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에도 이유가 있다
평소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에 '왜?'라는 물음을 가지는 습관을 가진 친구들은 정말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곤 합니다. 이 친구들은 교실을 청소하며 쓰레받기와 마룻바닥 사이의 몇 mm 작은 틈으로 먼지가 자꾸 빠져나가 한 번에 쓸어 담을 수 없어 불편했던 점, 주번 활동을 하며 분필 지우개를 일일이 갈아끼우기 불편했던 점을 흘려보내지 않아요. 내 안으로 가져옵니다.
그런 친구들이 쓰레받기 끝을 깨지거나 변형 없는 얇은 금속으로 만들고, 자동 칠판지우개를 탄생하게 하는 것이지요.
저희 가족은 계란말이를 참 좋아합니다.
요리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은 제가 눈대중으로 대충 간 맞추고 휘리릭 부치는 계란말이지만 늘 맛있게 먹어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그날도 저녁 준비하며 열심히 돌돌 말고 있었습니다.
둘째 호야가 놀다가 부엌으로 종종 다가옵니다. 킁킁대며 "무슨 냄새지? 와~계란말이다!!" 하며 반겨줘요.
별것 아닌데 들으면 늘 기분이 좋아집니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해줄게" 하며 돌아서는 제 손에 들린 붉은색 뒤집개가 들려 있었어요. 그걸 유심히 보더니 호야가 묻습니다.
"근데 엄마, 뒤집개에 왜 구멍이 뚫려있어? 안 그래도 되잖아?"
말을 듣고 보니 동그란 구멍이 여러 개 뚫려있네요.
"뒤집는데 그게 왜 필요해?"
매일 보는 진부한 것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기다니. 역시 아이의 생각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 같아요.
"굳이 왜 뚫려 있는 거야? 아, 알겠다!! 공장에서 재료 아끼려고?" ㅎㅎㅎ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는 호야.
"그럼 이왕 몇 개 더 뚫어도 되겠다"
이 대답은 또 뭔가요. ㅎㅎ
근데 저도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첫째 아이에게까지 물어보았습니다.
"범아. 뒤집개에 구멍이 왜 뚫려있는 걸까?"
"그거? 열이 빠져나가라고 그런 거 아니야? 빨리 식으면 좋잖아~~"
소파에서 물구나무를 선 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그 말을 듣던 호야는 다시 물어요.
"그럼 모양은 왜 또 다른 거야?"
무슨 말인고 했더니 저희 집에 뒤집개가 한 개 더 있는데, 그건 구멍이 길쭉하게 뚫려 있더라고요.
정말이지 수년간 뒤집개를 쓰면서 구멍이 왜 뚫려 있는지, 모양은 왜 다른지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공기가 통하면서 전 요리처럼 납작한 모양을 들어 올릴 때 편한가?' 싶긴 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저만의 뇌피셜이기에 영 찝찝하더라고요. 궁금증이 생겼으니 알아봐야죠.
검색만 하면 뚝딱 나오는 세상이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엄마, 검색해 봐" 호야의 말대로 검색창에 물어보았습니다.
막상 찾아보니 지식인들도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나름 난제가 아니겠어요?
주부 베테랑들이 모인 카페에서는 구멍 뚫린 것과 아닌 것 둘 중 어떤 뒤집개가 좋냐는 질문에 아무거나 사도 된다고 조언해 주고 있었죠.
원리가 적힌 자그마한 과학 잡지 기사 하나쯤은 툭 나올 줄 알았는데 '기름 빠지는 데 좋다' 외에는 큰 기능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번엔 chatGPT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요리에 사용하는 뒤집개에 구멍이 뚫려있는 이유를 설명해 줘.'
그랬더니 음식의 물이나 기름을 효과적으로 빼내기 위해 공기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네요.
균일하게 조리되도록 도와준다는 것으로 보아 넓고 납작한 모양의 조리에 유용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상에서 물과 기름이 뚝뚝 떨어질만한 요리를 뒤집개로 하지 않아서 확 와닿지는 않았어요. 저에게는 꼭 필요한 기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어떤 분들은 씻을 때 편하다며 막힌 걸 선호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이제 알고 나니 다음에 저도 막혀 있는 뒤집개를 사게 될 것 같아요.
해마다 학교에서는 발명 대회를 합니다.
대회 2주 전부터는 공지가 나가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이나 모양을 바꿔도 되는 점들을 살펴보고 아이디어를 낼 시간은 충분해요.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일이 되어서야 '아~ 뭐 하지?' 하면서 모든 학용품을 죄다 붙인 펜이나 만능 로봇 같은 공상을 하곤 하지만요.
평소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에 '왜?'라는 물음을 가지는 습관을 가진 친구들은 정말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곤 합니다. 이 친구들은 교실을 청소하며 쓰레받기와 마룻바닥 사이의 몇 mm 작은 틈으로 먼지가 자꾸 빠져나가 한 번에 쓸어 담을 수 없어 불편했던 점, 주번 활동을 하며 분필 지우개를 일일이 갈아끼우기 불편했던 점을 흘려보내지 않아요. 내 안으로 가져옵니다.
그런 친구들이 쓰레받기 끝을 깨지거나 변형 없는 얇은 금속으로 만들고, 자동으로 물이 나오 칠판지우개를 탄생하게 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일상 속의 작은 궁금증으로부터 물건의 쓰임과 기능 그리고 본질에까지 생각이 닿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왜 뒤집개는 그 모양으로 생겼지?'
'색연필은 왜 꼭 무지개색 순서대로 놓여 있지?'
이유를 짚어보며 당연한 것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게 되는 눈!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꼭 가져야 할 태도와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뒤집개의 구멍이 간단한 요리할 때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구멍의 모양이 동그랗든 길쭉하든 상관없다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나만의 이니셜로 뚫어본다든지, 회사의 로고 모양으로 만들어본다든지요.
조금 다양한 모습으로 탄생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보지 않는 시선의 끝에는 하나의 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만의 닫힌 프레임 바깥으로 나가는 문입니다.
나만의 프레임 안에서 큰 문제없이 매일을 살아가도 좋지만, 가끔씩은 여행 가는 기분으로 문을 열고 나가 보는 건 어떨까요? 그곳에는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