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며칠 전,
집에 택배상자가 하나 왔다.
내용물이 무엇일까 궁금했지만 절대 열어보면 안 된다.
잘 못 열었다가는 와이프 뚜껑도 같이 열리기 때문이다. 택배 박스 뜯는 설렘은 와이프가 직접 느끼게 두는 것이 신상에 좋다.
와이프가 퇴근하고 드디어 택배 상자를 열어본다.
파운데이션이다.
파운데이션이 다 떨어졌나 보다.
그러고 나서 이틀 뒤 오전.
또 하나의 택배가 집에 도착한다.
오후.
비슷한 크기의 택배가 또 집에 도착한다.
뭐지. 호그와트 입학 초대장인가. 계속 오네.
사건의 전말을 알아보니 와이프가 주문한 파운데이션의 색깔이 본인과 맞지 않아서 다른 것을 또 주문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안 맞을 수도 있으니 두 개 더 주문했다고. 아무리 그래도 비슷한 색의 파운데이션을 세 개씩이나 주문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해하려 하지 말자. 인정하자.
와이프가 집에 와서 파운데이션을 슥- 발라보더니 얼굴에 핏기가 돌기 시작한다. 맘에 드나 보다. 그러더니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나도 옷을 얼른 입으랜다.
"어디 가려고?"
"지금 올리브영 가서 이거랑 똑같은 파데 있으면 좀 사다 놔야 할 것 같아"
여동생이었으면 헤드락이라도 걸었을 텐데. 와이프라서 아무 말도 못 한다. 그냥 조용히 따라나선다.
술 땡긴다.
분명 똑같은 거 사러 간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파운데이션을 또 발라보고 있다.
"어떤 색깔이 더 나아?"
긴장된다.
이럴 땐 객관적으로 어떤 색이 더 나은지 이야기하면 안 된다.
그냥 그녀가 오늘 바른 파운데이션의 색을 맞춰야 하는 문제다. 선뜻 다른 색을 이야기했다가는 수십 가지의 부가 질문들이 쏟아져 나올 거다.
다행히 맞췄다.
술 땡긴다.
그렇게 올리브영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와이프도 올리브영에서 참 치열한 전투를 치렀나 보다.
초딩 딸내미 키우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냐 진짜.
파운데이션을 총 4개를 사고 나서야 파운데이션 지옥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와이프가 나에게 이야기한다.
"여보 내가 이런 사람인데 어떡하겠어. 그래도 이 정도면 '시발비용'치고 조금 쓴 거지?"
눈치가 보이긴 보였나 보다.
'시발 비용'이라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게 어떻게 '시발 비용'인가
정말이지, 와이프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