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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향한 사다리

조지아 오키프

by 청일


1. 작가소개


조지아 오키프(1887–1986)는 미국 현대미술의 상징이자, ‘미국의 모더니즘을 연 화가’로 불린다.

대담한 색채와 단순한 형태, 본질만을 남긴 정제된 화면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꽃, 사골, 사막, 하늘 같은 자연의 요소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존재를 가장 미묘하고도 강렬하게 표현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내가 보는 대로 그린다’는 신념 아래,

대상을 외면이 아니라 내면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이어갔다.


2. 작품설명 – Ladder to the Moon


《달을 향한 사다리》(1958)는

뉴멕시코의 고요한 하늘 속에 하나의 사다리를 놓아둔 듯한 인상을 준다.

사다리는 땅에도, 달에도 닿아 있지 않다.

공중에 고독하게 떠 있는 이 사다리는

오키프가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의 상징 중 하나로,

‘하늘과 땅을 잇는 통로’ 혹은 ‘영혼의 길’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푸른 하늘 위에 걸린 작은 초승달은

조용한 방향성을 암시하며,

사다리와 달 사이의 넓은 여백은

오히려 보는 이의 상상력을 밀어 올리는 공간이 된다.

목표와 현실 사이에 놓인,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인간의 길을 상징하는 이미지처럼 다가온다.


3. 나의 감상


꿈을 가진다는 일은 언제나 희망과 연결되지만,

그 희망은 때로 한낮의 달처럼 선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오키프의 사다리는 땅에서도, 달에서도 멀찍이 떨어진 채 허공에 걸려 있다.

그 모습은 목표를 향해 걷는 동안

불안과 선택이 뒤엉켜 어디에도 닿지 못한 채 머무는

내 삶의 어떤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어둠이 내리면 달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듯,

희미한 빛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다시 피어난다.

사다리는 비록 도달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달을 향해 기울어 있다.

그 자세는 실패가 아니라

끝내 포기하지 않은 이의 고집스러운 용기처럼 보인다.


꿈은 도달의 완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향해 흔들리며 나아가는 마음 속에 있다.

희망은 멀리 있을지라도,

그 희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언제나 우리 안에 빛나고 있다는것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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