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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만난 또 하나의 세계

윤정원 개인전을 가다

by 청일

문래동에서 가졌던 2차시 예교리 수업이 끝나고 19일 인사동 아트갤러리에서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는데 같이 가실 수 있는 분은 오시라고 했다. 지영샘이 간다면 가서 또 무슨 말이라도 들을 수 있으니 가야겠다 생각했다. 지하철을 타고 안국역에 내려서 인사동으로 걸어내려 갔다. 코로나 때의 그 황량함과 안타까움은 사라지고 거리는 인파로 가득했다. 한국적 정서에 외국인들의 시선이 넘실대는 곳! 이제야 인사동의 모습을 되찾은듯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트 갤러리를 찾아 1층 전시관으로 들어가니 이미 지영 작가님과 동기들의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갤러리를 찾아가 혼자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같은 결을 가진 사람과 함께 그림을 감상하며 얘기 나누는 것은 더 없는 감상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고 느끼는 마음과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성을 같이 경험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이런 기회가 오면 놓치고 싶은 않은 맘이다.


윤정원 작가의 작품은 예교리 수업을 하며 한점 갤러리에 걸려있는 새들도 압니다 라는 작품을 통해서 먼저 만났었다. 바로 그 작가의 작품이라서 어떤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을지 궁금함이 묻어났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전시장에 걸린 그림들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익히 경험해 보지 못한 화려한 색상으로 가득한 캔버스. 작가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들이 가득 차있을까? 순간 작가는 환하게 빛나는 아우라를 가진 여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울한 마음을 단 한켠도 허용하지 않을 듯한 그림들! 그녀가 이룩한 동화의 세상에 따뜻한 온기가 묻어난다.

조형물과 벽면을 가득 채운 눈부시도록 환한 그림들. 화려한 색상과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한 세계의 탐험으로 마음은 시선을 따라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다. 모든 그림에는 구경할 요소들이 구석구석 숨어있었다. 하나하나 요소들을 바라보면 이야기가 간직되어 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커다란 캔버스 하나에 모두 들어있다. 시끌벅적한 수다들이 평면의 그림을 타고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정겹고 행복한 이야기 속으로 나도 빠져든다.

수많은 그림 중 나는 한 점의 그림을 픽해본다. ’불을 켜자‘ 라는 작품이다. 재미난 복장을 한 사내가 천장에 매달려있는 샹들리에에 불을 밝히고 있다. 얼굴엔 행복이 가득 차 있다. 샹들리에에 불을 밝히는 모습이 단순한 행위 같으면서도, 마치 세상을 환하게 비추려는 사명감을 가진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머리 위의 작은 등불은 그의 내면에도 빛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새의 머리와 함께 발이 살짝 보이고 몸통이 있을법한 자리에 환한 오색의 빛이 드리워져 있는데 둥근 빛은 또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처럼 느껴진다. 저 공간 속으로 들어가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무한한 상상을 만들어내는 그림 한 점이 재밌게 다가와서 즐거워지는 순간이다.

예고 없이 다가온 그림 한 점으로 나는 오늘 재밌는 상상의 세상으로 탐험을 해보았다. 그림이 주는 또 다른 매력하나를 찾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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