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예민하고 예리하게 인식하기
얼마 전 뉴스를 보는데, 미국 LA에서 큰 불이 났다는 소식이 나왔다. 8일째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강풍으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재해 앞에서 일상이 힘 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아이는 자연재해에 민감한 편이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걱정 어린 말투로 계속 묻는다. “왜 불이 나는 거야?”, "우리 집에도 불이 나면 어떡해?",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없어?", "폭우, 폭설, 폭풍, 쓰나미가 우리 집에 닥치면 어떡해?"묻는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정말 그런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언젠가부터 '지구 온난화'라는 키워드가 자연스러워졌다.
최근 LA 지역의 산불 원인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여러 복합적 요소가 맞물려 있겠지만 그중 큰 원인으로 기후 변화와 극심한 가뭄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LA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지역은 기후 변화로 인해 점차 온도가 올라가고, 비가 내릴 시기가 짧아지면서 토양과 식물이 말라가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건조해진 풀이나 나무는 작은 불씨에도 금방 번질 수밖에 없기에, 강한 바람과 사람의 부주의가 겹치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넓게 퍼져가는 것이다.
이런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아이는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뉴스가 대화 거리가 되는 것이다. LA 산불 같은 전 지구적 환경 뉴스를 함께 보면서, “왜 저런 불이 자주 날까?”라는 아이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은 기후 변화와 이어지게 된다.
우리의 일상이라는 작은 점으로부터 지구 환경이라는 거대한 범위를 연관시켜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연결고리를 하나씩 풀어가다 보면 지금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에 다다르게 된다.
아이는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 외출할 때 불을 끄지 않고 나가는 것,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의 일이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구의 문제는 나의 문제가 되어 간다.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보고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내일을 그려 본다.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면서 우리는 환경에 대해 조금 더 예민하고 예리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에게는 개미 한 마리, 나비 한 마리도 우리와 연결된 소중한 생명으로 다가온다. 이런 사소한 순간이 늘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더워지고 생물 다양성은 줄어들고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관심은 거창한 게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고 경각심을 가지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커갈 미래에는 기후 변화나 생물 다양성 감소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로 인한 문제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나 몰라라 할 수 없다. 누군가 해결해 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어릴 때부터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알고 일상에서 인식을 해야 한다. 앞으로 모두가 협동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이 주제와 연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환경과 삶의 터전, 자연과 생명을 생각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지고 세상에 대한 책임감도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일상 속에서 환경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자연 관찰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학교를 오가면서, 산책을 하면서, 새로운 곳에 여행을 가서 주변에 보이는 자연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큰마음먹지 않아도 아이들은 으레 그렇게 한다. 부모는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충분히 확보해 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다른 놀 거리, 볼거리가 많더라도 아이가 처음 보는 곤충과 꽃을 쭈그리고 들여다보고 있다면, 얼른 가자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보자.
지나칠 수도 있는 순간에 잠시 멈춰서 “저 꽃은 왜 저런 색깔일까?”, “나비는 하루에 얼마나 멀리 날아다닐까?” 같은 질문을 나누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진다.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그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다.
둘째, 환경을 생각하는 습관을 하나 만들어보는 것이다. 예전에는 늘 집에 비닐봉지가 넘쳐났었다. 물건을 사 올 때마다 하나씩 쌓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쌓여 있는 비닐봉지가 없다. 집 앞에 빵을 사러 가거나 장을 보러 갈 때 장바구니를 이용하고 간단한 것은 손에 들고 온다.
외출할 때에도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가기도 한다. 물론 매번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더라. 그렇지만 생각을 하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무 인식 없이 다니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건 나의 불편과 맞바꾸는 일이라 사실 아예 줄이는 건 자신이 없다.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나 일회용품 사용이 당연한 것이 아닌,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여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가짐이 서서히 사용 빈도를 줄이고 태도를 바꾸게 하니 말이다. 작은 실천이지만, 이렇게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환경, 자연, 생물 다양성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면, 막연히 개념적으로만 알고 있던 내용을 영상으로 볼 수 있어 더 실감 난다. 직접 가보지 못하더라도,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생태계를 담은 영상을 통해 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 서로 주고받는 영향,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서로의 느낌을 이야기하다 보면, 나도 아이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많다. 매일의 삶에 당장의 문제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을 하기도 한다. 바삐 돌아가는 하루 중에도 잠시 멈춰 서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을 주고받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비전을 가지도록 할 수 있다. 뜬구름 잡는 소리, 이상주의가 아니라 미래에 다가올 현실을 미리 준비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사소한 실천을 하며 일상에 우리 삶의 터전에 대한 고민을 가져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환경이 나의 삶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어쩌면 이 환경을 더 오래 지켜주는 동력이 되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 고민하고 행동한다. 당장의 편리함만 생각하기에는 찝찝한 구석이 있다. 당장 우리 아이가 살아갈 터전을 망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소소한 생각과 실천들이 쌓여서 자신이 사는 터전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사는 존재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키우게 되는 것 같다. 가정에서부터 시작한 작은 관심이 아이들의 미래와, 더 나아가서는 지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라면서 오늘도 한 걸음씩 나아가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