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놀마드 노을 Aug 26. 2024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다들 힘들구나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다들 힘들구나


백수가 되고 나서 직장인일 때 했던 투자에서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어디에 말도 못 하고 밤새 울며 쓰린 속을 달래던 중에 친구를 만나 투자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친구는 아파트값이 한창 올라갈 때 샀던 분양권을 제때 팔지 못해 마이너스로 처분하면서 큰 손해를 봤다고 했다. 정확한 금액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천만 원 단위인 듯했다.


회사원인 그 친구에게 '그래도 넌 직장 탄탄하니까 나보다 낫잖아'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작년에 그 친구의 회사에 횡령사건이 터져서 담당자였던 친구가 뒤처리만 죽게 하고 연봉이 천만원정도 줄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놨기 때문이다.

친구의 지친 얼굴에 씁쓸한 헛웃음이 번진다.



다들 힘들구나.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만 이런 것 같은 외로움


처음엔 남들은 잘만 사는데 나만 이렇게 되는 일이 없나 싶어 안 그래도 아픈 속이 뒤틀렸다.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싶어 지난날의 사소한 잘못까지 곱씹으며 원인을 찾는다.

이런 마음을 숨기려고 티를 내지 않거나 아예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 외롭기까지 하다.

세상에 배신당한 듯한 분노와 혼자라는 외로움이 목구멍의 가시처럼 걸려 숨 쉴 때마다 찌릿하게 파고든다.



하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아픔은 없으며 모두가 저마다의 사정과 사연을 품고 살아간다.

남의 인생이 마냥 편하고 좋아 보인다면 보여는 단면만 본 것이거나 그 사람이 모든 걸 말하지 않은 것이다.

얘기한다고 해결되는 게 없으니까, 말해봤자 마음만 아프니까, 알리기 창피하니까 묵묵히 가는 것일 뿐이다.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힘들었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놔준 친구의 용기가 너무 고마웠다.

가까이는 내 친구부터, 화려한 사람을 수도 없이 볼 수 있는 디지털세상의 작은 한편에서 힘든 현실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담담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눈여겨보게 됐다.


실직을 하고도 포기하기 않고 구직을 하는 사람, 큰 병에 걸린 환자의 치열한 투병이야기, 각자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묵묵히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당신만 힘든 게 아니라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힘들어는 할지언정 외로워하지는 말라고.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인생을 충실히 살아가는 나와 같은 누군가가 있어서 또 일어서게 된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희로애락이 반복되는 사이클 안에서 알게 모르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노와 애의 구간에선 겸손하게 몸을 낮추고 희와 락의 구간에선 살아갈 힘을 충전하면서 둥글게 굴러가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이전 09화 백수생활을 무너지게 한 투자손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