는 게 좋아, 내가 살아있다는 게 느껴져.”


홍순은 가방에서 나오려고  현아의 손을 잡았다. 

홍순이 가방에서 나온 뒤  현아는 가방을 홍순의 베란다 정원 앞 거실 유리창 앞에 놓았다.  정원의 꽃들과 가방은 홍순의  얼굴을 빛나게 했다. 


“엄마, 대단해요. 베란다 화분마다 꽃들이 활짝 펴있고, 이렇게 멋진 가방도 만들고."


홍순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엄마가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떨어져도 이만하면 됐지. 늙어서 그런 걸 어떻게 해. 그래도 가방 보고 꽃 보면 기분이 진짜 좋아. 이것도 오늘 만든 거야. “


현아는 엄마가 보여 주는 종이접시 정원을 보았다. 채색한 지점토 꽃들 사이로 투명한 줄을 잘라 만든 방사형 분수가 있었다.


“엄마, 내일도 뭐 만들려면 잘 자야 해요. 빨리 양치하고 세수하고 푹 쉬어요.”


홍순은 작고 쭈글쭈글하고 뼈마디가 드러나는 손으로 현아의 손을 꼭 잡았다.


“소파에서 일어날 때 잡아주니 좋다. 일어날 때 어지러울 때가 있어.”


현아는 홍순이 잠든 모습을 보고 집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가방 속에 있던 홍순이 떠올랐다.


" 우리 엄마. 장난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이같기도 하고."


현지는 리어 뷰 미러를 바라보며 차선을 바꾸었다. 그리고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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