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진
1. 작가 소개
최명진은 인간의 관계와 감정을 단순한 형태와 절제된 색감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그의 작업에는 화려한 장식이나 구체적인 서사가 거의 없다. 대신 사각형에 가까운 얼굴, 두툼한 몸, 최소한의 선으로 표현된 표정이 등장한다. 이러한 단순화는 감정을 제거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감정의 본질만을 남기기 위한 선택처럼 보인다.
최명진의 인물들은 말이 없고, 표정도 많지 않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는 관계의 무게, 위로의 필요, 그리고 인간이 인간에게 기대는 순간의 절실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복잡한 설명 대신 ‘형태’로 마음을 말하는 작가다.
2. 작품 설명
〈Best Hugger〉에는 두 인물이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다.
각진 얼굴과 단단해 보이는 몸, 그리고 투박한 손. 인물들은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눈은 점처럼 최소화되어 있고, 표정은 거의 읽히지 않는다. 색채 또한 흑백에 가까운 회색조로 절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팔의 힘이다.
말없이 감싸 안은 팔, 상대를 놓지 않겠다는 듯한 자세. 이 포옹은 기쁨의 포옹이라기보다, 견뎌낸 시간 끝에 서로를 붙잡는 포옹처럼 보인다.
배경은 비어 있고, 인물들만 화면을 채운다. 그로 인해 관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안는 행위’ 자체에 머물게 된다. 이 작품은 누가 누구를 안고 있는지보다, 왜 안아야 했는지를 묻는 그림이다.
3. 나의 감상
이 그림을 처음 마주했을 때, 따뜻함보다 먼저 무거움이 느껴졌다.
포옹은 흔히 위로와 사랑의 상징으로 읽히지만, 이 작품 속 포옹은 가볍지 않다.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지 않으면 서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순간, 그 경계에 놓인 몸짓처럼 보였다.
나는 이 그림이 ‘잘 안아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나 해결책을 내놓는 사람보다,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사람. 도망치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끌어안아 주는 사람 말이다.
삶을 살다 보면 누군가를 안아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날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을 내밀어 서로를 붙잡는 순간, 우리는 다시 인간이 된다.
이 그림 속 두 인물은 강해서 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서로를 안고 있는 존재들처럼 보인다. 그들의 포옹은 승리의 몸짓이 아니라 생존의 몸짓이다. 서로의 체온으로 견디는 법을 배운 이들의 조용한 연대.
말 없는 포옹 하나가 건네는 위로가, 때로는 수많은 문장보다 깊다는 사실을 이 그림은 말없이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