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그 바젤리츠
1. 작가 소개
게오르그 바젤리츠 (Georg Baselitz)는 독일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로, 1938년 독일 작센주 도이치바젤리츠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한스-게오르그 케른이며, 출생지 이름을 따 ‘바젤리츠’라는 예명을 사용한다.
베를린 예술대학과 카를스루에 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했으며, 1960년대 초 독일 신표현주의(Neo-Expressionism)의 주요 인물로 부상했다.
1969년부터 인물과 풍경을 거꾸로 뒤집어 그리는 전도 회화(Inverted Painting) 기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의 작업은 전후 독일 사회의 상처, 인간 존재, 육체성, 역사적 기억을 주제로 하며, 회화·조각·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 든다.
1980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대표 작가로 참여했으며, 현재까지 독일 현대미술의 핵심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2. 작품 설명
이 작품은 거꾸로 뒤집힌 두 개의 인체 형상을 통해 육체의 상태와 존재의 불안을 시각화한 회화 작품이다. 화면에는 거칠고 두터운 붓질로 처리된 신체가 상하 전도된 채 반복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명확한 배경이나 서사는 제거되어 있다.
바젤리츠 특유의 전도 기법은 인체를 재현의 대상이 아닌 형식과 물질의 문제로 전환시키며, 관람자가 익숙한 인식 체계를 벗어나 회화 자체에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인물의 얼굴과 신체는 해체된 형태로 표현되고, 색채는 제한적이며 강한 대비를 이루어 육체의 무게감과 긴장감을 강조한다.
두 장면으로 나뉜 구성은 시간의 흐름이나 상태의 변화로 읽힐 수 있으며, 작품 제목 「Do Not Disturb」는 외부의 개입이나 해석을 거부하는 태도를 암시한다. 이 작품은 인간의 육체를 감정이나 서사로 설명하지 않고, 회화적 행위와 물질성 자체로 제시하는 바젤리츠의 작업 특성을 잘 보여준다.
3. 나의 감상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그림을 마주한다.
거꾸로 뒤집힌 채 거칠게 그려진 육체. 첫눈에 느껴지는 거부감을 누르고 찬찬히 들여다본다. 영혼이 떠난 육체는 무의미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몸을 정성껏 씻기고 입혀 보낸다. 끝까지 그 껍데기를 ‘그 사람’이라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집착, 혹은 지독한 이기심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평생 수많은 생명의 살을 취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는 무엇 하나 돌려주지 않은 채 온전히 떠나려 한다. 조로아스터교의 ‘조장(鳥葬)’ 풍습을 떠올려 본다. 무의미해진 몸을 날짐승에게 내어주어, 생전에 빚졌던 생명들에게 자신을 되돌려주던 사람들. 그 안에는 죽음을 대하는 가장 겸허하고도 복된 태도가 깃들어 있다.
바젤리츠의 작품은 마치 관 속에서 부패하며 흙으로 돌아가는 육체의 시간을 두 장면으로 포착한 듯하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생이 끝날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숙제다.
어린 시절의 내게 죽음은 낯선 단어였다. 그러나 할머니의 죽음과 부모님과의 이별을 차례로 통과하며 알게 되었다. 죽음의 바통은 세대를 건너 정직하게 전해지고, 그 안에는 자연의 숭고한 질서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나이가 들수록 죽음이라는 단어를 삶 가까이에 두려 한다. 잘 사는 것만큼이나, 나의 말년을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생의 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하지 못한 것’들이라 한다. 그 후회의 무게를 덜기 위해 오늘의 삶을 더 성실히 살아내고 싶다. 언젠가 반드시 넘어야 할 그 문턱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넘기 위해서라도, 나는 오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의 결을 조용히 다듬어 나갈 것이다.