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부러움

중년 백수 탈출기

by 일로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그림과 낭만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일자리를 찾다 보니 쉽지 않다.

요즘은 어딜 가도 일하는 사람들만 보여 부러운 눈길을 보낸다. 어떻게 그 자리를 구했는지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빌딩 소장, 주차관리, 한강공원 관리원들, 셔틀버스 운전기사들... 까지도 요즘은

다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매일 구직을 하고 있는데도 연락이 없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내가 봐도 내 이력이 경비나 청소원으로 채용하기는 못 미더울 것 같다. 경력도 없고 책상머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란 생각에 서류에서 탈락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사무직은 이제 시켜줘도 못할 것 같다.

눈이 피곤해 컴퓨터를 종일 보고 있을 수도 없고 기억력이 많이 떨어져 자신감도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일들을 찾다 보니 경비 아니면 청소일 뿐이다.


오늘도 아내와 예배와 순모임을 마치고 동네 카페에서 수다를 떨다가 들어왔다.

내일이 결혼 24주년이니 을지로 금은방을 가자고 했더니 어리둥절한다. 거기 가서 갖고 있는 반지들을 다 팔자고 했더니 그때서야 박장대소를 했다. 아이들 어렸을 때 결혼 패물을 다 팔아 생활비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부자가 되었고 아이들도 다 컸다.


너무 많은 축복을 받고 살아왔음에도 항상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나는

특별하니 조금 편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십 대부터 내 평범함을

인정해야 했지만, 오십 중반 이후에는 평범 조차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평범하게 살아가게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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