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낭비
와이프보다 조금 늦게 퇴근 한 어느 날,
어느 때와 다름없이 터덜 터덜 집에 들어간다.
현관문을 여니 향긋한 디퓨저향이 나를 반겨준다. 그런데 오늘따라 조금 집안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소파에 누워서 발을 까딱까딱 하며 정신없이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어야 할 와이프가 소파에 없다.
한참을 두리번거렸으면 좋았겠지만 집이 그리 크지 않다. 단번에 한쪽 구석의 와이프가 눈에 들어온다.
“여보 거기서 뭐 해?”
평소에도 충분히 여성스럽고 고상한 와이프지만, 오늘따라 더욱 여성스럽게 앉아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바느질을 하고 있다.
10년 동안 만나면서 바느질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한쪽 머리를 귀 뒤에 꽂고, 두 발은 가지런하게, 고개는 살짝 갸우뚱. 알 수 없는 섹시함과 단아함이 동시에 풍겨져 나온다.
매력 있다.
그녀가 말을 한다.
"주말에 이 옷 입으려고 하는데, 어깨 견장이 뜯어졌지 뭐야.. 수선집 가면 돈도 들고 해서 내가 직접 꿰매고 있어. 한 푼이라도 아껴서 우리 가계에 보탬이 되어야지"
가장 사랑하는 아내에게,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직접 수선을 한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짠하다.
이런 거는 돈 생각하지 말고 그냥 수선집 맡기지. 몇 푼이나 한다고.
아끼려면 그냥 쇼핑을 덜 하면 되는데.
몇 분이 지났을까.
그녀의 인생 첫 바느질이 완성되었다.
#시간낭비
가계에 도움이 되긴 했네. 수선가게에.
정말이지, 와이프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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