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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런던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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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 Kim Sep 01. 2024

담대한 희망이 나를 살린다.

조지 프레데릭 왓츠의 '희망'을 보며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재능이다. 우리 삶이 디즈니 영화처럼 예쁜 천연색으로 가득하면 좋으련만, 살아갈수록 만만치 않는 게 인생이다. 어찌 보면 잔잔한 슬픔과 외로움, 자잘하게 펼쳐지는 삶의 문제들이 인생의 디폴트 값일거 같다. 그래서일까.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과 긍정'을 찾아내는 사람이 참 귀하다는 생각을 한다.


Hope, George Frederic Watts

영국화가, 조지 프레데릭 와츠의 희망을 보며....

내가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슬픔과 절망'의 감정이 먼저 몰려왔다. 어쩜 이럴 수 있지! 그런데 그림의 제목이 '희망'이라는 것에 놀랐다. 참 역설적이게도 그림을 자세히 보면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가슴을 뚫고 지나간다. 그림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화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앞을 볼 수도 없는 가냘픈 여인이 위태한 구 위에 홀로 앉아있다. 바람이 불거나 발을 헛디디면 떨어질세라 양 다리에 힘을 주고 겨우 지탱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다 끊어지고 한 줄 남은 현으로 자신의 존재 끝에 남아있는 희망을 연주하는 것일까.


마음속의 공포를 이기는 방법은
 ‘담대한 희망 the audacity of the hope’
을 갖는 것


44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그의 자서전 <담대한 희망>에서 조지 프레데릭 와츠의 그림, <희망>을 언급한다. 책의 제목도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인간에게는 희망의 가능성이 있다는 믿음을 그림을 통해 설파한 거 같다. 겨우 한 줄 남은 리라 줄에도 연주를 멈추지 않는 이 여인을 보며 생각한다. 앞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고, 살아갈 이유를 발견하는< 담대한 희망>에 대해서 말이다.

런던 테이트 브리튼, 조지 프레데릭 와츠의 희망
런던 테이트 브리튼

지난봄, 런던 테이트 브리튼에서 마침내 이 그림 <희망>을 마주했다. 나에게도 '담대한 희망'이 있는지 묻고 싶어 졌던 그날은 분홍 장미가 흐드러지게 핀 아름다운 5월의 봄날이었다. 힘이 부칠 때면 이 그림을 보면서 다시 위로와 영감을 받아야겠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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