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이방인
그들은 모두 가능성과 두려움, 외로움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
매일 아침, 모자수와 직원들은 당첨 결과를 조작하려고
기계를 살짝 손봐서 돈을 따는 사람은 적고
잃는 사람은 많게 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행운아일 거라는 희망을 품고 게임을 계속했다.
어떻게 성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내겠는가.
파친코는 바보 같은 게임이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 이민진, <파친코 2> 본문 중에서 -
전에 드라마로 방영됐던 이민진 작가, <파친코 2> 책이 떠올랐다. 아픈 역사와 이민 4대의 삶과 꿈을 그려낸 소설이다. 삶의 회복력과 존엄성, 경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담아낸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 뿌리내리고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야 하는 이민자의 삶을 특유의 통찰력과 공감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다. 작가는 “한국인은 지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깊이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가치가 있는 이들” 이기에 앞으로도 한국의 이야기를 젊은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전에 가족은 시간제약이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 식당은 여러 가지의 깔끔한 음식과 원하는 차와 디저트를 제공했다. 부루퉁한 표정의 푸드 판매대의 셰프는 손놀림이 노련하고 요리솜씨가 좋았다. 그의 음식은 신선하고 맛이 풍미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늦은 오후였다. 식당은 두 세 개의 빈 테이블을 제외하고 음식을 뜨는 사람은 열 명 정도로 비교적 한산했다. 창가쪽 테이블에 앉은 사람은 활짝 웃는 표정을 짓고 우아한 몸짓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앉아서 산해진미 음식을 먹었다. 옆 테이블에 다문화 가족이 앉았다. 시간이 좀 흘러 테이블에서 스태프와 말싸움이 흘러나왔다.
“4명 맞나요. 혹시 더 오실 분 계신가요.”
“아뇨. 5명이예요.”
“좀 전에 와서 물어보고 확인했는데 왜 또 와서 물어봐요. 내가 외국인이어서 그래요.”
샐러드와 음식을 먹다가 기분이 상했는지 다시 돌아와 일행에게 가자고 했다. 일행이 나가자, 문에 달린 방울이 딸랑거렸다. 양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은 발 빠르게 빌지를 보며 말했다.
“우리보다 늦게 들어왔는데 왜 빨리 가지”
“우리 언제 왔지“
“아직 30분 남았네.”
“만약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이방인 대접을 받는다면 어떨까?”
“똑같은 돈을 지불하고 먹을 텐데. 피부색은 다르지만 같은 인간인데...”
근처 테이블에 앉은 그들의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서 라디오 소리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한국에 체류하는 이민자는 해 년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2년에 실시한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결혼 이민자 1만 4,485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28.9 퍼센트가 직장이나 일터에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고, 26퍼센트가 상점이나 음식점에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이민자의 차별은 여전하다. 이방인에 대한 차별 vs 배려의 키워드가 떠올랐다. 인종과 문화는 다르지만 문화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과 배려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글로벌 세계 시대에 살아가는 지금 ‘지구촌 사는 우리는 하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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