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백수 탈출기
오늘은 어머님을 모시고 삼 형제가 점심을 먹었다. 마침 오늘은 작은 형 환갑이기도 했다.
내가 유일하게 목소리가 커지는 자리이고, 나를 누구보다 아끼는 사람들이다.
집에서도 이런 대접을 받지 못해 이 모임은 내 자존감을 크게 회복시켜 준다.
이곳에선 내가 무슨 자랑과 죽는소리를 해도 뒤돌아서 찜찜함이 남지 않는다.
큰 형은 돌아가신 아버님을 대신해서 동생들과 어머님을 챙기느라 가끔씩 식사자리를 만든다.
요즘 내 근황을 듣기가 무섭게 쏟아놓는다. 며칠 후 동창 모임이 있는데 사업하는 친구들에게
내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단다. 자신의 사업장에도 몇 가지 일들이 있다며 자신의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동생은 흉내도 못 낼 형의 반응에 돌아오는 길에 뭔지 모를 흐뭇함이 밀려왔다.
부모형제 말고는 이렇게까지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없음을 새삼 느꼈다.
어머님과 착한 형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이렇게 살고 있음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공인중개사, 투자자산운용사, 화가, 작가 등의 타이틀들은 돈 없는 중년에겐 무용지물이다.
오십 후반 현금 흐름이 끊기고 기술 관련 자격증이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런 것 같다.
좋은 직장에 있던 친구들도 기술이 없으면 은퇴 후에 속수무책이다. 사십 대 때 소방, 전기, 조경
관련 자격증들이나 도배, 미장 관련 기술을 배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까지도 부모형제 덕으로 살아왔는데 마지막에도 형의 도움을 받게 될 것 같다. 이 나이에도
이 구성원들 속에선 언제나 막내다 보니 평생 받기만 하면서 산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