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바다
늦여름이었다. 오전에 비가 내렸다. 날씨가 조금은 선선하고 후덥지근하면서 습했다. 환승하기 위해 전철을 기다렸다. 역사의 한구석에 위치한 오렌지처럼 주황색 테두리 안에 있는 벽에 걸린 바다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소등이 켜진 사각 틀 액자에서 열대어는 유유히 헤엄쳤다. 나도 모르게 멍을 때렸다. 노란색 물고기가 뭔가를 향해 움직이는 모습이 분주했다. 바쁜 인생을 살아가는 지금의 내 모습처럼. 주말에 바다를 가보고 싶었다.
“엄마 이것 좀 봐요. 열대어가 초록 풀 사이에 걸려서 움직이지 않아요.”
초겨울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집안에 탁자 위에 있는 작은 정사각형의 수족관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소등이 켜진 사각 틀 액자의 한쪽 후미진 곳에 꿈적도 하지 않는 열대어를 보았다. 여기저기 살피다가 긴 막대기를 가져와 물풀 사이를 살포시 흔들었다. 순간 인조 수풀에 걸린 물고기가 빠져나왔다. 다행이었다. 나도 모르게 환호의 손뼉을 쳤다. 유유히 헤엄치는 열대어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행이다. 뭔가를 해낸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멍을 때렸다. 1시간이 1분처럼 훅 지나갔다. 자세히 보니 이끼도 끼고 남아 있는 열대어도 많지 않았다. 남아있는 물고기를 투명한 비닐봉지에 조심히 넣고 수족관을 청소했다. 말끔해진 유리를 보니 내 마음마저 환해졌다. 커튼 사이로 보이는 창밖에는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주말에 사진첩을 꺼내보니 어린 시절 추억이 소환되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갔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병아리처럼 연한 노란색 튜브 안에서 벚꽃처럼 핑크빛 수영복 차림으로 포즈를 취한 나를 봤다. 사진 속 나는 엄마와 함께 함박웃음을 지었다. 뜨거운 여름의 바다는 그 시절 나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눈앞에 펼쳐진 파란 바다를 본 순간 마음이 뻥 뚫렸다. 일상을 떠난 우리에게 힐링과 안정을 주었다. 바닷가에 많은 사람이 해변을 찾아 산책을 즐기거나 해수욕을 즐겼다. 해수는 마음과 몸을 치유하고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사람이 바다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해변을 따라 걷다가 바다 앞에 앉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그 순간, 먼 바다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파도와 함께 내려와 귀에 닿았다. 소리를 따라 바다로 다가갔다.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누군가는 파도를 타면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도전하며 새로운 경험을 했다. 따스한 햇살 아래 푸른 바다의 물결은 은빛 비닐처럼 반짝거렸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파도가 밀려와 흰색 반바지와 발을 적셨다. 살에 스치는 느낌이 시원했다. 발 사이로 스며드는 미세한 모래알의 부드러운 느낌이 좋았다.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파 근처의 편의점에 들러 김밥과 음료수를 샀다. 바다에서 가끔 해수욕을 즐기고 실컷 모래성도 쌓았다. 해수욕하다가 물살에 휩쓸렸다. 물의 깊이가 내 키와 비슷했다. 순간 무서워 모랫바닥을 찍고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힘껏 위로 향해 뛰어올랐다. 작용반작용 법칙으로 나는 순식간에 물 안으로 쑥 내려갔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엄마가 내 주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무섭진 않았다. 어릴 적 보았던 수족관에서 물풀 사이를 거닐다 꼼짝 못 하다가 간신히 살아난 물고기처럼. 잠시 후 다시 물 위에 살포시 떠올랐다.
바다는 우리에게 자유와 모험, 아름다움과 휴식을 준다. 전에 도서관에서 환경생태프로그램을 참여했다. 최근에는 학교, 도서관, 기관, 환경단체에서 진행하는 환경 생태계 프로그램에 참여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해변 청소나 환경 생태계 보전을 위해 활동한다. 환경 보호와 연결해서 바다의 아름다움과 생태계의 가치를 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의식을 높이고, 바다와 자연을 보호하는 데 기여한다.
바다는 종종 우리에게 특별한 만남을 선사한다. 코로나19 이후 가족과 함께 바다로 여행을 떠나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더 깊은 연결을 형성했다. 어린 시절 기억 너머로 찾아오는 매 순간 바다는 삶에 큰 의미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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