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트레이너 그 이면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내가 운동을 시작하며 만난 '그녀'(여자 트레이너)에 대한 고마움과 감동을 적었다. 나는 처음 헬스장에 갔을 때 낯설고 모든 게 두려웠다. 그런데 내 앞에 다가온 트레이너는 나와 같은 여성이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내 몸을 좀 더 믿게 되었다. 내가 여자 트레이너를 만나면서 느낀 신뢰와 변화를 담은 이야기이다.
운동이 나를 살렸고 지금은 내가 누군가를 살린다. 한때 나는 거울을 보는 게 두려웠다. 아마도 내가 싫어서였다. 몸이 싫고 표정이 싫고 자꾸만 작아지는 나 자신이 싫었다. 누군가는 혀를 쯧쯧하며 여자가 "살 좀 빼" 그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는 한다. 이에 나는 멍처럼 남아 마음까지 푸르게 물들였었다.
그때 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도망치듯 헬스장에 들어갔다. 뭔가를 바꾸고 싶었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다.
기억난다. 처음 스쿼트 10개를 하고 무릎이 후들거렸던 날. 러닝머신 위에서 몇 분을 걷고 헉헉거리면서도 내 안에 오랜만에 피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알았다. 운동은 단지 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다시 믿어보는 연습이라는 것을.
자세가 곧아졌고 눈빛에는 힘이 생겼다.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던지는 말이 달라졌다. "안 돼"에서 "할 수 있어"로. "나는 왜 이럴까"에서 "나는 여기까지 왔구나"로. 그리고 나는 트레이너가 되었다.
지금 내 앞에는 과거의 나처럼 망설이는 여성들이 있다. 입을 열기 전부터 느껴진다. 그 조심스러움, 긴장, 혹은 약간의 슬픔. 나는 그들의 말보다 표정을 먼저 듣는다. "제가 운동을 잘 못해서요." "출산 후부터 몸이 망가진 것 같아요." "살 좀 빼면 나아지겠죠." 그럴 때마다 나는 말한다.
"몸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자리에 나를 데려온 당신의 마음이에요. 이미 잘하고 있어요."
나는 생명을 구하는 의사는 아니다. 하지만 무너진 자존감을 조금씩 일으켜 세우고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다시 믿도록 돕는 이 일이 그 어떤 직업보다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고 믿는다. 매일 아침 운동복을 입고 회원들과 함께 땀을 흘린다. 어느 날엔 웃음이 어느 날엔 눈물이 섞인 하루가 지나간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예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내가 누군가의 내일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혹시 지금, 어딘가 아프고, 무겁고, 작아진 기분이 드나요? 괜찮아요. 나도 그랬어요. 누구나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한 걸음, 그 작은 시작이 정말 모든 걸 바꿀 수 있어요. 운동이 내게 그랬듯, 당신도 당신을 살릴 수 있어요. 그리고 나는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어요. 당신이 당신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그 순간까지.
헬스장을 찾는 여성들의 표정에는 늘 두 가지 감정이 섞여 있다. 기대와 두려움. '나를 바꾸고 싶다'는 기대와 '혹시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나는 그 감정을 안다. 운동이 처음이었던 시절 나도 그 두려움을 품고 있었으니까. 낯선 기구,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내 몸에 대한 낯선 시선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회원의 몸을 단순히 측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몸이 지나온 이야기를 이해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회원이 "오늘 조금 힘들어요"라고 말할 때 그 뒤에 숨겨진 것이 단순한 피로인지, 생리 전 증상인지, 혹은 마음의 무게인지. 그걸 몸의 언어로 읽어낸다. 때로는 운동 강도를 낮추고, 때로는 가벼운 스트레칭과 호흡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불편함, 남성 트레이너에게는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들이 있다. 예를 들어 생리 중에는 어떤 운동이 무리가 될지 출산 후 골반 근육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특정 자세에서 느끼는 작은 통증이나 불편함 같은 것들.
여자 트레이너는 그런 세세한 부분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회원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들의 몸과 마음을 배려할 수 있다. 강도를 조절하거나 운동 방식을 바꾸고 때로는 휴식을 권하기도 한다.
그런 섬세한 배려는 단지 몸을 위한 것이 아니다. 회원이 자신을 온전히 믿고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마음의 위로이기도 하다.
"왜 여자 트레이너는 여자 회원만 주로 맡나요?"
특히 여자 회원일수록 아직 운동이라는 세계가 낯설고 내 몸에 두려움이 있을 때 같은 여성에게서 오는 안정감은 굉장히 크다. 작은 고민까지도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 그건 아무리 친절한 미소를 가진 남자 트레이너라 해도 쉽게 대신할 수는 없다.
게다가 여자 트레이너들을 겪어본 사람이라는 강력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생리 주기에 따른 컨디션 변화, 임신과 출산 이후의 몸, 혹은 다이어트 중 찾아오는 불안감. 단순히 교과서로 배운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겪어온 경험이기에 여자 회원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여성 회원들은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간다. 직장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보내는 여성, 출산과 육아로 지친 엄마, 자기 자신을 돌보고 싶은 20대 여성까지. 나는 그 모든 삶을 존중한다. 그 삶 속에 맞춰 운동 계획을 세우고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인 맞춤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짧고 집중적인 루틴, 회복 위주의 운동, 체계적인 근력 강화.
그 모두가 '내 몸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제 누군가가 다시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여자 트레이너가 여자 회원만 전문적으로 맡는 건 제한이 아니라 그들만이 줄 수 있는 가장 세심한 배려이다."
트레이너는 단지 운동만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맞춤형으로 케어하는 동반자다. 그리고 그 과정은 여성으로 살아가는 모든 순간과 닮아 있다. 당신의 몸은 이미 충분히 소중하다. 그걸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는 걸 기억해 주길 바란다.
회원이 나에게 와서 이렇게 말할 때가 있다. "운동하면서 제 몸을 좀 더 좋아하게 됐어요." 그 순간 나는 안다. 운동이 단순히 몸을 바꾸는 것을 넘어 자신을 돌보는 마음과 자기 존중의 힘을 키워주고 있다는 걸.
나는 오늘도 그 길을 함께 걷는다. 당신의 몸과 마음 모두에서 건강해지도록. 당신이 스스로를 믿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