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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퇴사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이번 주 금요일이면 아내가 6년 간 다닌 회사를 퇴사한다.

2020년 2월 코로나 시작과 동시에 아내가 직업을 가졌기에, 백수 남편으로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다.

개인사업을 정리한 후 큰 아이가 고3, 막내가 고2가 된 해였으니, 난 아이들 학원과 학교를 델다주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그 시기에 마침 백수가 되어 아이들 입시를 함께하고, 대학 합격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지난 6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내 퇴사 기념으로 다음 주 월요일, 3년 전 갔던 낙산비치호텔로 다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때 추억이 좋기도 했고, 그동안 고생한 아내와 퇴사 기념을 하고 싶었다. 아내 근무 시간이 좋아

평일 오전엔 카페를 다녔고, 분기별 휴가 덕에 여행도 많이 다닐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삶의 여정을 준비해야 한다. 내년이면 아내도 쉰이 되고 나는 육십을 바라본다.

어쩌면 지금부터 10년이 우리 부부의 가장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당장 통장 잔고 바닥이 보이고, 대출이 되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지만 돌파구는 생길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또 다른 길이 열릴 것이다. 여하튼 이제 다시 아내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의 모습을 보일 차례다. 2026년 한 해만 버텨낸다면, 2027년은 다른 변수가

생길 것 같다. 지금까지 쌓아온 부동산과 주식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해야 한다.

다행히 서서히 그 기회가 오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오랜 시간 기다렸던 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아내 직장 때문에 못했던, 많은 일들을 함께 해봐야 할 것 같다.

탁구도 다시 시작하고, 지방 한 달 살기나 여행을 더 자주 가고 싶다. 물론 재정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팍팍한 살림을 할 때가 더 애틋하고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내년은 돈 없는 중년백수 부부의 가장 행복했던

한 해로 만들어 봐야겠다. 풍요롭지 못할수록, 작은 추억들이 더 큰 감동으로 느껴질 것이다.

이미 충분히 과분한 삶을 누렸기에, 앞으로 닥쳐 올 불안한 시간들도 기꺼이 맞이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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