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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안 Dec 25. 2024

감출게 어딨어?!! 'The 보깅'

수치심은 벗어던지고!!!  let's! 자유로워지자!




'보깅'이라고 자네 들어는 봤나?



 보깅(Voguing)은 스트릿댄스랑은 배경이 좀 다르거든. LGBTQ+ 볼룸(Ballroom) 씬에서 나온 춤 장르야.

1970년대 뉴욕 할렘에서 LGBTQ+ 성소수자들이 시작한 춤인데, 잡지 보그에 나오는 패션모델 포즈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들어진 춤 장르야. 보깅의 배경이 되는 '하우스' 문화는, 성소수자들. 특히 LGBTQ+ 커뮤니티 안에서 만들어진 가족 같은 문화야. 사회적으로 배척받고 어려움을 겪던 성소수자들이 서로를 받아주고 지지해 줄 수 있는 대체 가족을 만드는 거지.

'하우스'라는 건 실제 집이라기보다는 멤버들이 모인 가족 같은 공동체를 말해. 하우스에는 보통 '하우스 마더'나 '하우스 파더' 같은 리더가 있고, 멤버들을 가족처럼 돌봐줘. 서로 춤 연습도 하고, 볼룸 대회에 나가서 경쟁도 하지.


사회적으로 배척을 받는 성소수자들은 볼룸에서 자신의 개성이 듬뿍 담긴 의상과 워킹을 하며 자신을 마음껏 뽐내고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순간을 만끽할 수 있어. 그 안에서는, 자신답지 않은 어떠한 움직임이나 표현을 하지 않아도 돼. 억압된 남성성이나 여성성을 자유롭게 풀어헤치고, 나 자신이 되는 순간을 만나는 거야.

즐겁고도 아름답게.


포즈라는 외국 드라마를 보면, 거의 매 화마다 볼룸씬에서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보깅'이라는 춤이야. 보깅은, 우선 굉장히 자신감이 넘쳐야 하고, 내가 이 무대의 주인공이다!라는 감정을 확실하게 불러일으켜야 좋은 심사를 받을 수 있지. 문화가 꾸준히 이어져 와서, 한국에서도 계속 볼륨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https://youtu.be/M_VFwhBe9 z8? si=Raxh73 SoeCLvNrYP

출처 :  유튜브 '러브란'




'몸'에 수치심이 왜 있어야 해?



  보깅을 하는 댄서들의 춤 영상을 보면, 몸의 라인이 드러나 보이는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어. 그리고, 몸의 모든 부위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내는 것을 서슴지 않지. 그것을 처음 본 사람들은 '노출이 많고, 외설적이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그렇지만, 실제로 보깅을 경험해 보면, 나를 사랑하는 미음으로 나의 몸이라는 자신의 중심과 감각들에 온전히 집중해서, 몸에 대한 수치심을 벗어던지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자긍심으로 충만한 나의 모습이 되는 거야.


바로 내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지. 나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당당하게 걷고, 춤추는 거야.


그 순간만큼은, 사회적 차별과 억압에서부터 벗어나 성별 이분법적 코르셋이나, 그 어떤 사회적 혐오와 공격에도 당당하게 맞서 나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순간을 만끽 할 수 있어. 그 춤이 가장 매력적인 이유는 수많은 외모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답답한 사회적 배경을 집어던지고 내가 되는 자유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이야.


 옷을 입는 행위. 거기에는 두 가지의 수치심이 있어. 첫 번째는, 노출이 있는 옷을 입는 경우야. 몸을 드러내는 것이 '사회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다'라는 관념이지.

  살이 드러나는 몸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는 것. 예를 들면, 회사에서 남성이 반바지를 입고 출근을 하거나, 여성이 나시티를 입고 출근을 하는 게 격식에 맞지 않다고 여기는 관념들이 그런 거지. 그래서 더운 여름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몸이 너무 노출되어 있는지 아닌지를 의심해야 하고, 몸을 가리고 또 감추어야 해. 두 번째는, 우리는 내가 입는 옷이 타자화가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거야.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타자화'를 두려워해야 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거야. 즉, 내가 입는 옷 그 자체가 어디서든 평가의 대상이 되어있다는 거지. 남들과 너무 다른 옷차림을 하지는 않았는지, 내가 너무 직장, 결혼식, 본가, 친척집, 동창회 등등.. 의 장소에 갈 때 거기에 맞는 분위기의 옷차림을 충분히 입었는지를 검열하고 또 검열해야 한다는 점이야. 그것도 모자라서, 또 어떤 옷을 입는지에 따라 인간의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통념도 있지.


 몸은 우리가 24시간 갖고 살아가는 가장 소중한 것이고, 가장 경탄해주어야 할 것인데, 우리는 사회적 통념 때문에 몸이라는 존재 자체가 드러나는 것에 대해 수치스럽게 여겨왔어. 또 패션의 본질적인 목적은 '아이덴티티'의 수행일 텐데도, 옷이 사회적으로 인간을 제한하는 도구가 되어버렸지.


 보깅을 배우면, 이렇게 늘 감추고 살아와야 했던 몸에 대한 수치심을 극복할 수 있어. 또 나의 '아이덴티티'가 충분히 드러나는 의상을 입으면서, 잃어버렸던 '나다움'도 찾을 수 있지. 나의 몸의 곳곳을 소중하게 터치하면서, 내 몸을 부드럽게 만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우고 느낄 수 있어. 가슴이나 성기 부분을 뽐내고 터치하는 동작들도, 외설적이고 음란한 것이 아닌, 내 몸에 수치심이 아닌 자긍심을 갖고 뽐낼 수 있도록 배우는 동작이야. 나를. 나의 몸을 가장 사랑해 주는 표현과 방법을 배우는 거지. 그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몸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돼. 나에게 보깅은 수치심의 해방을 하는 과정. 그 자체였어. 내 몸을 소중하게 만지고, 내가 예쁘게 보이는 애티튜드를 연습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내 몸에 자긍심과 해방감을 갖고 몸을 자랑스러워하는 거지!

보깅이라는 장르가 아주 매력적인 이유는, '가장 자유로운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자신감 의상. 호랑이 무늬 바지! 어흥 ><




예수님의 춤. 보깅


  모든 존재를 사랑하셨지만, 특히 사회적 소수자와 아프고 병든 이들에게 연대하셨던 예수님은, 모든 스트릿 장르의 춤 중에서도 보깅을 가장 사랑하셨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소수자들 중 누구보다도 '혐오세력'이라 불리는 반동성애 단체로부터 공격을 받는 게 '성소수자'잖아. 보깅이라는 춤에는 단순히 멋진 퍼포먼스를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저항과 자긍심, 연대의 메시지가 있어. 예수님이라면 당연히 성소수자들의 차별과 아픔의 역사가 잔뜩 담긴 '보깅'을 사랑하지 않으실 수 없지.

보깅을 함께 추면서 사랑을 나누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상처를 안아주고, 춤으로 성소수자들의 삶에 빛을 주셨을 거야. 예수님은 '워킹'을 하면서, 그들과 당당하게 발맞추어 걸으며 그들의 길을 지지하셨을 거야.

또, 팔다리를 꺾고 땅으로 내려가 또 머리로 딛고 일어서는 보깅의 '딥' 동작은, 차별받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땅끝까지 내려갔던 예수님의 사랑과도 많이 닮았어. 예수님은 '딥'을 통해 세상의 아픔을 짊어지며, 동시에 그 자리에서 다시 사랑과 희망으로 일어서셨을 것 같아.



2024. 퀴어문화축제 부스에서.





춤이 가진 큰 힘은, 바로 다른 이들도 춤추고 싶게 만든다는 거야.  다음 편에서는 내가 춤추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어 가고 싶은지 이어가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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