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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꿈이네 Nov 13. 2023

#2 개기월식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낭비.

작년 11월이었나,



와이프와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고 집에 들어왔다. 와이프는 집에 들어오면 일단 드러눕는다.



자세는 그때그때 다르지만 항상 평범하지는 않다.


최근에는 이불로 테트리스를 하더라.


대략 이렇다. 이불을 어떻게 저렇게 정교하게 쌓아서 자세를 취하는 거지.


집안에 지질이라도 형성되고 있는 건가.




어쨌든,



집에 들어와서 와이프가 인스타그램을 켜더니 잠깐 좀 나갔다 와야겠다고 한다.

그렇게 옷을 또 주섬주섬 입는다.



와이프가 옷을 주섬주섬 입을 때면 늘 등골이 오싹하다.

"또 어디 가는데?"



와이프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엄청난 것을 결심했나 보다.

"여보! 오늘 개기월식이래! 대박. 우리도 나가서 보자!!"




그렇다. 개기월식 날이었던 것이다.

이런 이벤트는 꼭 봐야 할 가치가 있지.





밖에 나오니 달이 불그스름하다. 개기월식이 시작되었나 보다.




보통 이런 으스스한 날에는 십수 년을 같이 산 와이프가 구미호로 변한다던지 하던데.


오늘이 그런 날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매번 놀리고는 있지만 나에게는 너무 소중한 와이프다.



개기월식을 보고 있던 와이프가 궁금해 못 참겠다는 듯 내 손을 잡아끌며 이야기한다.




"여보 잘 안 보인다. 우리 좀 더 가까이 가서 보자!"





어이가 없네.

가까이 가서 본다고 그게 더 잘 보이냐. 얼마나 가까이 가려고..




고딩 때 한 달에 80씩 주고 물리 과외 받았다는 와이프다.

심지어 문과였으면서.






정말이지, 와이프는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고딩때부터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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