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트레이

웨인 티보

by 청일


1. 작가 소개

웨인 티보 Wayne Thiebaud (1920–2021)


웨인 티보는 미국 팝아트의 흐름과 나란히 언급되지만, 스스로를 끝까지 **화가(painter)**로 남기길 원했던 작가다.

그는 광고 디자이너와 애니메이터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의 사물—케이크, 파이, 아이스크림, 핫도그 같은 평범한 음식들—을 회화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티보의 그림은 화려한 소비문화를 찬양하기보다,

진열된 사물 앞에 멈춰 서는 인간의 욕망과 고독,

그리고 시간이 스며든 색감과 그림자를 담아낸다.

두껍게 쌓아 올린 물감, 과장된 명암, 선명한 파스텔 톤은

달콤함 속에 묘한 쓸쓸함을 남긴다.


2. 작품 설명

디저트 파티 트레이 Dessert Party Tray


은색 트레이 위에 가지런히 놓인 디저트들.

케이크, 파이, 크림이 얹힌 과자들은 마치 파티를 기다리는 주인공처럼 정렬되어 있다.

하지만 이 장면에는 사람의 웃음소리도, 손의 온기도 없다.


웨인 티보는 이 작품에서 ‘먹음’의 즐거움보다 ‘기다림’의 시간을 그려낸다.

디저트들은 모두 완벽하게 준비되었지만,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채 빛과 그림자만을 안고 있다.


트레이 가장자리를 따라 드리운 강한 그림자는

사물에 입체감을 주는 동시에,

이 달콤한 풍경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암시한다.

달콤함은 언제나 찰나이고,

지나간 후엔 공백이 남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묻는다.

“우리는 이 디저트를 먹고 싶은가,

아니면 이 완벽한 순간을 조금 더 바라보고 싶은가.”


3. 나의 감상


차분한 색감의 원형 접시 위에

다채로운 디저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팬케이크, 타르트, 초콜릿 케이크, 레몬 타르트, 머랭,

그리고 기다란 밀크셰이크까지.

마치 달콤한 유토피아를

한 접시에 담아놓은 듯하다.


종류별로 놓인 디저트 앞에서

무엇을 먼저 먹을지 망설이는 순간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 그림은 망설임이 아니라

풍요로움을 말하고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디저트를 한 상에 올려두고,

먹고 싶은 순서대로

하나씩 맛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다.

세상엔 먹고 싶은 음식도 너무도 많다.

보고, 듣고, 즐기며 식도락을 누린다는 것은

인간에게 더없는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 기쁨에는 언제나

이동이라는 필연적 장치가 뒤따른다.

그곳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

그곳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광경.

시간과 함께 공간을 옮긴다는 것은

세계를 확장하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다.


나는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고,

아직 해보지 못한 일들이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다.

‘프로 삽질러’라는 말이

어쩌면 나를 가장 솔직하게

설명하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일생 동안

모든 것을 다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해보려 한다.

선택이란 결국

무언가를 남겨두는 일이기도 하니까.


욕심이라고 말해도 좋다.

나는 그것을

열정이라 부르고 싶다.


세상을 더 깊이 바라보고

더 많이 느끼며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그것이 나의 열정이다.


하나하나

내 선택을 통과한 시간이

결국 나만의

맛있는 디저트가 되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2025년의 마지막,

나는 새로운 디저트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마음을 발견하고

몸을 일깨우며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세워둔 계획들이

자연스럽게 다음 시간으로 옮겨가기를 바라며,

맛있는 것들만 골라 담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꿈꾼다.


맛없는 디저트를 먹기엔

인생은

너무 짧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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