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숙
1. 작가 소개
김원숙은 자연을 배경으로 인간의 내면과 감정을 사유하는 작가다.
그의 작업 속 자연은 풍경이기보다 하나의 존재 방식이며, 숲과 빛, 어둠은 인간의 삶과 감정, 기억을 비추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밝음과 어둠을 선명하게 대비시키기보다, 서로 스며들고 공존하는 상태로 그려냄으로써 삶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간다.
김원숙의 회화는 설명하기보다 머무르게 하고, 이해시키기보다 느끼게 한다. 화면 속 인물과 빛은 관람자를 바깥의 구경꾼이 아니라, 숲 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존재로 초대한다.
2. 작품 설명
〈Forest Lights〉는 깊은 숲 속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빛들을 그린 작품이다.
높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직접 닿지 않는 공간, 그 어둠 속에서 작은 빛방울들이 숲을 채우고 있다. 빛은 위에서 강렬하게 쏟아지지 않고, 마치 숲이 스스로 만들어낸 숨결처럼 은은하게 떠다닌다.
무릎을 꿇고 손을 뻗은 인물은 빛을 붙잡거나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그 빛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숲 안에 존재한다. 이 장면은 구원이나 깨달음이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의 어둠과 함께한 끝에 비로소 마주하게 되는 순간임을 암시한다.
이 작품에서 어둠은 부정의 대상이 아니다.
빛이 태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토양이며, 삶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조건으로 그려진다.
3. 나의 감상
나무의 기운이 가득한 숲은 빛이 가려진 세계입니다.
높게 뻗은 나무의 정수리만이 햇빛을 가득 받아 안고, 그 빛은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려 햇빛의 정령이 되어 숲 속으로 스며듭니다. 나무는 그렇게 웃자라며 서로의 그늘을 만들고, 그 그늘 속에서 비로소 숲이 됩니다.
어둠만이 깔린 세상이라면, 그곳에는 죽음의 그림자만 맴돌 것입니다.
그러나 이 숲의 어둠은 텅 빈 어둠이 아닙니다.
어둠 가득한 숲 속에 빛방울들이 내려앉습니다.
그것은 위에서 떨어진 구원이 아니라, 오래 견뎌온 시간 속에서 스스로 태어난 생명의 빛입니다. 숲 가득 빛방울이 번져갑니다.
숲은 빛을 숨기지만, 동시에 빛을 키웁니다.
어둠 속에서만 더 또렷해지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빛방울들은 떠다니며 숲을 채우고, 그 앞에서 한 사람은 무릎을 꿇고 손을 뻗습니다. 붙잡기 위함이 아니라, 받아들이기 위함입니다. 빛은 소유될 수 없고, 다만 머무를 수 있을 뿐이니까요.
어둠과 함께해야 빛은 비로소 빛이 됩니다.
그늘이 있어 햇살이 눈부시듯,
눈물이 있어 기쁨이 깊어지듯,
이 숲의 빛은 어둠을 밀어내지 않고 어둠과 나란히 존재합니다.
숲이 말합니다.
사랑이란 환히 밝히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그늘에 함께 앉아
그가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이
언젠가 빛이 되는 순간을
조용히 기다려주는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