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이제 끝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요.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마지막 날이다.
"독산역 2번 출구로 나오세요." 하루에도 수십 번 내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그 말은 언젠가부터 내 하루의 배경음악이 되었다. 창밖에 햇살이 부서지는 아침부터 어둠이 내려앉은 밤까지 같은 문장 같은 멜로디처럼 반복되었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헬스장 인포데스크에 앉아 사람들의 얼굴과 발걸음을 지켜본다. 모두가 그 출구를 향해 걷는다. 누군가는 바쁘게 누군가는 느릿느릿 저마다 다른 사연을 품고 때로는 방향을 잃은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이상하다.
마지막 인사를 할 때마다 나는 내 마음 한켠에 묘하게 허전해진다는 걸.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인포데스크이지만 나에게는 사라지는 무엇인가를 붙잡으려는 주문 같았다.
회원님들도 저마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러 떠난다. 내게는 익숙한 이 자리만 남아 있지만 오늘도 나는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조용히 속삭인다. "언젠가 2번 출구를 지나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 머무르는 누군가에게 작은 빛이 되어줘."
저녁이 되면 헬스장 유리창 너머로 노을이 붉게 번진다. 여름이 사라지듯 내 말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그 안내가 닿는 곳 어딘가에 내 작은 목소리가 누군가의 하루를 부드럽게 비추고 있을 거라고.
"독산역 2번 출구로 나오세요." 그 말은 회원님들과 나를 잇는 가장 긴 다리다. 그저 길을 알려주는 작은 다리일 뿐이라고. 하지만 오늘 이 말은 나의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진다.
수많은 발걸음이 지나간 그 출구처럼 나도 이제 이 자리에서 걸어 나갈 시간이다. 인포데스크 앞에 앉아 익숙하게 안내하던 그 문장들이 내게는 마지막 낙 조용하지만 확실한 끝맺음이다. "독산역 2번 출구로 나오세요." 그 말은 이제 나에게 떠나는 이정표가 되었다. 마치 퇴사라는 문 앞에서 조용히 걸음을 내딛는 나에게 누군가가 손짓하며 건네는 말 같다.
"나를 기억해 줘서 고마웠어요." "나는 내 꿈을 이루려고..."
비워야만 채울 수 있는 공간 떠나야만 만날 수 있는 길.
그 출구를 지나면 낯선 바람과 새로운 계절이 기다리겠지. 마지막 근무날, 나는 익숙한 멘트를 되뇌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도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잘 가라 그리고 잘 살아라.” 이제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간다. 이 출구를 지나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가 나처럼 그 자리를 잘 지키기를. 나의 마지막 날은 이렇게 사라지는 여름처럼 조용하고 담담한 길이 되었다.
퇴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2번 출구 같은 순간이다.
"오늘도 헬스장 '비밀친구' 마니또는 마지막 미션을 위해 더 일찍 출근했고, 또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선물을 숨겼습니다. 누군가는 이름 없이 그 마음을 전하고 또 누군가는 익숙한 공간에서 설렘을 발견했어요. 이제 비밀친구는 끝나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심이 닿기를' 바랍니다.
혹시 마지막 선물을 아직 못 찾으셨다면 독산역 2번 출구로 나와주세요. 그곳에는 마니또의 마지막 인사가 남아 있어요. 어쩌면 평소보다 조금 더 밝게 인사하던 날, 누군가는 몰래 누군가의 운동 가방 안에 편지를 넣고 갔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저 조용히 지켜봤죠.
헬스장이란 공간 안에서 그렇게 따뜻한 마음들이 오가고 있었어요. 비밀은 이제 끝났고 선물은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요.
하지만 혹시 아직 마지막 선물을 찾지 못하셨다면 독산역 2번 출구로 나오세요.
헬스장 '비밀친구' 마니또는 이제 독산역 2번 출구로 나오세요. 에피소드를 마지막으로 끝내려고 합니다. 매주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정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후속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브런치북을 적으려고 합니다.
저의 첫 브런치북이어서 놓아주기는 힘들지만 꿈에 관한 이야기를 새롭게 적고 싶어서 놓아주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