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자격증 시험은 60점만 넘으면 합격이다. 나는 합격 그 자체가 점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늘 커트라인에 맞춰 공부했다. 목표는 60점. 지난 시험지를 풀다가 연속으로 60점 이상이 나오면 어쩐지 불안해져 전략을 다시 세웠다. 내가 봤던 국가자격증 시험들은 실기든 필기든 네다섯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나는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뚜렷한 편이라, 못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결과는 대체로 내가 기대한 수준 이상으로 나왔다.
큐넷에서 점수를 확인할 때면 아이러니한 기분이 들었다. 60점이나 80점이나 같은 합격인데, 나는 왜 이렇게까지 공부했을까. 공부를 하다 보면 합격점을 넘어서, 어느새 100점에 가까운 점수를 갖고 싶어진다. 어쩌면 내 안의 욕심이 100점을 향해 달리는 건지도 모른다. 스스로가 조금 버거워질 즈음이면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되묻는다.
60점짜리 시험에서 100점을 맞아서, 그래서 어쩔 건데?
이상하게 어려운 시험일수록 점수가 더 잘 나왔다.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이 전략으로 이어졌고, 모호한 점수의 과목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내 목표는 60점 합격이었지만, 실제 노력은 100을 들였다. 그래서 60점을 목표로 삼고 100점의 노력으로 합격이라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예전에는 노력의 가치를 잘 몰랐고, 단순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 적도 있었다. 하는 것에 비해 결과가 잘 나와서 요령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성적, 자격증, 논문 등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늘 기대 이상이었다. 대학 시절 조별과제를 했을 때조차 개인 평가에서는 유독 팀원들과는 달리 안정적인 점수를 받는 편이었다. 대학원에 들어가서는 소논문을 발표하고 뜻밖에 상을 받게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교수님께 알리기 위해 학술발표대회 페이지에서 내 이름이 포함된 수상자 목록을 캡처하던 중, 문득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우연히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는 그것을 분석할 줄 알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계속 그 우연에 기대게 되잖아. 좋은 성과는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해.”
평균 이상을 늘 우연히 지켜온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우수발표논문상이라는 결과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그 안에는 매일의 작업 내용이 적혀 있었다. 회사를 다니다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나는 업무일지를 작성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 마감과 진행률을 꾸준히 기록해 왔다. 하루의 작업량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작업일지를 다시 보며 나의 좋은 결과에 대한 원인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아니 어쩌면 꾸준히 성실한 작업자였던 것이다.
과 특성상 수업 전날 밤을 새우는 일이 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완성한 결과물은 드라마틱해서 뿌듯함은 컸지만, 별개로 만족감은 낮았다. 하루 이틀을 잠도 못 자고 몰아서 할 바에야, 매일 나눠서 원하는 작품을 만들고자 마음먹었다. 같은 과 사람들로부터 ‘강의 전날에도 잠을 푹 자고 오는 사람’이라며 유독 독특한 취급을 받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몰아서 하지 말고 매일 해”뿐이었다. 덕분에 ‘대문자 T’라는 별명도 함께 붙었다.
나의 결과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전부 매일의 노력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노력은 스스로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에서 시작된 성실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