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내러티브 경험의 진화
에피소드 게임 및 연재형 스토리텔링은 기존 게임 출시 방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게임 산업에 혁신을 가져왔다. 완성된 게임을 일괄적으로 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스토리를 여러 에피소드로 나누어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은 게임 개발자와 플레이어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TV 드라마나 웹툰의 연재 방식을 게임에 적용한 것으로, 지속적인 긴장감 유지, 커뮤니티 형성, 개발 리스크 분산 등의 이점을 제공한다.
2012년 텔테일 게임즈(Telltale Games)의 <더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 시리즈가 에피소드 게임의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입증한 이후, 이러한 방식은 게임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현재는 인디 게임부터 AAA 타이틀까지 다양한 규모의 게임들이 에피소드 형태나 시즌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DLC(Downloadable Content)를 통한 스토리 확장 또한 일반화되었다.
에피소드 게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직렬 서사 구조를 채택한다는 점이다. 전체 스토리는 여러 개의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된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각 에피소드는 고유한 시작, 전개, 절정을 가지면서도 전체적인 서사에 기여한다.
각 에피소드 말미에는 강력한 클리프행어(Cliffhanger)를 배치하여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한다. 클리프행어는 이야기 말미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며, 해결되지 않은 문제나 궁금증을 남겨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는 플레이어의 지속적인 관심을 유지하고 커뮤니티 내에서의 추측과 토론을 활성화한다.
또한, 복잡한 플롯이나 캐릭터의 배경을 한 번에 모두 공개하지 않고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드러내는 방식으로 플레이어의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각 에피소드는 전체 테마의 일부를 담당하면서도 독자적인 주제적 완성도를 갖추어 개별적으로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
에피소드 간의 시간적 간격은 단순한 개발 일정상의 필요를 넘어, 적극적인 스토리텔링 도구로 활용된다. 이러한 간격은 플레이어에게 이전 에피소드의 내용을 숙고하고 다음 전개를 예상할 시간을 제공하며, 커뮤니티 내 토론과 이론 제기를 촉진한다.
추측과 기대의 시간: 에피소드 사이 기간 동안 플레이어는 스토리의 향후 전개에 대해 추측하고 토론하며, 이는 게임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커뮤니티 결속력을 강화한다.
감정적 여운의 처리: 강렬한 감정적 사건 이후 적절한 휴식 시간을 제공하여 플레이어가 해당 경험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한다.
지속적인 몰입감: 정기적인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는 게임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관심과 몰입도를 장기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스토리 중심 게임에서 이러한 방식은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커뮤니티 형성: 에피소드 간 플레이어들 간의 활발한 토론과 추측은 자연스러운 커뮤니티 형성과 강화로 이어진다.
접근성 향상: 게임 전체에 대한 큰 비용 부담 대신 에피소드별 결제 방식을 통해 더 많은 플레이어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개발 리스크 분산: 전체 게임을 한 번에 개발하는 대신 에피소드별로 나누어 개발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초기 에피소드의 반응을 바탕으로 후속 에피소드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어 개발의 유연성이 크게 향상된다.
지속적인 수익 창출: 정기적인 에피소드 출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흐름을 확보할 수 있으며, 각 에피소드의 성과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조정할 수 있다.
플레이어 피드백 반영: 각 에피소드 출시 후 플레이어들의 반응과 피드백을 수집하여 후속 에피소드에 반영함으로써 플레이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더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 시리즈는 에피소드 게임의 가능성을 최초로 입증한 작품이다. 각 에피소드는 약 2~3시간의 플레이 타임을 가지며, 강력한 감정적 순간과 도덕적 선택으로 구성되었다. 시즌 1에서 리와 클레멘타인의 관계는 5개 에피소드에 걸쳐 점진적으로 발전하며, 각 에피소드 말미에 제시되는 클리프행어는 플레이어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더 울프 어몽 어스>(The Wolf Among Us, 2013)는 페이블스 코믹을 원작으로 한 누아르 스타일의 에피소드 게임으로, 각 에피소드가 하나의 완결된 수사 과정을 다루면서도 전체적인 음모를 점진적으로 드러내는 구조를 보여주었다.
<히트맨>(Hitman, 2016)은 액션 게임에서도 에피소드 형식의 효과적인 활용 사례이다.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인 암살 미션으로 구성되며, 각기 다른 장소와 목표를 제시한다. 이는 플레이어가 각 레벨을 충분히 숙달할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유지하는 효과적인 방식이었다.
시즌제 게임은 TV 시리즈의 시즌 개념을 게임에 적용한 모델로, 하나의 큰 서사를 여러 시즌에 걸쳐 전개한다. 각 시즌은 독립적인 스토리 아크를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발전에 기여한다.
<포트나이트>(Fortnite, 2017)는 시즌제 게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각 시즌마다 새로운 테마와 스토리를 도입하여 맵 변화, 새로운 캐릭터, 이벤트 등을 통해 지속적인 내러티브 발전을 이루어내고 있다. 특히 시즌 간의 연결성과 각 시즌의 독립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정교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시즌제 게임의 또 다른 특징은 라이브 서비스를 통한 실시간 스토리 진화이다. 플레이어들의 반응과 게임 내 이벤트 결과에 따라 스토리가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다.
<데스티니 2>(Destiny 2, 2017)는 시즌별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우주적 서사를 구현한다. 각 시즌은 새로운 위협, 동맹, 세계 변화를 가져오며, 플레이어들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다운로드 가능한 콘텐츠(DLC)는 메인 게임의 스토리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전통적인 확장팩에서 발전한 DLC는 더욱 유연하고 다양한 형태의 스토리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The Witcher 3: Wild Hunt, 2015)의 DLC들은 스토리 확장의 모범적인 사례이다. <하트 오브 스톤>(Hearts of Stone)과 <블러드 앤 와인>(Blood and Wine)은 각각 독립적인 스토리를 가지면서도 메인 게임의 세계관과 캐릭터 발전을 심화하는 역할을 한다.
DLC는 메인 스토리의 직접적인 연장뿐 아니라 사이드 스토리, 프리퀄, 시퀄 등 다양한 형태로 내러티브를 확장할 수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 레프트 비하인드>(The Last of Us: Left Behind, 2014)는 메인 게임의 사이드 스토리를 다룬 DLC로, 엘리의 과거와 라일리와의 관계를 조명하여 메인 스토리에 깊이를 더했다.
<호라이즌 제로 던: 프로즌 와일드>(Horizon Zero Dawn: The Frozen Wilds, 2017)는 메인 스토리와 병행되는 새로운 지역과 스토리를 제공하여 게임 세계의 스케일을 확장했다.
에피소드 게임은 '기다림'이라는 새로운 경험 요소를 게임에 도입했다. 이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기대감과 추측, 토론을 통한 커뮤니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한다.
추측과 이론 구성: 플레이어들은 에피소드 간격 동안 스토리의 향후 전개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제시하고 토론하며, 이는 게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더욱 증진시킨다.
공유된 경험: 같은 시점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경험하는 공동체적 경험은 TV 드라마나 웹툰 연재와 유사한 문화적 현상을 형성한다.
에피소드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은 즉각적인 결과뿐만 아니라 후속 에피소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는 선택에 대한 무게감을 더하고 플레이어의 책임감을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또한, 특정 에피소드에서 내린 선택이 여러 에피소드를 거쳐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결과 시스템을 통해 선택의 의미를 강화하고 장기적인 결과 추적을 가능하게 한다.
에피소드 게임과 연재형 스토리텔링은 게임이라는 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다. <더 워킹 데드>, <포트나이트> 등의 성공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방식은 플레이어에게 더욱 깊이 있고 지속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에피소드 형태의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개발 및 유통의 효율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와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자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도구이다. 기다림과 기대, 추측과 토론, 그리고 공유된 경험을 통해 게임은 개인적인 오락을 넘어 문화적 현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게임 개발자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에피소드 게임을 단순한 콘텐츠 분할이 아닌 플레이어와의 장기적인 소통을 위한 예술적 표현 수단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플레이어의 마음에 남는 연재형 스토리텔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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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1] Episodic video game, Wikipedia
[2] Pascal Luban, Episodic design 2.0 - Gameplay and storytelling at its best (Part 1), Game Developer, 2018. 02. 05
[3] PJ Williams, The Rise of Episodic Gaming, The Observer, 2011. 06. 03
[4] Kevin Oke, Mobile Games: The Advantages of the Episodic Model, Canada Media Fund, 2014. 08. 04
[5] Sydney Butler, Whatever Happened to Episodic Games?, How To Geek, 2024. 07. 31
[6] Patty Reifschneider, How to Choose the Best Season Pass Content: A Comprehensive Review, BorderLands, 2023.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