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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마이크 May 15. 2023

전통시장에 왜 독립서점이 생겼을까

익산 남부시장 독립서점 '두번째집'

<두 번째 집>은 익산 남부시장에 위치한 독립서점이다. 시장을 걷다가 두 번째 집을 만나면 가만히 서서 쳐다보게 된다. 복닥거리는 시장 가운데 아늑한 노란 조명을 비추는 서점은 마치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익산의 청년 역사꾼 지원사업을 통해 전통시장에 자리 잡게 되었고 올해로 4년 차를 맞이한다. 30대 여자 두 분이 요일을 나눠 운영하며 서로를 비즈니스 사이라고 칭했다. 어쩌다 보니 비즈니스 하는 여자 넷이 모여서 신나게 지역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두 번째 집 공간 지기 이새나 님, 장영인 님을 소개한다. 그들의 언어에 맞춰 이 집사님, 장 집사님이라 부르며 인터뷰를 이어 나갔다. 


-두 분을 여기선 집사님이라고 부르시더라고요. 두 번째 집을 지키는 집사. 그 과정이 궁금해요. 


이 집사 : 제가 책방을 하기 전에 아이들 대상으로 그림책 수업을 했었어요. 그때는 ‘모리 쌤’으로 불렸거든요. ‘이새나’라는 본명도 물론 좋지만 내가 지은 나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2년 후에 저희가 책방을 여는데 그때 장 집사한테 그랬죠. 우리 두 번째 집이니까 너 장 집사하고, 나 이 집사 하자. 책방을 3년 넘게 하면서 이 집사라고 정말 많이 불렸어요. 


-이름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았을 거 같아요. 고양이 집사인가, 아님 교회 집사님인가, 하고요.


이 집사 : 맞아요. 어디든 가면 집사님, 집사님, 불리니까 종교가 있는 걸로.. (웃음) 어디 교회 다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두 번째 집이라는 가게 이름에서 제3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집 외에 쉴 수 있는 아늑한 공간. 제 유추가 맞을까요?


이 집사 : 제가 의도한 바는 그게 맞고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이름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때마다 이유를 굳이 설명하기보다 “왜 두 번째 집일까요?”라고 역질문을 던졌어요. 각자 상상해보는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제 의도는 집을 나와서 또 갈 수 있는 또 다른 아늑한 공간을 주고 싶었어요. 


-제가 그런 느낌을 받고 있어요. 이 곳의 매력을 찾아보면 정말 많지만 그중 제일은 시장에 있다는 점이에요. 지원사업을 통해 들어오긴 했지만 시장 안에 들어갈 때 두려움은 없었나요?


이 집사 : 두려움보다는 낯설었죠. 저희도 여기 오기 전까지는 잘 몰랐어요. 중앙시장이나 북부시장은 잘 알고 있었는데 남부시장은 더 발길이 안 닿는 곳이니까요. 있는 지도 잘 몰랐는데 장 집사가 지원사업을 가져왔어요. 주로 바깥 일(?)을 하는 분이라 예산을 물어와요. 근데 정말 낯설었어요. 초반에는 ‘여기서 될 수 있을까?’ 생각했죠. 


장 집사 : 처음 지원사업을 보고 재밌겠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시장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니까 광장 같잖아요?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면 이야기가 모이니까 우리의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젊은 사람이 시장을 찾고 남부시장을 아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대체로 책방을 찾는 사람은 호기심이 많으니까 찾아올거라 믿었어요. 책방을 찾아오는 골목골목 헤매는 시간도 되게 재밌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두 번째 집에 오기 위해서 남부시장에 처음 오는 사람들도 꽤 많았을 거 같아요.


장 집사 : 맞아요. 여행 오셨다가 익산역에 내려서 ‘근처에 갈만한 곳이 있을까?’ 검색해서 찾아오시는 분도 있고요. 오픈할 때만 해도 익산에 작은 책방이 정말 없었거든요. 갈증을 가진 젊은 분들과 저희 또래 분들까지 다양하게 찾아주셨던 거 같아요. 


-다양한 분들이 찾아오셨다니까 두 번째 집에서에서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게 여는 것으로 알아요. 주로 어떤 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이 집사 : 행사를 정말 다양하게 많이 했어요. 제가 여성주의와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작가님을 모시거나 샴푸바 만들기, 글쓰기, 시 낭독 모임. 등 다채롭게 진행했어요. 우선 우리가 재밌는 거 하자는 마음이 제일 컸어요. 사람들이 올지 안 올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의 흥미가 기준점이 됐어요.


장 집사 : 책방 안사람인 이 집사가 그때마다 관심 있는 주제, 작가, 기획을 주로 했죠. 우리도 재밌어야 초대한 분도 함께 즐길 수 있잖아요. 


-저도 우리가 재밌는 거 하자. 이런 말 많이 해요. 모임을 기획할 때 회의를 통해 도출하시나요?


장 집사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안사람 아이디어를 많이 해요. (웃음) 저는 우선 듣죠. 


이 집사 : 제가 반응을 보죠. 이거 되겠다, 안 되겠다를 가르는 첫 관문이에요. 왜냐면 제 취향이 대중적이지 못해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건데 또 나만 좋아하면 안 되니까요.


-고민을 치열하게 하시는군요. 


이 집사 :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대중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저는 용기를 갖고 작가님을 모시지만, 독자도 어느 정도 모여줘야 하고 독자도 소통할 수 있는 작가님을 원하죠. 제 취향만 독단적으로 가져가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어요. 정해진 예산을 제 만족을 위해서만 쓸 수는 없으니까요. 그 중간을 고르기가 참 어려워요. 제가 좋아하는 취향이되 어느정도 모집력은 있는 기획이어야 하죠. 그래서 장 집사한테 먼저 던져봐요. “내가 이번엔 대중성 있게 생각해봤어.” 하고요. 


장 집사 : 근데 한편으론 대중성도 중요하지만 책방의 색깔도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 조율이 필요해요. 이렇게 말하니까 제가 무슨 큰일을 하는 거 같은데 그냥 듣고 판단하는 거죠.


-큰 일이죠. 맨 처음의 기획을 점검하는 분이니까요. 저는 시장의 공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요. 여기가 지금 4년 차잖아요. 주변 상인과 라포도 많이 형성된 시기일 거 같아요. 초반엔 어떻게 자리를 잡으셨나요?


장 집사 : 저희가 이끌어간 건 없는 거 같아요. 우선 오픈을 했고 처음 생겼을 때부터 지금까지 예뻐해주시고 먼저 찾아주세요. 저희는 보통 엄마들이라고 부르는데 엄마 상인 분들이 매일 서점이 오픈하길 기다렸다가 커피 한 잔 마시고 이야기 나누세요. 시장에는 닫힌 공간에 잘 없어서 에어컨을 쐬러 오시기도 하죠. 요즘에는 엄마 상인분들이 저희 점심을 해결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웃음) 점심 즈음이면 “집사님 오늘은 뭐 먹을까~” 하고 물어요.


이 집사 : 라면을 먹어도 같이 먹어야 해요. 


장 집사 : 네, 작은 것도 같이 먹어야 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나가면 꼭 데리고 나가려고 하세요. 어떻게 보면 그분들이 먼저 다가와주셔서 저희와 융합이 되는 상태죠. 저희랑 같은 지원사업으로 들어왔던 청년들이 좋은 기회로 시장을 나갔는데 나갈 때마다 책방도 없어지는 거 아니냐고 미리 걱정하시고 아쉬워하세요. 많이 챙겨주세요.


-상인분들이 환대해주는 분위기 였나봐요.


이 집사 :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고 하니까 더 신경을 써주셨죠. 저희가 주변 상인 분을 잘 만난 덕도 있죠. 


-시장에 있는 서점이라서 생겼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장 집사 : 많죠. 저희 맞은편 정육점이 있잖아요. 11월즘이면 시장분들이 다 같이 김장을 해요. 그때 사장님이 수육도 삶아서 나눠주시죠.  


이 집사 : 요즘엔 그런 거 잘 안 하잖아요. 여기서는 김치를 직접 담궈요. 그래서 시장 방앗간에서 찌어다가 찰밥도 짓고 수육을 삶으시죠. 정말 큰 테이블 펼쳐놓고 열 몇 명이 잔칫날처럼 먹어요. 그렇게 베푸시는 거에요. 저희도 막걸리 사와서 합류하죠. 집에서도 그런 문화가 안 남아있거든요. 시장에는 남아있어요. 


장 집사 : 아무 날도 아닌데 삼겹살에 미나리 올려서 돌판에 구워 먹고 그래요. 


-맛있겠네요. 벌써 군침 돌아요.


이 집사 : 저희가 근무일이 달라요. 그래서 출근하면 서로 “오늘 점심은 뭐야~?” 물어보고 서로 막 찍어서 보내죠. “하, 오늘 내가 갔어야 했는데.” 하면서 얘기해요. 익산에 있는 책방 사장님 단톡방이 있거든요. 맨날 아, 남부시장 구내식당 부럽다. 그래요. 그들은 시장에 안 있잖아요. 저희는 축복 받았죠.


-확실히 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이 있네요. 


이 집사 : 네, 잊고 지냈던 감각이 살아나요. 사실은 잊고 지낸 게 아니라 경험하지 못해서 몰랐던 걸 수도 있어요.


생각해보니 이웃의 정(情)을 느낄 겨를 없이 살아왔다. 가족이 아닌 이들과 김장철에 같이 배추를 절이고, 수육을 삶아 나눠 먹는 건 드라마에서나 가끔 보던 장면이었다. 공동체의 건강함이 한 사람의 인생을 가꿔가는데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았다. 서로 상호작용하고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건 생각보다 소박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재밌는 일이 생기면 수다를 떠는 여유만으로도 충분했다. 


글. 로잇스페이스

사진. 로잇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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