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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놀마드 노을
Aug 12. 2024
태어난 김에 잘살고 싶었어
태어나는 걸 선택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누가 이런 물음을 던진다면 나는 '그냥 하늘나라에 있을래'라고 대답하고 싶다.
내 의지로 태어난 게 아니었고,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의 벽을 느낄 때마다 무력감에 잠식됐다.
퇴사 2년 차에 접어들면서는 권태에 빠져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매사에
의미를 찾으며 '왜'라는 물음이 시작되면 왜 해야 하지, 이건 해서 뭐 해, 재미없다, 의미 없다는 생각이 줄줄이 내게 매달리며 무기력이라는 늪 속으로 끝없이 가라앉았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면.
질척이는 늪 속에서 숨쉬기가 버거울 때마다 너무도 쉽게 드는 생각이었다.
힘든 마음은 희망이 없는 내일을 거부하며 증발하듯
없어지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온다.
현실의 문제를 타개할 힘이 없는 나는 회피하고 싶었고,
죽고 싶다는 생각은 지친 영혼의 피난처였다.
죽음에 임박한 나를 만나다
숨이 붙어있는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찰나의 삶을 달려간다.
시간은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해나가기에,
생명을 만들고 자라게
하며 종국에는
죽음으로 데려간다.
힘들 때 막연히 죽음을 떠올리다가 언젠간 만나게 될 나의 죽음을 한 번 따라가 본다.
죽음의 문턱에 있는 미래의 나는 꽤나 담담한 모습이다.
'다 알아. 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나의 죽음을 따라가다가 만난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건넨 말에 나도 모르게 펑펑 눈물이 난다.
죽음을 목전에 둔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그때 죽었어야 했어'가 아니라 '수많은 고비를 잘 넘기고
무사히 왔
구나. 잘했어.'라고
다독이
고 있었다.
미래의 나만은 알 거야. 내가 얼마나 애쓰며 살아왔는지를. 늘 함께 했으니까.
죽음을 생각하니 사는 게 편안해졌다
쉽게 갈 수 없는 여행지일수록
다시 오기 어렵기 때문에
매 순간이 아깝고 소중해진다.
삶은 매우 희소한 여정임에도
귀소
일을
알
수
없기에 마냥
이곳에
머물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
다.
내가 회피하고 무력했던 것은 정말 잘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어진 삶이 너무 소중해서 평생 살 것처럼 발버둥을 쳤다.
항상 삶에 충실하고자 애썼던 나를 인정하고 언젠간 마침표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본다.
자고 일어나 죽음직전의 나를 만난다고 생각하면 고민과 고통 속에서 보낸 오늘이 너무 억울해진다.
그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고
당장 내일일 수도 있는데
괴롭게 살건 뭔가 싶다.
내일 죽을 것처럼 살고자 하니 오히려 편안한 마음이 찾아온다.
내일 죽는다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다시 못 올 여행의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죽음에
임박한 내가 됐을 때 조금도 아쉽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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