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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마드 노을 Aug 22. 2024

백수생활을 무너지게 한 투자손실

다 놓아버리고 싶게 만든 투자 손실


회사 다닐 때 투자했던 것에 문제가 생겨서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백수가 되며 모아둔 돈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중이라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 크게 휘청거렸다.


처음엔 부정했고 그다음엔 원망했다.

불안한 백수생활에 돈까지 잃은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세상의 무게를 혼자 짊어진 것처럼 공기마저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듯 하여 서있기가 힘들었다.

불 꺼진 방안에 누워 명치에 묵직하게 걸려있는 답답함을 애써 누르며 잠을 청했다.


그러다가 숨 쉬는 게 버겁게 느껴지며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10층 높이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상상에 이른 순간, 퍼뜩 놀라 그 생각을 잡아채 내동댕이쳐버렸다.



이건 아니잖아. 잘 살려고 했던 건데, 이건 잘못된 거야.


나는 괴로움에 잡아먹혀 나 자신조차 놓아버리려 하고 있었다.









바닥이라고 생각한 곳은 바닥이 아니다


퇴사 이후 불안한 마음에 투자손실이라는 직격탄이 떨어지니 모든 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돌릴 수 없고 돈을 잃은 것도 쓰린데 몸까지 잃을 순 없었다.

몸이 온전해야 돈도 벌 수 있다는 걸 회사 다닐 때 절실히 느꼈던 나였다.


그때부터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귀찮아도 조금씩 운동과 명상을 했다.

괴로울 땐 108배를 하며 땀을 흘렸고 눈물이 나면 마음껏 울었다.

힘들어도 참고 일했던 직장인시절을 생각하니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것도 행복이었다.


그렇게 수시로 감정을 털어내자 서서히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정신이 들고나서는 내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내가 가진 것 중에 어느 하나 당연한 게 없었고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곳은 절대 바닥이 아니었다.

내 손으로 밥을 먹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나는 내게 허락된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

바닥에 떨어졌다고 주저앉아 울었던 곳은 사실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디딤판이었다.







잃은 것은 얻은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백수인 현실도 아니고 투자손실도 아닌 욕심이었다.

하지만 잘살고 싶어서 욕심도 생긴 거니까 스스로를 탓하는 건 그만뒀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유혹에 흔들리기 쉽고, 유혹인지 아닌지 조차 알기가 어렵다는 것을 호되게 배웠다.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패는 이미 지불한 수업료를 통해 앞으로를 잘 꾸려나가는 것이었다.


무언갈 잃고 나니 오히려 갖고 있는 것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많이 얻고자 했던 욕심을 조금 버리자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올 자리가 생겨났다.

어쩌면 나는 얻기 위해 잃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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