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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Buddies

키스 해링

by 청일


1. 작가소개 — 키스 해링 Keith Haring (1958–1990)


키스 해링은 20세기 후반 미국을 대표하는 팝아트 작가로, 낙서와 그래피티의 언어를 미술의 장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굵은 검은 선, 단순하지만 강렬한 색면, 움직임이 살아 있는 인물상은 그의 작품을 단번에 알아보게 만드는 시그니처이다.


해링의 예술은 단순한 일러스트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연대와 지지의 메시지였다.

차별과 편견에 맞서며 ‘예술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실천했고, 거리, 지하철, 공공장소를 그의 캔버스로 사용하며 대중적 예술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의 그림엔 항상 사람, 사랑, 관계, 존엄성이 흐르고 있다.


2. 작품설명 — Best Buddies (베스트 버디스)


이 작품은 두 사람이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균형 잡힌 리듬으로 발맞춰 서 있는 모습을 그린다.

노란색과 살구색 인물은 서로의 ‘다름’을 탁월하게 드러내면서도

그 다름을 연결하는 팔 하나로

우정의 본질이 얼마나 단순하고도 견고한지 보여준다.


배경의 청록색, 인물 주위로 퍼져나가는 선들은

친밀함과 활력의 진동을 시각화한다.

해링 특유의 생동감은

‘우정이란 서로를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임을 말한다.

복잡한 설명 없이도, 보는 순간 마음이 환히 열린다.

우정의 순수성, 관계의 원초적 따뜻함을

가장 간단한 선과 색으로 완성한 작품이다.


3. 나의 감상


키스 해링의 두 인물은

마치 오래전부터 서로의 온기를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어깨를 맞댄 채 환하게 서 있다.

단순한 선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숨결이 있다.


젊은 날의 밤도 떠오른다.

술기운에 볼이 붉어지고

좁은 골목길을 친구와 어깨동무한 채

세상 모든 걱정을 잊고 노래하던 순간들.

그 시절의 우정은 뜨겁고 솔직했고,

그 때문인지 한순간도 오래 남았다.


지금은 그 뜨거움 대신

말없이 건네는 미소 한 번이

더 많은 마음을 담고 있다.

어깨를 기대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서로의 피로를 알아보고,

짧은 안부 속에 긴 마음을 담아 보낸다.

나이를 먹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

우정의 다른 온도다.


세월은 몸을 약하게 만들지만

대신 마음은 더 부드러워진다.

기억은 흐릿해지고 실수는 잦아졌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더 너그러워졌다.

그 변화가 유일하게 나를 위로하는 선물이다.


아침마다 필사하는 시간은

내 안의 바다를 비추는 창이 된다.

요동치던 파도도,

밤처럼 검은 물결도,

햇살에 반짝이던 윤슬도

모두 내 마음이 지나온 풍경이었다.

나는 그 바다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오늘의 나를 다시 세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완벽해지는 일이 아니라

조금 더 따뜻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조금 덜 흥분하고,

조금 더 이해하고,

누군가의 곁에서 고요한 온기가 되어주는 일.


해링의 두 인물처럼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를,

어깨에 팔을 두르지 않아도

마음이 기댈 수 있는 사람이기를

오늘도 천천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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