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금기숙

by 청일


1. 작가 소개


금기숙은 철사, 금속 선 등 산업적 재료를 사용해 인간 형상을 구성하는 설치·조형 작업을 이어가는 한국의 조형예술가이다. 그는 비어 있음과 연결, 존재와 소멸의 경계에 주목하며, 선(線)의 집합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관계의 구조를 시각화한다. 작품은 공간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인식되도록 설치되며, 관람자의 시선과 이동에 따라 형태와 의미가 달라지는 특징을 지닌다.


2. 작품 설명 - 끌림, 설치


이 작품은 수많은 가느다란 금속 선을 엮어 인간 형상을 구성한 설치 작업이다. 실체를 가진 듯 보이지만 내부는 비어 있으며, 형태는 완결보다는 흐트러짐과 확산의 상태로 제시된다. 공중에 부유하거나 서로를 향해 기울어진 형상들은 물리적 접촉 없이도 긴장과 방향성을 형성한다.

작가는 금속이라는 단단한 재료를 통해 오히려 연약함과 불확실성을 드러내며, 보이지 않는 힘과 관계, 그리고 존재를 움직이게 하는 ‘끌림’의 상태를 공간 안에 구현한다. 작품은 고정된 조각이 아니라, 공간·빛·시점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관계적 구조물로 작동한다.


3. 나의 감상

마음의 갑옷: 연약함을 위한 단단함


차가운 금속,

마른 선들이 한 가닥씩 모여 비로소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

그것이 ‘옷’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작품은 이미 인간의 세계를 나지막이 읊조리고 있다.


화면 속 공간은 비어 있다.

본래 옷이란 사람의 몸이 깃들 때 비로소 그 의미가 완결되는 법이다. 그러나 단단한 금속으로 엮인 이 형상은, 살결이 닿아야 할 접점마저 서늘하다. 연약한 몸을 온기로 감싸 안기보다는, 오히려 강인한 자만이 철갑옷처럼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은 엄격함이 서려 있다.


연약함을 감싸 안은 금속의 단단함.

그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생의 한복판에서 가면처럼 걸치고 있는 삶의 태도와 닮아 있다.


거친 들판과 거센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야 하는 인생길 위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연약한 살덩이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를 철처럼 단련한다. 어디든 나아가겠다는 투지와 꺾이지 않으려는 욕망이 이 금속의 망 위에 촘촘히 스며 있다. 전장에 나서는 이에게 자신을 지켜줄 단단함은, 생존을 위한 필연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늘을 나는 듯 흐트러진 채 비어 있는 저 공간 속으로 누군가는 다시 들어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외면의 단단함보다 우리를 더 깊이 보호하는 것은, 결국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강인함이라는 사실을.


연약한 몸 안에 금속 같은 의지를 지닌 사람.

우리는 어쩌면 마음속에 저런 옷 한 벌을 장착하고 살아가고 싶은 존재들 인지도 모른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내면만큼은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삶. 그것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스스로의 완성형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아름다운 갑옷 한 벌을 마음에 걸치고, 기꺼이 저 거친 세상의 품으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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