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울볼' 고양원더스 3년의 기록
요즘은 오래된 영화와 이야기가 더 좋다.
영화 <파울볼>은 2011년 가을,
조용히 나타났던 한 야구팀의 기록이다.
한국에 '독립구단'이란 말조차 낯설던 시절,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선수들을 위해
그들은 야구장을 만들었다.
티켓도 스폰서도 없었다.
다시 마지막으로 꿈꿔 볼 기회의 그라운드였다.
낙오된 선수들에게 주어진 패자부활전
고양 원더스는 입단 테스트조차 달랐다.
나이도, 경력도, 조건도 없었다.
82세 어르신부터 16살 소년까지,
야구라는 이유 하나로 모두가 같은 줄에 섰다.
시작만큼 놀라웠던 천일의 기억들.
영화 <파울볼>은 2011년 9월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창단부터, 2014년 9월 갑작스러운 해체까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고양 원더스의
1,093일을 담고 있다.
한, 미, 일 3개국 선수 출신 최향남, 신인왕 출신 김수경 등 화려한 스타급 출신 선수들부터 전직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헬스트레이너, 방출선수까지 독특한 이력의 선수구성으로 ‘외인구단‘이라는 별칭을 얻는다.
한 번은 실패했지만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던
각양각색의 그 들이 모여 한 팀이 된다.
그들이 3년 동안 만든 기록. 90승 25 무 61패.
정규리그도 아니고, 언론도 챙기지 않던 번외경기
였지만 그 들은 진짜처럼 던지고, 진짜처럼 뛰었다.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들은 프로야구단에 입단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도 얻어낸다.
그러나 기적과 같은 성적표를 받아 들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던 원더스는 출범 3년 만에 갑작스레 해체된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영화는 그렇게 담담히 마무리된다.
"기회"와 "시간"이라는 소중함.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건, 몇몇의 성공담이 아니었다.
결국, 그들이 말하고 있었던 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계속하고 싶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종종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를 먼저 떠올린다. 너무 지쳤거나,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보이지 않을 때.
그럴 때일수록 조금 억지로라도 ‘계속할 이유’를 먼저 생각해 보는 거다.
그 이유 하나가 다음 날을 버티게 하고, 다시 한번 배트를 들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 날, 그렇게 붙들고 있던 그 이유가 슬며시 꿈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고양 원더스는 해체됐지만,
그들이 붙들었던 그 마음만큼은 나도 이어받아본다.
비록 내 공은 아직도 파울일지라도,
경기는 계속되고, 나는 아직 다시 던지고 휘둘러 본다.
실패는 시도의 흔적이고
Ps. 어디서 들은 얘기
4살 아이가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 'FAIL'이 뜨자 좋아했다. 왜냐고 물으니, “실패”라는 뜻이란다.
다시 “실패가 뭔데?” 하고 물었더니,
“다시 하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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