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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리 Sep 21. 2024

<호텔 방>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고민들에게

책을 읽었다. 책 이름이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였다. 내가 서점에서 이거다 하고 집은 책은 아니었다. 엄마가 읽다가 만 책이었는데, 내가 그 책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가져갔을 뿐이었다. 책은 여러 날 동안 서재에 꽂혀 있다가 며칠이 지나서야 내 눈에 띄어서 펼쳐지게 되었다. 아직 초반부밖에 읽지 못했지만 난 거기서 내가 여태까지 알고는 있었지만 몰랐던 것을 보게 되었다.

출처:  B급 부부 세계여행 네이버 블로그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 방>입니다. 1882년에 태어나고, 1942년에 죽은 그는 사실주의 작품을 그렸던 것으로 평가받는 화가입니다. 특히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을 사실처럼 그렸다고도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1901년대-1906년대까지는 스승에게 그림을 배웠고, 1913년부터 작품을 내놓았지만 한 편도 팔리지 않았던 화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른 많은 작품들을 내놓았고 그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 <밤을 지세우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입니다.


제가 오늘 읽은 그 책을 이 글에 담은 이유는 아까 말했듯이 제가 몰랐지만 동시에 알고 있었던 것을 담은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인 읏따, 본명 나예랑 님은 평소 여성 목사에, 상담심리사, 심리학 강사, 유튜버를 자기가 좋아해서  전부 하고 있지만 가족도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는, 아주 행복한 사람이라고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반부부터 작가님이 가면성 우울 환자라고 나오게 됩니다.


인간관계 때문에 무너진 삶을 자신이 심리학 공부를 할 때 강사님이셨던 분께 전화를 드려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근데 그분이 도착하셔서 하시는 말씀이 뜻밖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떻게 한 번을 목 놓아 울지 못해.. 그만 삼키고 소리 내서 울어도 되는데. 얼마나 참고 살았으면 소리 한 번을 낼 줄을 몰라. 그냥 엉엉 울어봐"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 중에서


솔직히 좀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그냥 위로를 해주실 줄 알았는데, 고생했다고, 그 정도만 해주실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전혀 달랐지만 들었을 때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도 될 말이다. 싶었고, 다음 장으로 넘기면서 계속 읽었습니다. 그런데, 몇 장이 지났을까. 작가가 결국 육교에서 자살을 결심했지만 자신의 두 아들 때문에 자살하지 못하고, 어느 날 그 육교를 다시 가보니까 꽃이 만개해 있었습니다. 그렇게 꽃을 마주한 작가님이 하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미 환자 안에는 자신을 살릴 힘도, 의지도 없기 때문에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타인이 귀찮아하지는 않을까. 하다가 죽습니다. 타인이 귀찮아하더라도 자기 자신이 사는 것이 우선이죠."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 중에서


저는 이 말이 진짜 와닿았던 게, 한 번도 그래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친구에게 어떤 고민도, 어떤 생각도 털어놓지 않았죠. 부모님과 금요일마다 만나는 상담 선생님께는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부분이어서 털어놓지 않은 것이 더 많습니다. 저 혼자서 많은 고민들을 안고 있는 셈이었지만 사실 거기서 문제를 별로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맞는 줄 알았고, 그렇게 하는 게 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게 맞을까. 이 문장에서 의문을 가졌습니다.


어쩌면 고민들이 갇혀있고, 썩어가고 있다는 생각까지 가자 이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어딘가 쓸쓸한 느낌을 풍기고 있는 방 안에서 여자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모습이, 달랑 종이 한 장을 들고 있는 채로 바닥을 보는 그 모습이, 해결되고 있다고 느끼지만 오히려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제 고민을 담은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저 여자는 밖으로 나가면 자연스래 사람들과 만나면서 해결된 고민인데 말이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민을 나눈다면,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된다면, 그러면 괜찮아질 지도 모릅니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혼자서 계속된 아픔을 느끼고 있다면 적어도 다른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아픔을 당신보다 잘 이해하고 있을지 누가 압니까. 고민을 호텔 방에서 썩어들어가게 하지 마세요. 참지 마시고, 표현하시면 고민은 자유를 되찾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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