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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위시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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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설 Sep 20. 2024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다

 에세이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다


  


  전에 딸과 함께 <스즈메의 문단속> 일본 애니메이션 재난 영화를 봤다. “이 근처에 폐허 없니? 문을 찾고 있어”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는 문을 찾아 여행 중인 청년 ‘소타’를 만난다. 그의 뒤를 쫓아 산속 폐허에서 발견한 낡은 문. ‘스즈메’가 무언가에 이끌리듯 문을 열자, 마을에 재난의 위기가 닥쳐오고 가문 대대로 문 너머의 재난을 봉인하는 ‘소타’를 도와 간신히 문을 닫는다. “닫아야만 하잖아요, 여기를!” 재난을 막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수수께끼의 고양이 ‘다이진’이 나타나 ‘소타’를 의자로 바꿔 버리고 일본 각지의 폐허에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스즈메’는 의자가 된 ‘소타’와 함께 재난을 막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꿈이 아니었어.  ” 규슈, 시코쿠, 고베, 도쿄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전역을 돌며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던 중 어릴 적 고향에 닿은 ‘스즈메’는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보면서 어떤 장면이 인상적이었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뭐야?”

 “만약에 네가 주인공이라면 그 상황에 어떻게 했을까?”


  영화를 보고 딸과 영화관람 후 다양한 생각을 나눴다. 어릴 적 고향에 닿은 ‘스즈메’는 잊고 있던 진실과 마주했다. 미지의 세계로 연결되는 문을 찾아서 열었다. 아련한 숲에서 엄마를 잃고 헤매다 애타게 찾으며 외로이 울고 있는 어린 스즈메. 의자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고리다. 울다가 내민 의자에 앉아보고 스즈메는 부르짖으며 울고 있는 그를 꼭 안아줬다. 어린 시절 마음속에 담아둔 오해가 눈이 녹듯이 풀렸다. 중간에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아련했다. 순간 눈물이 도르륵 흐르면서 잊고 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스쳐 갔다.


  늦여름이었다. 철 지난 옷을 정리하기 위해 날 잡아서 옷장을 열었다. 아이보리 티셔츠, 분홍색 가디건, 하얀 반바지, 하늘색 멜빵바지를 정리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한쪽 옷걸이에 연한 초록빛의 재킷이 선명한 빛을 내며 ‘나 여기 있어요.’ 반짝거렸다. 전에 엄마가 사주신 옷과 비슷했다. 혹시 몰라 입어보니 이렇게 작았나. 싶을 정도로 아주 작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그리운 엄마가 보였다. 보고 싶어 순간 뭉클했다. 생전에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려고 딸이 앨범 사진을 가져왔다. 사진 속 푸른색 바지에 하얀색 티를 입고 케이블카에서 엄마 무릎에 앉아 있는 나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풋풋했던 리즈시절이었다. 타이머신을 탄 것처럼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엄마는 손 맵시가 제법 좋으셨다. 초등학교 시절 손수 옷을 만들어주셨다. 한 땀 한 땀 정성껏 만드신 엄마의 정성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눈시울이 적셨다. 요즘에 옷은 유행이 지나서 못 입지, 작아서 못 입는 경우는 드물다. 초록색 재킷을 걸쳐보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전환됐다. 전에는 색을 소화하기 힘들어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아이였다. 올해 여름에 한 번 입어볼까? 옷장 한구석에 걸어두었다. 한참 지났을까 정리가 마무리되어 갈 시간에 딸이 서랍에서 숨어있는 가디건을 꺼냈다. 자세히 보니 전에 엄마가 사준 옷이었다. 한 번 입어보니 제법 잘 어울렸다. 엄마의 따뜻한 마음이 스며든 것처럼 포근했다. 찬바람이 불면 입으려고 서랍 한편에 살포시 넣어두었다. 


  전에 나를 만나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나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알아가는 나를 만나는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누군가는 자기 발견과 성장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수년간 지속해서 진행한다. 누군가는 특정한 상황이나 이벤트를 통해 자신을 만난다. 나를 만나는 시간은 삶에서 계속해서 일어난다. 자기 탐구와 성장은 새로운 경험을 하는 동안 계속 진행된다. 나를 만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자신과의 소통과 탐구에 노력한다. 예를 들어 자신과의 대화, 명상, 일기 쓰기, 예술 활동, 치유적인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만난다. 나를 만나는 시간은 단순히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다. 타인과의 대화와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성장한다. 나를 만나는 시간은 유연하고 다양하게 존재하며, 주도적으로 찾고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나를 만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가치 있는 인사이트와 영감을 찾고 자신을 탐구하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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