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없는
그러나 어디나 있는
도시의 골몰길
바르셀로나의 힙한 동네 보른지구,
몬트카다 거리를 걷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들었다.
낯선 도시.
좁은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곳을 스쳐 갔을 사람들의 발자국 위에
수많은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언젠가 한 번 와 본거 같은 그런
익숙한 착각.
지난 날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일상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함으로
눈과 마음이 환해지는 시간이다.
나는 이제야 이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갈 용기를 얻는다.
그렇게 다시 시작할 힘을 얻는다.
피카소 미술관 가는 길…
당신 꿈의 한가운데 있는 근심
그 근심의 한가운데로부터 당신을 지켜줄 한마디 말을 주고 싶어요.
[...]
나는 당신만이 잠시 깃들여 지내는 공기가 되고 싶어요.
남들 모르게 꼭 필요한 공기가
내 사랑하는 남자는
길이 없다고 느껴질 때
적막하다고 느낄 때
사방이 막혀 있다고 느낄 때
내 좁은 마음에 커다란 우주를 달라고 빌었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고
사랑하게 되니 그에게 우주가 생겼다.
마거릿 애트우드, 잠든 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