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residio Library Jul 22. 2023

미국에서 한국음식이 힙해지면서의 부작용

거기에 김치를 왜 넣어.. 제발 그, 그만둬!

남편은 웃긴 것을 생각할 때 요상한 개구쟁이 표정이 있다. 그 표정이 눈에 보일 때에는 뭐 어디서 말도 안되는 쓸데 없는 것을 듣고 왔을 경우인데, 바로 지금이 그랬다.


남편: Oh you've gotta see this episode. Guy's Grocery Game. They were making some kinda Korean food 너 이 가이스 그로서리게임 에피소드 봐야돼. 뭔 한국음식을 만들고 있었다고.


나: Okay..? (그래..? 그 프로는 뭔 되도 않는 한국음식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그려려니 했다)


남편: Oh man, one of the chefs was making 'Kimchi Baked Alaska' 진짜.. 셰프중 한명이 '김치 베이크드 알레스카를 만들고 있었다고'


나: WHAT????? Why? Why would you do that? Why would you put kimchi in Alaska?? (얼굴을 감싸며) 뭐????? 왜? 그런 짓을 왜해? 알래스카에 김치를 왜 넣어?


남편이 말하는 티비프로그램은 푸드채널의 "Guy's Grocery Game", 일명 Tripple G 라고 불리는 인기 프로그램으로, 우리도 자주 보곤 한다. 식료품 마트 세트를 배경으로, 셰프나 참가자들이 나와서 각종 게임을 하며 진행하고 이기면 최대 $20000까지 준다. 아주 적은 쇼핑금액을 준다든지, 특정 구역에서만 쇼핑할 수 있다든지, 세일 상품만 이용할 수 있다든지 등등 각종 제한을 만들어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음식이 등장하거나 혹은 아주 망하기도 하는데 별 생각없이 보면 꽤 재미있다.


최근 몇 년 간 한국음식이 힙한 새 퀴진이 되면서 고추장, 된장 등의 한국 재료들이 종종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게 왜 문제인가? 먼저 나를 미치도록 괴롭히는 것은 이들의 발음. 저 호스트나 외국인 심사자/셰프들이 자꾸 "고쭈좽". "된쟁" 하고 발음해댄다. 이 사람들이! '장' 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장 중요한 단어인데! '장'을 "좽"으로 바꿔버리면 안된다고!!! 장의 근본 자체를 없애버리면 어떡해! 텔레비젼을 향해 소리치면 남편은 그저 깔깔깔 웃고있다.


남편이 호들갑을 떤 그 특정한 에피소드는, 평소 심사원으로 출연하는 유명 셰프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것으로, 마련된 카드 중 나라를 뽑았는데 한국이 나왔고, 요리해야 될 메뉴 중에서는 피자나, 샌드위치, 디저트 중 고르게 되어있었다. 셰프는 3명 이었는데, 그중 한 명 A는 한국 등 아시아 재료와 요리를 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으로, 항상 유일하게 고추장을 "고-추-장"으로 읽는 이였다. 이 사람은 된장과 고추장, 고기, 김치를 이용해서 피자를 만들겠다고 했고, 나는 이해가 갔다. 문제는 나머지 두 명의 셰프였다. 백인 여성이고 서양 요리셰프인 두 사람은 아예 한국 음식이나 맛에대한 이해가 전무했고, 시간제한 쇼핑을 하는 동안 된장과 고추장, 김치를 일단 쓸어담았다. 환장할 것은 그 다음. A가 아시안 퀴진을 잘 아는데 피자를 만들기로 했고, 자기들이 같은 피자를 만들면 대항하기 어렵다며 둘 다 디저트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한 명은 된장이 들어간 케이크, 다른 한 명은 된장/고추장/김치를 이용한 베이크드 알래스카로 메뉴를 정했다.


자, 문제의 베이크드 알래스카는 쉽게 설명하자면 구운 머랭 아이스크림 케이크이다.

baked alaska를 검색하면 나오는 이미지. 아무리봐도 김치는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

맨 밑에는 케이크를 깔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돔 처럼 쌓은 뒤, 머랭을 풍성하게 덮어 불에 그을려 내는 디저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치를 넣는다는 것은 괴식인..


한 명은 케익 반죽에 된장을 넣었고, 위에 올리는 시럽? 소스에 블러드오렌지와 김치, 고추장, 바닐라를 넣었다. 다른 한 명은 초콜릿 케잌에 "한국 맛이 나야 하니까 한국 소스건 고추건 때려넣자 (진짜이렇게 말했다)" 라며 초콜릿반죽에 모든것을 때려넣었다. 자꾸 "김치칠리 파우더"를 넣었다고 하는더 대체 그게뭐야 김치를 말려서 갈은 가루가 있는거야 아니면 고춧가루말하는거야?

만드는 그 장면을 보면서 나는 내내 괴로움에 소리쳤다. 멈춰... 멈추라고!!ㅠㅜㅠ


뭐 심사원들이 이상했다고 혹평을 하지 않았냐고? 아니다. 우리나라 요리쇼에서도 유명한 셰프가 나와 경쟁을 하면 웬만하면 다 맛있다고 해 주듯이, 모두 칭찬 일색이었다. 자꾸 이건 한식이라고 말하는 심사원들 자체도 한식에 아무런 이해가 없는 이들이기 때문에ㅋㅋ.. 다행히도 디저트에 된장과 김치를 넣고 설탕을 때려부엇던 그 디저트 셰프 두 명 중에 한 명이 떨어졌다. 자기네들끼리 아 한국음식 잘 만들었눈뎅 한 명은 떨어져야되니깐..이러면서ㅋㅋ




한식이 확실이 전보다 훨씬 유명해 진 것은 맞다. 미국의 메인스트림 쇼에 자주 등장한다고 무조건 감사하고 신기해 할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내가 불편하고 얼굴이 찡그려지는 것은, 저기 나오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이 새로운 음식과 식재료를 실제로 공부하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주 소수이고, 나머지는 무지한 상태에서 들어본 것 만으로 아는 척을 신나게 해 댄다는 사실이다. "고추쟁"이나 "고쭈쬉"이라고 가져와서는 "이건 한국에 칠리페이스트인데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자신있게 설명한다. 실제로 괜찮아 보이는 방법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를 들면 흰살 생선에 냅다 고추장을 마구 발라 그릴에 굽는 식이다. 아무데나 김치를 던져넣고 한국 전통 음식이라고 한다거나. 이게 어느 한 에피소드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고, 이런 지 몇 년 됐다. 이번 베이크드 알래스카 (된장과 고추장이 들어간 케이크와 김치 시럽이 가미된)는 정말 특출난 괴식이었다.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잘 모르는 곳에서 온 것들이니. 발음도 Jang이라고 써있으면 쟁인지 장인지 글자만 봐서는 알 수 없지. 이탈리안도 미국에 "부루스케타"를 "부르스셰타"라고 부르는 것이나 우리나라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절규한다고 하지 않는가. 미국입장에서 보면 치즈를 녹여 여기저기 때려 붓는게 정말 이상하게 보일 수 있고. 다만, 일반인들이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아쉬운 점은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내세우는 유명 셰프라는 사람들이, 또 유명 쇼 호스트 겸 프로듀서 겸 실제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내셔널 티비 방송을 찍기 전에, 혹은 후에 뭘 알아볼 생각도 하지않고, 쇼가 10년이 넘어가는 데에도 아무것도 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




남편은 저 쇼에서 "고추좽"이 나올 때 마다 나를 쳐다보며 웃는다. 내가 아아 제발 그만둬 하고 괴로워 하면 더 웃는다. 다음에 한 번 더 그러면 "두유 노우 김취싸돼귀?" 하고 김치싸대기 짤을 보여줘야겠다. 한국마트가서 포기김치 사다놔야지.



이전 06화 외국인 남편의 한국화 - 감자탕은 오래 끓여야 제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