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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위시 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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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Sep 17. 2024

 행복한 삶

    에세이

행복한 삶




“그는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지만, 거의 평생 동안 무심한 교사였음을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그는 생각했다. 또 뭐가 있지?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존 윌리엄스, <스토너>본문 중에서-


  전에 <스토너> 도서를 선정하여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화려한 삶이든, 독한 삶이든, 인내하는 수수한 삶이든 마지막에 남는 질문은 동일하다. 스토너는 죽음을 앞둔 병상에서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되뇐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의 삶은  애잔하지만 섣불리 실패자로 낙인찍을 수 없다. 인생을 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끝까지 애정을 잃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는 삶을 관조하고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으며 성공적이지 않지만 행복한 삶이었다. “내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했나?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질문에 깨달음과 진정한 교육자의 길을 보여준 고전 소설이다. 


  늦봄이었다. 단지 내 커다란 느릅나무 이파리가 초록을 내뿜고 풍요롭게 반짝였다. 그 나무의 그늘은 전에 경험한 적이 있는 깊이와 서늘함을 담고 있었다. 공기가 진하게 느껴졌다. 만발한 아카시아 꽃의 향기로운 냄새는 묵직함이 한 데 어우러져 허공에 그 향기들을 묶어두었다. 숨을 들어 마시자 상큼했다. 여름의 달콤함이 내 몸에 바디미스트를 뿌린 것처럼 잔잔하게 스며들었다. 멀리서 세 마리의 반려견을 데리고 걸어오는 여성이 보였다. 그는 광장의 잔디밭을 가로 질렀다. 가벼운 소재의 원피스를 입은 그의 모습은 우아했다. 지나가는 여학생은 신기하고 즐거운 표정으로 엄마를 따라 유유히 걸어가는 어린 남자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시야에서 점점 멀어졌다. 어디선가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살에 스치는 느낌이 시원했다. 해질 무렵 파스텔 하늘에 붉게 번지는 노을을 바라보니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일몰의 순간포착을 위해 셔터를 누르고 확인해보니 그 풍경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동하고 풍경을 눈과 마음에 소중히 간직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어둠이 내리고 밤하늘에 수많은 별이 빛나고 있었다. ‘난 무엇을 기대하나’ 살아온 하루하루를 돌아보며 자신에게 되물었다. 


  전에 학생, 학부모 대상으로 관내 학생회 임원 수련회, 학부모회 활동계획, 학부모 학교참여 활성화방안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회 네트워크 등 다양한 주제로 퍼실리테이터로 활동했다. 교육현장에서 대상별, 주제별 의견수렴을 통해 교육정책에 반영되었다. 학생, 학부모, 일반시민 대상으로 ‘찾아가는 퍼실리테이션 교육’을 진행했다. 참여자의 대상별 만족도 평가도 좋았다.


  퍼실리테이션이란 불어의 Facil(쉽다)에서 유래하였다. 그룹의 구성원이 공동의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도구와 기법을 활용하여 절차를 설계하고 중립적인 태도로 진행과정을 돕는 활동이다. 최근에는 교육현장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교육정책에 의견 수렴하는 원탁토론, 학부모네트워크, 학생회임원토론회 등 요즘 교육과정에서 ‘러닝 퍼실리테이션’, 퍼실리테이션을 통한 수업을 활용한다. 중립적인 태도는 퍼실리테이터의 가장 어려우면서 중요한 태도다. 어떠한 이념, 사상, 가치에 흔들리지 않고 참여자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퍼실리테이션’은 요즘 핫하게 떠오르는 소통방법의 하나다. 현대인은 과거와 달리 정보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어디서나 정보를 쉽게 검색하고 정보량은 다양하며 봇물처럼 넘쳐난다. 기존회의는 소수의 지식을 가진 리더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만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했다. 시대가 변화하면서 현대사회의 사람들은 다르게 변화하고 다양한 정보를 쉽게 찾는다. 정보를 많이 가진 리더, 한 사람의 리더가 회사나 기관의 방향성을 정하지 않는다. 소속된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정보를 공유하며 문제해결과 목적을 정한다. 퍼실리테이션은 아이디어 발산, 의견수렴, 의사결정, 우선순위 정하기 등 참여자의 의견을 이끌어내고 함께 지혜를 모으는 과정에서 필요한 프로세스가 있다. 이러한 퍼실리테이션 방법을 활용하여 토론이나 회의 등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사람이 퍼실리테이터다. 


  실제로 많은 기업에서 이 퍼실리테이션 기법을 활용하고 기업의 인재를 퍼실리테이터로 양성한다. 다양한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탁월한 조직문화를 자랑하는 GE는 1980년대 중반부터 퍼실리테이션을 도입하여 사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퍼실리테이터 훈련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끈 잭 웰치 회장은 ‘퍼실리테이션 회의가 아니면 하지 말라’고 했다. 모든 리더들을 퍼실리테이터로 양성했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양하게 경험해봐야 성인이 되어서도 그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 ‘어떻게든 일이 일어나는 게 인생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나다운 삶은 무엇인가. 무엇을 기대했나.’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사유한다. 온전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며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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