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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소리 '해상도' 높이기

말소리튜닝 35

by 신미이

텔레비전과 컴퓨터 화면의 해상도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해상도는 디스플레이의 '선명도'를 말하는 것으로, 주로 눈으로 보는 시각적 범주에서 쓰이는 말입니다. 시각적으로 선명도가 높을수록 영상에 몰입하게 됩니다. 저는 이 '해상도'라는 개념을 귀로 듣는 말소리에도 적용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말소리의 해상도는 말소리의 선명도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말소리가 '선명하다'는 무슨 뜻일까요?

'선명하다: 산뜻하고 또렷하여 다른 것과 혼동되지 아니한다.'


그럼 '또렷하다'는 무슨 뜻일까요?

'또렷하다: 엉클어지거나 흐리지 않고 분명하다.'


그럼 '분명하다'는 무슨 뜻일까요?

'분명하다: 모습이나 소리 따위가 흐릿함이 없이 똑똑하고 뚜렷하다.'


그럼 '똑똑하다'는 무슨 뜻일까요?

'똑똑하다: 또렷하고 분명하다.'


위와 같이 동어반복처럼 보이는 작업을 굳이 하는 이유는 말소리의 해상도가 높을 때의 효과를 강조하고 싶어서입니다.

'말소리 해상도가 높다'는 것은 말소리가 선명하고, 또렷하며, 분명하고, 똑똑하다는 의미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선명하고 또렷하며 분명하고 똑똑한 말소리는 청각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뜻이지요.


반대로 '말소리 해상도가 낮다'는 것도 생각해 보겠습니다. 발음이 바르지 않거나 확실하지 않아 말소리가 뭉개질 때 말소리 해상도가 낮습니다. 나직한 소리로 분명하지 않게 혼자 입속말을 하며 웅얼거릴 때도 말소리 해상도가 낮습니다.

말소리가 뭉개지는 사람은 급한 성격을 탓하고, 말소리가 웅얼거리는 사람은 소심한 성격을 탓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격이 문제라고 칩시다. 성격을 바꾸면 자연스럽게 말소리 해상도가 높아질까요? 아닙니다. 성격이 급한 사람 중에도, 성격이 소심한 사람 중에도 말소리가 선명한 사람들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말소리의 해상도를 높일 수 있을까요?


우리말소리는 자음 소리와 모음 소리의 결합으로 완성됩니다. 자음 소리와 모음 소리가 결합해 음절을 만듭니다. 음절이 연결돼 낱말 소리를 만들고, 낱말 소리가 이어지면 문장 구조를 가진 말이 됩니다. 이때 19개 자음 소리와 8개 단모음 소리, 13개의 이중모음 소리가 우리말소리의 재료로 쓰입니다. 재료가 되는 소리가 정확하지 못하면 그 재료로 완성된 전체적인 말소리는 선명하지 않습니다. 이 소리 같기도 하고 저 소리 같기도 하겠죠. 해상도가 떨어집니다. 따라서 말소리의 해상도를 높이려면 우리말 자음 소리와 모음 소리를 정확하게 소리 낼 줄 알아야 합니다. 정확한 자음과 모음 소리 내기는 말소리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한 필수요건입니다. 저는 그 방법을 앞선 글에서 이미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말소리 튜닝 1부터 34까지 천천히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음절 단위에 정확한 소리를 만드는 것, 바로 이것이 말소리 해상도를 높이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말소리 해상도를 높이는 두 번째 단계는 우리말 리듬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말 리듬을 활용하면 말의 맛이 살아날 뿐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도 선명해집니다.

해상도가 높은 영상은 눈 부릅뜨고 쳐다보지 않아도 잘 보이는 것처럼, 해상도가 높은 말소리는 들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잘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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