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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Jan 18. 2024

유럽에서의 첫 밤, 누가 내 방 문을 열려고 한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가장 번화가인 카탈루냐광장까지는 aerobus가 수시로 다닌다.


나는 밤에 도착을 했고,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예약한 숙소가 카탈루냐광장에서 1km 이상 떨어진 곳이어서 버스대신 택시를 이용했다.

첫 호텔은 born지구에 있는 시우타트 데 바르셀로나 호텔이었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택시비는 33유로가 나왔다.



호텔이 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택시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라서 유난히 더 어두운 기분이다.

비행기에 그 많던 한국인은 다 어디로 간 건지 한국인은커녕 동양인 자체를 별로 못 본 것 같다.

낯선 여행지의 첫 호텔은 번화가에 잡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룸에 들어갔다.






그런데.


방 한쪽 벽면에 알 수 없는 문이 하나 있는 거다.

뭐지 하고 열어보려 하니 잠겨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콜록거리며 쉬고 있는데 갑자기 그 문 너머로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남녀 말소리가 들리더니 문을 막 두들기며 문 손잡이를 마구 돌려대는 것이었다!



몸살감기가 아직 낫지 않은 상태에서 장시간 비행을 하고 시차까지 바뀌어 컨디션이 말이 아닌 데다가 엄청 긴장해 있던 차에 정말 기절하게 놀랐다.


가만 보니 옆방하고 연결된 문인 것 같았고 일반적인 가정집 방문이라서 마음만 먹으면 문 따는 건 일도 아닐 것 같았다.



놀란마음 부여잡고 바로 리셉션으로 후다닥 내려가서 방을 바꿔달라고 했다.

구구절절 스페인어번역기를 써서 이야기를 하니 직원아저씨가 내일 바꿔준다고 한다.

아마 풀 부킹이었던 것 같다.


저 방에서 오늘을 보내긴 해야 하는구나 싶어서 짜증이 나긴 했지만 어쩔 거냐.

알았다고 하고 일단은 그 방에서 1박을 했다.



다행히 밤새 그 문은 조용했다.













아직 안정이 되지 않은 마음을 어루만지며 다음날이 되자마자 내가 한 일은

방을 바꾸는 게 아니라 아침 7시부터 시작하는 조식 흡입이었다.


아픈데 배까지 고프니 기침이 더 심해져서 일단 먹고 생각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와구와구 먹었다.


시우타트 데 바르셀로나 호텔의 12유로짜리 조식이다.

과연 빵이 주식인 유럽 답게 크로와상이 엄청 바삭하고 맛있었다.

한입 깨물면 파사삭 소리와 함께 후드득하고 빵조각이 떨어진다.

별거 없는 조식이지만 호텔에서 조식 먹는 재미는 별거 이상이다.



엄마 걱정하실까 봐 조식 먹는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답장이 온다.


'살찌니까 쪼금만 먹어'


아 예예..

내가 빵만 보면 이성을 잃는 걸 알고 계신 엄마의 말씀에 정신 놓고 흡입하다가 뜨끔했다.


흐음 음식에 홀리지 말자. 진정해, 진정해.





그렇게 두둑하게 식사를 마치고 룸으로 왔는데 또 문을 열려고 난리 치는 남녀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겠다 싶어서 리셉션에 다시 가서 이야기했더니 새로운 룸을 배정해 준다.



그리하여 받은 방은 요런 모습이었다.


내가 딱 이 방 사진을 보고 예약을 했었는데 먼저 배정받은 방은 엄청 어둡고 구조도 이상했다.

동양인이라고 이상한방 준거야? 괜히 자격지심이 생기지만 일단은 안전한 방으로 옮겨왔으니 다행이다.

4박이나 예약했던 터라 남은 3박은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니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호텔이 피카소미술관 주변이라서 오자마자 가려고 했으나 비도 줄줄 오고 기침이 계속 나와서 결국 쉬기로 하고 숙소에 누워있었다.




첫날부터 참 다이내믹하네.

ㅁ... 무사히 살아서 갈 수 있겠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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