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림도 없겠는데?
10개월된 딸을 카시트에 태우고 무작정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네이버부동산으로 매물 위치를 대강 짐작해서, 괜찮아보이는 집이 있으면 짐을 챙겨 바로 출발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집이란 건 지도로만 본다고 알 수 있는게 아니었다. 지도와 로드뷰, 매물 정보로 파악한 것과는 전혀 딴 판인 집들이 많았다. 몇몇 집은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남편과 마주보며 머쓱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우리가 찾아간 집들, 그 오답노트를 정리해본다.
B동 2층집: 공원, 도서관 근처.
공원은 야외 경로당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어르신들의 전용공간이 되어있었다. 도서관은 가깝지만 가는 길이 차도이고 유모차를 끌기 어려운 오르막. 심지어 앞 집은 굿을 하는 것 같은 화려한 절집. 마당이 전혀 없고 1층은 반지하처럼 지어진 빽빽한 집이다.
C동 단층집: 뒤에 숲 탐방 데크가 있고, 내부가 편백나무로 되어있으며, 중정이 있는 집.
도로로 부터 내려가는 계단이 가파르고, 앞집과 뒷집이 빈집(!)이었다.
G동 단층집: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고, 마당이 넓은 구조.
유모차를 끌 수 있는 완만한 오르막이고, 초등학교가 근처에 있다는 점은 좋다. 하지만 코너자리 끝집인데다 외진 느낌.
B'동 단층집: 마당이 있는 집.
차가 들어갈 수 있는 골목. 골목 안 쪽 집이긴 하다. 차가 지날 수 있는 길과 접한 것은 한 쪽 벽면. 한 쪽 벽면이 길과 바로 맞닿아있는 게 사생활이나 치안 면에서 걸린다. 바로 뒤에 2층 집이라 마당이 보이지 않을까?
C'동 2층집: 공원으로 통하는 길이 있고, 텃밭이 있는 집.
공원으로 통하는 길은 실제 길이 아니고 화단을 질러 가는 길이고, 텃밭은 실제 집 소유 땅이 아니라 불법으로(!) 공원 화단을 텃밭처럼 활용하고 있었다. 그외에 집으로 통하는 정식 길은 높다란 오르막 계단. 불법 텃밭 외 마당 없음.
B''동 2층집: 인테리어가 새로 깔끔하게 되어 있고, 옥상을 쓸 수 있는 집.
마당이 전혀 없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좁고 계단을 이용해야 함. 더구나 주변이 집중순찰구역이라는 표시를 발견(!)
C''동 단층집: 마당이 넓고 창고가 있는 집. 매물 사진에는 마당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 사진이 있었다.
차가 진입할 수 없는 길. 집 위치 자체도 오르막 끄트머리에 있었음. 주변에 빈집이 좀 있었음.
G동 2층 복층집: 마당이 넓고 2층 테라스가 있으며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한 집.
1층은 편백나무, 2층은 황토방으로 되어있고, 1층 거실이 통창에 통구조로 넓게 쓸 수 있음. 2층은 테라스가 넓직해서 좋음. 나무들도 오래되어 운치있음. 단열재를 보강하고 샷시도 교체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좋았다. 하지만 주변에 화력발전소(!)가 있고, 수소발전소까지 추가될 예정이고, 근처 수리조선소에서 비롯된 석면 이슈도 있음을 알게됨.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함을 알게되었다. 우리 예산으로 이 지역에서 집을 구하려면, 어딘가 하자있는 곳을 고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과연 우리를 꽃피울 수 있는 집은 어디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