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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두 남자 이야기

오늘을 살아내는 건 대단히 대단한 일일수도.

by 진우연LAB


"인생의 반이 지나가도 남에게 보일 건 하나도 없어. 고층빌딩 유리창에 묻어있는 지문정도

밖에 안 된다고!"

– 『사이드웨이』 마일즈 역 (폴 지아마티), 2004


"인생은 조용히 흘러간다. 멈춰 있는 것

같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 『퍼펙트 데이즈』 히라야마 역 (야쿠쇼 코지), 2023


"나중은 나중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 『퍼펙트 데이즈』 히라야마 역 (야쿠쇼 코지), 2023


비주얼도, 캐릭터도 완전히 상반되는 두 사람이지만 폴 지아마티와 야쿠쇼 코지는 평범하고, 지루하고, 어설프고, 어쩐지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중년남성을 다른 모습으로 그려낸다.


20년의 시차를 갖는 영화이지만, 시공간 형식을 넘어 같은 감정을 묘하게 교차시킨다.


『사이드웨이』의 마일즈는 번번이 거절당하는 소설을 쓰는 영어교사이자, 이혼 2년 차의 소심하고 평범한 남성. 와인에 관해서만은 진심인 백인 남성.


『퍼펙트 데이즈』의 히라야마는 과거나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도쿄의 회장실 청소부로서 자신 만의 리듬으로 조용히 하루를 살아가는 동양인 남성.


톤도 스토리도 완전히 다른 영화지만

나에겐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삶이란 게 어떤 특정 시점의 완벽한 순간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불완전하고 평범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뭔가를 끊임없이 풀어가는 긴 여정이라고.


마일즈는 아직 출간되지 못한 소설 <어제의 내일>

원고를 품고 다닌다. 실패하고 있는 삶처럼 보이지만,

그는 잘 견디고, 글을 쓰고, 좋은 와인을 찾아다닌다.


히라야마는 말없이 반복되는 하루를 살아간다.

같은 시간, 같은 나무, 같은 음악, 같은 일

그는 똑같은 하루를 완성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둘 사이에 있는 것 같다.

마일즈가 간 옆길과 히라야마의 완벽한 하루 사이에.


직진만 할 줄 알았는데 어느새 샛길로 빠져버리고,

제 길 찾으려 아둥대다 힘에 부쳐 잠깐 숨 고르기.


요령껏 지금의 나를 정돈해 본다.

오래 붙잡고 있던 것 들을 한 발 뒤에서 바라보고,

진짜 마음 가는 것들만 남기는 정도.


마일즈의 투덜대면서도 버티고 다시 나아가기와

히라야마의 잔잔한 초월의 하루 사이에서,

‘진우연’처럼 하루를 사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간다.


청소는 진심으로, 글쓰기는 주기적으로,

귀찮은 일은 먼저 해치우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시간을 만들어낸다.

인간관계의 다이어트도 필수적이다.


'몰입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되어 나를 구원한다'




답 없는 고민만 하다 하루를 또 놓치기 싫어서,

두 배우의 다른 영화를 보다 확 잡히는 대사에 밑줄 쫙


“모든 일이 교훈일 필요는 없어.

어떤 건 그냥 겪고 지나가는 거야.”

– 폴 역 (『바튼아카데미 The Holdovers』), 2023


“그냥 좋아서 하는 거야. 이유 같은 건 없어

– 스기야마 역 (『쉘 위 댄스 Shall we ダンス』), 1996



PS.

마일즈는 폴이 되고

스기야마는 히라야마가 된 건가… 뇌피셜!





다음 이야기 :

또 다른 뜨거운 남자들의 진짜 이야기가 있었다.

기적은 우리 옆에도 항상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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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